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소상공인 김 모(55) 씨는 매출 하락과 함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까지 몰리면서 지난해 폐업을 결정했다. 막상 폐업을 결심했지만, 건물주와 임차료 문제, 종합소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복잡한 신고 절차, 세무사 비용 부담까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소상공인재기지원센터의 ‘희망리턴패키지’ 정책을 알게 된 뒤, 재기의 꿈을 꾸게 됐다. 20년 넘게 음식 장사만 하다 보니 마땅한 기술이 없어 폐업을 결정했을 때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말문을 연 김 씨는 “재기 도전을 어려워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치유프로그램인 힐링캠프와 세무 분야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폐업 마무리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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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9 실패박람회에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희망리턴패키지 부스를 설치하고 소상공인들과 상담을 진행했다.(사진=소상공인진흥공단 제공) |
희망리턴패키지는 폐업의 기로에 서 있으면서 취업 의지가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폐업 단계부터 재기교육, 전직 장려수당, 취업성공패키지 등 전 과정을 지원한다.
먼저 폐업 단계인 사업정리 컨설팅은 사업 운영기간이 60일 이상인 폐업 예정자, 기폐업자를 대상으로 전문 컨설턴트를 투입해 절세 및 신고사항, 철거·원상복구·부동산 양수양도·자산 및 시설 처분 방법 등 전반적인 분야를 안내 받을 수 있다. 폐업 예정 소상공인에게는 사업장 철거와 원상복구 비용도 업체당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소상공인지원센터 강희주 주임은 “폐업 후 취업 의사가 있는 만 69세 이하 소상공인들을 위한 재기교육은 호응이 좋은 사업 중 하나”라며 “대부분 재기교육 수료자들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폐업을 경험한 공통점 때문에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로 교육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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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리턴패키지로 재기교육을 신청한 전직 소상공인이 전문 컨설턴트에게 1대1 상담을 받고 있다. |
재기교육 프로그램은 민간위탁교육기관을 통해 면접, 이력서 작성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고 구인·구직 정보도 한데 모아 제공한다. 재기교육은 통상 10시간가량으로 전 과정이 무료이다. 전직 장려수당의 경우 사업정리 컨설팅 또는 재기교육을 수료한 소상공인 중 적극적인 취업활동에 나선 대상자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힐링캠프는 폐업 후 재기 도전을 어려워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치유프로그램이다. 3박4일의 합숙과정을 통해 마음치유교육과 재기교육을 동시에 이수할 수 있다. 이 과정 수료자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추천서를 받을 수 있으며, 취업성공패키지 1단계 교육을 이수하면 전직 장려수당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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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리턴패키지 수료 후 재창업에 성공한 이정화(56) 씨가 천염염색 작업을 하고 있다. |
이렇듯 폐업을 딛고 일어서면 성공적인 재창업의 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경남 양산에 사는 이정화(56) 씨는 지난해 천연염색 분야로 재창업해 요즘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재창업 전 4년 간 공예공방을 운영했던 그녀는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매출로 이어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에 참여하면서 그녀는 “마케팅 전문가에게 듣는 현장 실무가 가장 도움이 됐다”며 “시장마다 소비자가 원하는 니즈가 다른데, 그 전에는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 현장에 맞춰 제품의 종류와 단가를 맞춰야 한다는 1대1 조언을 듣고 관광객 대상으로 마케팅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창업 8개월 차인 그는 경남 관광지 일대에 기념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 씨는 “천연염색은 비싸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2~3만원대 가격을 책정해 기념품을 제작하다보니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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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에서 진행된 재기교육에 수료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사진=소상공인진흥공단 제공) |
지난해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에서 진행된 재기교육은 76회로, 1651명이 교육을 수강했다. 현재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10개, 전국에 총 62개의 소상공인지원공단을 두고 있다. 각 지역별 소상공인지원센터 안에 30개의 재기지원센터를 설치해 소상공인 관련된 사업을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한편,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지난해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2019 실패박람회’ 기간 동안 폐업을 고민하거나 폐업 경험이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폐업 후 ‘재기 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폐업을 하거나 재기하고 싶은 소상공인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www.semas.or.kr)와 통합콜센터(☎1357)를 통해 관련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