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1일은 공휴일도 아니어서 ‘아 맞다’ 하고 문득 떠올려 기억하는 날이었는데 올해 국군의 날은 우리집 막내가 군인으로 있기 때문일까 어째 미리부터 생각해보게 되는 날이 되었네.
종현아 잘 지내고 있지? 이제 군인들도 휴대폰을 쓸 수 있으니 훈련병일 때 보냈던 편지 말고는 이 편지가 처음이지 싶네. 늘 마냥 어릴 것만 같던 우리집 막내가 어느덧 자라 군인이 되었다니 참 믿기지 않는다.
이번 주말 부대개방행사에 가보지 못해 무거운 마음이야. 물론 네가 부대 내에서 식사도 못하고 기껏 1시간 반 얼굴 보는데 왕복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가족들을 오지 말라고 만류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동기들이 조금은 부럽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부모님과 누나는 마음에 못내 걸렸어. 한편으로 이런 말도 할 줄 알 만큼 컸구나 대견하면서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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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훈련소에서 작별인사 중인 동생. |
말로는 건장한 남자라면 다 가는 군대니 너도 씩씩하게 다녀올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그곳은 또 다른 사회이기에 혹시나 별일이 있진 않을까 큰누나는 걱정이었다. 물론 네 말대로 또 지내다보니 바빠서 막내 잘 지내나 잊기도 하고, 이제 입대한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가니 어련히 잘 지내겠지 안심하는 부분이 커지기도 하고.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벌써 내년 봄이 제대야? 요즘 군대 생활 편해졌네” 라고 말해도 너 역시 네 인생에 너무나 소중한 청춘의 나날들을 국가에 대한 의무로 헌신하고 있으니 힘든 거야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
휴가를 나와도 늘 친구 좋아하는 녀석이라 얼굴 보는 것조차 어려우니 구시렁거리기도 했지만 얼마 전 추석도 그렇고 너 없는 명절이 참 아쉽더라. “나도 크면 군대 가야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장난으로 놀리던 군인 아저씨가 됐다니 참 시간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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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어릴 것 같던 동생은 어느새 청년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있다. |
추석 때 전화해서 어른들에게 안부 여쭈며 ‘네 그렇습니다’ 영락없이 군인 말투로 말하던 게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부대 내에서도 너보다 나이 어린 선임들과도 그렇고 모두와 잘 지낸다니 다행이야. 그래도 환절기에 겨울이 머지않아 네 비염이 괜찮을까 걱정이야.
네 인생에서 참 소중한 시간들을 국방의 의무에 헌신하며 보내고 있지만 이 시간들이 또 너에게 값진 시간이 되길 빌어본다. 무엇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한 뼘 더 성장하길 응원할게. 조만간 면회 갈게. 자주 잊어도 늘 생각할 때마다 막내를 걱정하고 아끼는 큰 누나가.
그리고 자랑스런 우리집 군인이자 국가의 군인 민수야.
아직도 할머니 방에는 네가 사관학교를 졸업하며 드렸던 사진이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 아래에 걸려있다. 생전 할머니께서 네가 사관학교에서 받은 첫 품위유지비에서 무려 20만 원이나 할머니 용돈으로 드렸던 일을 몇 번이나 얘기 하셨나 몰라. 어린 네가 참 기특하고도 너무나 고마우셨던 모양이야.
고등학교 때 난데없이 육군사관학교에 가겠다고 해서 식구들 모두 깜짝 놀랐지. 좋은 일임에도 한없이 정 많은 네가 군인이 되겠다고 했으니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고모마저도 널 말릴 정도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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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직업 군인의 길을 걷고 있는 동생. |
군인이 되겠다며 독하게 체력훈련을 하여 결국 사관생도가 된 네가 대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었다. 안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학교 내에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마음 졸이며 살얼음 걷듯 조심스럽게 학교생활을 이어가는 널 보며 참 딱하기도 했었어.
명절 때마다, 집안 대소사 때마다 얼굴 한 번 보면 그게 매우 반가운 일이 되니 그럴 때 네가 군인이구나 새삼 느낀다. 지난 번 여름휴가 때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지만 말로만 들었던 원형탈모가 참. 속상할까봐 내색은 못했는데 보고 많이 놀랐지. 일하면서 힘든 일이 있었다고는 들었는데 내색도 안하는 네가 어지간히도 고생했구나 싶어 마음이 짠했어.
늘 유쾌하지만 네 걱정에 대해선 지나치게 입이 무거운 사람이니 괜찮은 건가 은근히 걱정이 돼. 사촌지간이어도 가까이에서 늘 마음도 가깝게 자라 그런지 종현이와 다름없이 네가 걱정되고 염려된다.
지난 여름 네 사택에서조차 폭죽처럼 쿵쿵 들리는 화포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 너한테도 듣고 고모한테도 자주 듣는 군대 얘기지만 귀로 들을 때와는 또 다르게 네가 군인이었음이 실감됐다. 아픈데 없이 건강관리 잘 했으면 좋겠고. 일하면서도 너무 네가 다 짊어지지 않고 사람들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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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어렸던 동생들이 자라 나라를 지키고! 가운데 녀석들이 현직 군인이다. 나머지 남동생들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
자랑스러운 우리 군인 동생들! 너희를 믿고 누나는 오늘도 편하게 일상에 빠져 지낸다. 늘 마냥 어릴 것만 같았던 너희들이 어느덧 20대 청년이 되어 나라를 지키다니 고맙고 든든한 일이다. 네 동료들에게도, 그리고 너희와 같은 길을 걸었던 아빠, 삼촌, 얼굴 모를 모든 분들에게도.
중학교 때 학교에서 단체로 자매결연 맺은 군부대에 위문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왜 특별히 재미도 없는 군부대로 가야 하나 알 수가 없었는데 커보니 그들은 ‘군인 아저씨’가 아니라 지금의 너희처럼 너무나 젊고 어린 청년들이었다.
국군의 날이 되어서야 가족으로서 체감하는 알량한 감사함일지도 모르겠지만 늘 너희 같은 군인에게 고마워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주렴. 너희를 생각하면 날이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걱정이 되지만 국군의 날인 오늘 만큼은 가을 날씨만큼 청명하게 자랑스럽고 대견한 마음만 가지련다.
국가를 지키느라 청춘의 한 페이지를 보내고 있는 너희를 비롯한 군인들에게, 그리고 기꺼이 그 시간을 보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사랑하는 누나가.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