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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2번 신고 시, 피해 아동 즉시 분리 보호

2020.12.04 정책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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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수일을 굶긴 채 욕실에 가두고, 온몸에 락스를 뿌려 숨지게 한 7살 원영이의 소식에 더 이상 비극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여행용 가방에서 숨진 아이가 발견됐다. 숨이 남아 있는 순간에도 가방을 밟고 뛰거나, 헤어드라이기로 불어넣은 뜨거운 바람을 견디며 말이다. 

경남 창녕의 9세 소녀는 달궈진 프라이팬에 지문이 없어질 정도의 학대를 견뎠다. 소녀의 필사적인 탈출은 살기 위함이었다. 지붕을 통해 옆집으로 갔고, 허기를 채운 후 7시간의 산길을 걸어 편의점에서 구조됐다. 

생후 2개월의 아이가 냉장고에서 발견된 것은 전남 여수의 사건이다. 출생신고도 안 된 아이의 시신은 2년 간 냉장고에 유기됐다. 아이는 태어났지만, 세상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졌다. 세상의 최악은 그 선을 넘고 있다. 

2019년 아동학대 행위자 통계 (출처=보건복지부)
2019년 아동학대 행위자 통계.(출처=보건복지부)


아동학대는 시대의 악재로 더 빈번히 발생했다. 코로나19 예방 조치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기간이 늘면서 아이들은 부모들의 폭력에 더 길게 노출됐다.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발견할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마더’는 아동학대의 현실적인 민낯을 조명했다. 그래서 더 애달픈 마음이 들었다. 엄마와 계부에 의해 학대를 당하는 아이는 끝내 부모 곁을 떠날 수 없었다. 담임교사에 의해 아동복지센터의 조사가 이뤄지지만 만나지 않거나, 아이의 상처는 넘어졌다 둘러대면 끝이었다. 아이를 부모로부터 강제로 떼어놓을 수 없었다. 이후 아이는 끝내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졌다. 

알지 못했다. 누구든 아동학대를 신고하면 이제 사회가 아이를 보살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이를 구하기 어려운 제도의 벽이 너무도 높았다. 세상을 등진 아이들은 이미 보호 대상으로 분류된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의 사연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여기에 있다. 살릴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 말이다. 

아동학대 사례 분석 결과 (출처=교육부)
아동학대 사례 분석 결과.(출처=교육부)


피해 아동이 가해자인 부모 곁으로 돌아가 또 다시 학대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 후 5년 내 동일인에 의한 재학대 발생 건수는 2014년 1027건에서 2018년 254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재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 내가 92.7%로 대부분이었다.

아동학대 사건을 초기에 발견하는 데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가해자가 부모가 되는 특이성 때문이다. 부모가 가정방문이나 상담전화 등을 거부할 경우 피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동의 생명이 치명적 위협을 당하고 나서야 노출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1월 29일, 아동학대 신고가 두 번 이상 반복되면 피해 아동을 부모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또 두 번 이상 신고된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72시간 동안 응급 분리하도록 지침에 명시했다. 아울러 1년 내 아동학대가 두 번 신고되는 등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조치를 결정할 때까지 아동의 분리 보호를 지속할 수 있는 ‘즉각 분리제도’를 도입하여 현재 7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응급조치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아동학대 현장 조사 과정 중 객관적 정황과 전문적 시각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조사 절차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피해 아동 이웃을 직접 만나 의심 정황을 청취하는 등의 필수 대면 조사자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나 장애아동에게서 상흔이 발견될 경우에는 병·의원 진료를 통해 더욱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울산에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울산에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앞으로 학대 피해로 부모와 분리 조치된 아동들은 ‘학대피해아동 보호쉼터’에서 임시로 머무를 수 있다. 이곳에는 학대 피해 아동만 입소할 수 있으며,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쉼터는 경기 13곳, 서울·부산·대전 각 4곳 등 전국에 72곳이다. 또한, 학대 행위자 등의 차단을 위해 일반 다세대주택 등을 활용해 비공개로 운영한다.

스웨덴은 전년 동기 대비 아동학대가 50%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상담은 늘었지만,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오히려 줄었다. 코로나 여파로 전담 공무원, 교직원, 상담원 등 신고 의무자가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이유다. 사각지대가 늘고 구조는 어려워진 거다. 

저출산 시대를 들먹이지 않아도 생명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출산율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만난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해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을 집요하게 살피고 무겁게 형벌해야 한다.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소식에 마음 아파하기보다 그 아이들이 밝게 웃으며 자랄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드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모든 아이는 건강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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