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2년도 절반이 훅 지나가 버렸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더니 마흔이 넘어서면서부터는 정말이지 나는 멈춰서 있는데 시간만 저 멀리 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 ‘언제 크나?’싶었던 아들의 4학년 여름방학도 벌써 다가오고 있다.
‘아, 심각하게 빠르다…’ 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 학교가 정상화를 맞이한 첫 학기라 그런지 이번엔 어쩐지 여름방학이 더없이 서둘러서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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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동구평생학습관의 우리 아이 리더 만들기 프로젝트.(출처=인천동구평생학습관) |
성큼 다가선 여름방학을 실감케 하는 것은 지역의 평생교육학습관과 도서관 등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하는 특강 소식이다. 책읽기는 물론이고 영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외국어, 미술, 요리, 코딩, 실험과학, 환경교육, 성인지감수성, 유명한 그림책 작가들과의 만남 등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논술 공부방 학생 가운데, 도서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 학생은 5학년이라면 으레 다니는 영어, 수학 학원은 다니지 않는다. 사교육이라고는 논술 하나만 한다. 그 외의 시간은 학교 방송반과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의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다.
영어는 도서관에서 영어 동화 읽기를 꾸준히 하고 있고 칼림바 연주도 특강을 통해 접한 후,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그 외에 코딩, 요리 등 본인이 흥미 있는 프로그램을 직접 선정하고 스케줄을 짜서 배우러 다니는 걸 보면 ‘이게 바로 자기주도학습이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그 학생은 학교에서 반장을 하고 있고 공부도 잘한다. 이런저런 경험이 많으니 글도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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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교육청서구도서관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놀이를 준비했다.(출처=인천광역시교육청서구도서관) |
한편, 도서관이 지척에 있지만 담을 쌓고 지내는 이들도 있다. 지난 달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공연이 있어서 동네 엄마들과 함께 갔는데 도서관에서 공연도 하느냐며 깜짝 놀란다. 사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대여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들의 평생학습관 역할을 한 지는 오래됐다.
그러나 이제야 몇몇의 엄마들은 도서관과 소통을 시작했다. 대출카드를 만들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등록한 것이다. 늘 초등학생 첫째만 신경쓰다 보니 유치원생 둘째는 뭘 가르치고 싶어도 짬이 안 났는데 비대면으로 엄마와 함께 책 읽고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말 너무너무 좋아한다. 아이가 화면에 집중하면서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을 귀 기울여 듣고 그림도 잘 그린다며 자랑이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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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순 작가도 지역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했다. |
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도서관을 찾는다. 책도 많이 빌리고 도서관에 없는 책은 희망도서를 신청하거나 타 도서관에서 빌리는 상호대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 주말엔 다양한 그림책과 에세이로 유명한 고정순 작가의 강의가 있어서 도서관을 찾았다. 내가 정말 꼭 만나고픈 작가였는데 마침 동네 도서관에 온다니 정말 너무 반가웠다.
작가는 강의 서두에 도서관이 너무 좋다며 부럽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지역 도서관이 아니었다면 작가가 될 수 없었을 거라며 도서관의 많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서관에 많이 요구하라고 하셨다.
어쩌면 나도 도서관의 독서지도사, 하브루타, 그림책 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며 제2의 직업을 찾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도서관의 책 읽기 프로그램으로 여러 사람들과 책을 읽으며 소통을 한다. 그리고 나의 아이는 방학에는 반드시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영어 동화 읽기, 코딩, 동시 쓰기, 환경 읽기, 역사 바로 알기 등 지난 몇 번의 방학 동안 많은 것들을 도서관에서 접했다. 물론 무료다. 간혹 약간의 재료비가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그런 수업을 사교육으로 듣는다면 아마 재료비의 2, 3배는 족히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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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는 방학 때 도서관에서 본인이 선택한 프로그램을 수강한다. |
내가 사는 동네에는 반드시 도서관이 있다.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교육청 산하의 도서관과 인천 서구청 산하의 구립도서관, 작은 도서관, 학교 도서관 등 정말 많은 곳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곳에서 책은 물론 내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중장년층, 노년층을 위한 것도 물론 많다.
이제 곧 무더위 속에 들이닥칠 여름방학! 시원하고 쾌적한 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을 콕 찍어서 하나쯤 익혀보는 건 어떨까? 일단 시작한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나처럼 새로운 인생에 한 발짝 다가설 지도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uniquekm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