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오는 길에, 두 번째 탄 버스 내부 모습이 익숙지 않아 곳곳을 들여다봤다. 소음도 거의 없이 조용해 그저 새 차라서 쾌적함이 다른가 보다 생각했는데, 앞을 보니 ‘전기버스’라고 크게 안내가 되어 있다.
버스에서 내려 외관을 보니 ‘친환경 전기버스’, ‘그린에너지’라는 단어가 보였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작년에 국내 최초로 2층 광역 전기버스를 운행했는데, 어느새 집 근처까지 오는 시내버스도 전기버스를 이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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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모터로 주행하는 인천의 한 전기버스. |
인천 시내버스는 광역버스보다 먼저 2019년경부터 정부의 보조금을 확보해 시내버스에도 전기버스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몇 대뿐이었는데, 몇 년 사이, 이제 집 가까운 곳까지도 전기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내가 탄 시내버스가 전기버스라는 걸 알기 전, 달라진 내부 편의시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각 좌석마다 옆에 USB 충전기가 있다. 탑승 시간이 길지 않은 시내버스의 경우 USB 포트가 없는 차가 대부분이었는데, 충전케이블만 있으면 시내버스 안에서도 기기 충전을 할 수 있어 편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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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를 충전하는 USB 포트와 큼직한 하차벨. |
하차벨도 다르다. 기존에 보던 벨보다 훨씬 크고 온통 빨간색이라 발견과 이용이 훨씬 쉽다. 또 유리창 옆 벽에는 공익홍보판이 있어 지저분한 광고물 대신 시내버스 관련 소식과 안내를 읽어봤다.
무엇보다 달리 느껴진 건 이동하는 동안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전기버스는 전기 모터로 주행을 하기 때문에 엔진 소리나 진동이 거의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전기버스는 기존 내연기관 버스와 비교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어 미세먼지 감소와 대기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 특히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과 탄소 배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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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를 위한 구조의 저상형 전기버스. |
내릴 때 보니 계단이 없고 높이가 지면과 가까워 수월했다. 시내버스용 전기버스는 모두 저상버스 모델로 출시되고 있는데, 저상버스는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구조다. 실내 바닥이 낮아 어린이나 노인이 타기 편하고, 내부 중앙에 휠체어나 유모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크게 마련되어 있다. 저상형인 전기버스는 교통약자를 위한 구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어 보였다.
도심 대기환경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이라는 목표만이 아니라, 이렇게 공공의 편의를 위해서도 전기버스 도입이 늘어가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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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무공해 전기버스(위 사진 출처=환경부)와 전기로 운행하는 울산철새여행버스.(아래 사진 출처=울산시청) |
전국 국립공원에서는 이미 4월부터 무공해 전기버스를 도입해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실천 중이다. 덕유산, 무등산, 내장산 등 국립공원에 이어 앞으로 더 많은 무공해 전기버스를 전국 국립공원에서 타게 된다. 국립공원 안을 오가는 교통수단부터 친환경으로 교체되는 게 조화롭게 보인다.
일상에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2층 광역 전기버스로 좌석 편의도 좀 더 얻게 될 것 같다. 국토교통부에서 10월 중 수도권에 ‘대용량 2층 광역 전기버스’를 확대 보급하는데, 도심 대기환경 개선이라는 큰 목표만이 아니라 좌석 공급량을 확대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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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에 도움되는 친환경 전기버스. |
실제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와 승객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광역교통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 결과를 보여준 통계를 발견했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자료를 보니 ‘2층 광역 전기버스’는 기존 버스보다 탄소 배출이 연간 90톤 이상 줄었고, 도입 노선의 하루 평균 승차 인원은 20% 더 많았으며, 평균 차내 혼잡도는 57%에서 44%로 낮아졌다.
승객 입장에서는 승차감에 먼저 만족했지만, 저상형 전기버스는 교통약자 편의를 돕고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모두를 위한 전환으로 체감이 된다. 많은 도시들에 친환경 전기버스 도입이 순조롭게 지속되어 쾌적한 환경의 탄소중립 도시로 나아가길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유정 likk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