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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 보다 더 즐거운 웃음점호 준비 끝!

[달라진 병영생활 엿보기]조리실명제…군대 음식도 '맛 경쟁'

200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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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인분 사건, GP 총기난사 사고, 의료 사건... 군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 군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높아지면서 자식과 형제를 군에 보낸 사람들의 걱정 또한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각 부대가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늘 푸른 병영’ 운동은 막연하게 갖고 있던‘회색빛’ 군대 문화에 대한 시각을 교정시키고 있다. 아울러 군인 가족들도 병사들의 '엄마, 이모'를 자처하며 선진병영문화 정착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성이라면 한번 겪어야 할 군 생활. 기왕이면 '어쩔 수 없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곳'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자발적인 노력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제시되고 있다.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이색적인 내무반의 문화를 소개한다.


'와하하' 웃음소리…점호가 기다려져요

"하하.” “푸하하.”
지난 2일 육군5포병여단 철풍대대 1포대 내무반. 늦은 밤 점호 시간을 앞두고 갑자기 병사들의 웃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이어 토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병사 2인이 1개조가 돼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 준다.

내무반에서의 자유시간.
놀라운 것은 이러한 모습이 휴식 시간이 아닌 점호 시간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일명 ‘웃음·안마 점호’가 그것. 엄격한 군기를 연상시키는 점호 패러다임이 180도 바뀐 것이다.

“매일 점호 시간이 기다려질 만큼 편하고 재미있어요.”
내무반의 막내 조한영(21) 이병은 분대장 이용구(23) 병장이 어깨를 주물러 주며 편하게 대화하듯 점호를 취하자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간부님들이 직접 조리해 주신 반찬과 밥을 먹으니까 마치 부모님의 정성과 사랑을 느낄 수 있어 꿀맛입니다.”
육군5공병여단 경장비중대 이병현(22) 병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부대 간부들이 해 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면서 환히 웃었다.

간부들이 직접 조리도

중부 전선에 위치한 육군5군단 예하 전 병영에서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병영 풍속도다. 군단 내 각급 부대는 이 밖에 선임병들이 후임병들의 발을 씻어 주는 ‘세족식’과 서로의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전우 사랑 편지’, 하루에 한 명씩 선정해 사랑을 몰아주는 ‘당신의 날’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무반에서 구현함으로써 병영 분위기를 한층 밝고 활기차게 조성하고 있다.

현재 군단이 벌이고 있는 이러한 병영 문화 개선의 핵심 주제는 ‘밝은 병영’ 만들기. 각급 부대별로 현실에 맞게 병영 문화 혁신 운동을 추진, 3사단은 ‘백골 Zone’, 6사단은 ‘늘 푸른 청성’, 8사단은 ‘푸른 병영’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어 실천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군단은 초급 간부들의 인간 중심 리더십 창출을 위해 GP·GOP·격오지 등에서 병사들과 부딪치며 생활하는 소대장·부소대장들을 대상으로 1개기에 30여 명씩 약 일주일 간 집체 교육(HEAD 코스)을 실시, 지난 8월부터 현재 8개기 236명이 이 과정을 수료함으로써 소속 부대에서 ‘밝은 병영 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군단 인사참모 조현천(47) 대령은 “현재 군단에서 일고 있는 변화와 혁신은 목표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라며 “불필요한 관행이나 제도를 과감히 없애자는 생각에서 출발, 작은 행동을 실천에 옮길 때 비로소 진정한 선진 병영 문화가 조성된다”고 말했다.

신세대 장병 입맛에 맞게

오늘의 점심 메뉴 국을 담당한 조리병 최정민 일병의 점수는 ‘매우 좋음’, 튀김 담당 송한민 상병의 점수는 ‘양호’, 볶음 조리는 ‘대체적으로 만족’.

조리실명제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인 7일 오전 육군52사단 화살 식당.

휴일 새벽에 내린 비로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돌고 제법 쌀쌀한 공기가 병영 곳곳을 휘감아 초겨울이 됐음을 알리는 이날, 식당 게시판에 걸려 있는 조리병들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름해 ‘맛의 경쟁 체제’를 선언하며 올 초부터 전격 시행하고 있는 ‘조리 실명제’.

여기에다 결식 인원과 잔반 제로화를 위한 ‘급식 실명제’와 ‘실 급식 인원 예고제’도 병영 식당에 부는 신선한 웰빙 바람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게 된 배경도 재미있다.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이 김치를 비롯한 식당에서 제공되는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충성클럽(PX)에서 판매하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신하는 결식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 차원에서 시작됐다.

또 장병 개인별로 배식을 마친 뒤 자신의 식사 여부를 컴퓨터에 기록하도록 해 제대별 식사 현황이 전산으로 실시간 유지되는 급식 실명제와 차량 운행이나 외출·면회 등의 불가피한 사유로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인원을 사전에 통보하도록 해 실제 급식 인원에 알맞은 양만 조리하는 실 급식 인원 예고제도 웰빙 식습관이다.

이 같은 세 가지 제도 시행은 이미 지난 5월 MBC와 일본의 마이니치 방송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조리 실명제가 정착됨에 따라 부대 조리병들은 시중의 어떤 요리사 부럽지 않은 국 전문·부침 전문·볶음 전문 요리사로 명성을 날릴 정도가 됐다.

장병들이 식사를 마친 뒤 문을 나서면서 메뉴별 조리 담당자를 평가, 기재하기 때문에 스스로 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것.

맛있는 식사에 잔반도 크게 줄어

이 같은 의욕은 최근 들어 김치의 새로운 맛을 내는 연구로 이어져 ‘숙성 냉장 처리 김치’ 개발을 일궈내 끼니별 김치 섭취량이 평균 45% 이상 증가하는 등 장병들의 선호 반찬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본부중대 오건(21) 일병은 “새롭게 선보인 지금의 김치는 약간 신 듯하면서도 입안에 척척 달라붙는 맛이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불식(不食) 인원·잔반 제로화에 도전한다는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급식 실명제와 실 급식 인원 예고제는 평균 2.5∼4%에 이르던 장병 불식률을 0.5% 이하로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루 평균 50∼60Kg에 달하던 잔반량을 5∼10Kg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큰 효과도 이 제도 시행의 결실이다.

군수참모 고종록(학군23기) 중령은 “이 세 가지 시스템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웰빙 식습관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장병들의 건강 관리가 곧 부대 전투력 향상이라는 단순 공식을 넘어 신세대 장병들의 규칙적인 식사와 균형 있는 영양 섭취를 위한 급양 관리 시스템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진병영 문화 군인가족도 동참…누나, 이모, 엄마 1인 3역 자청

“어서오세요! 많이 드시고 우리 힘내자구요! 아자! 아자!”
부대 이등병 워크숍이나 비젼캠프 기간중 부대 교회식당에서 울려 퍼지는 군인가족들의 희망찬 메아리 소리이다.

육군 62사단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장병들을 위한 주요 행사 때마다 행사준비를 직접 도맡아 하고 장병들의 식사를 손수 준비하는 ‘군인가족’들이 있어 부대 전장병들은 마음 든든해하고 군인가족에 대한 고마움으로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다. 선진 병영문화 정착과 함께 장병들의 활기찬 병영생활을 위해 군인가족들도 발벗고 동참하고 나선 것.

육군 62사단 군인가족들이 장병들에게 음식을 손수 먹여주며 즐거워하고 있다.


장병들에게 군인가족들은 누나·이모·엄마와 같은 포근하고 친근한 존재로, 군인가족들에게 장병들은 동생·조카·아들과 같은 소중한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으며 가족과 같은 화목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준다.

군인가족들이 가정생활과 여가시간을 쪼개 이런 솔선수범과 선행을 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육군 군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남편을 둔 아내로써 군을 먼저 생각하고 자식을 돌보는 마음으로 장병들을 생각함으로써 적극적인 지원의 손길을 아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군인가족들은 격주단위 시행되는 이등병 워크숍과 연중 지속 진행중인 비젼캠프 행사간에는 반드시 참석해,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장병들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장병들이 식당에 올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가 어머니 손만큼 듬뿍 배식해 주며 힘을 주는 멘트나 덕담을 나눔은 물론, 그것도 모자라 맛있는 음식을 직접 먹여주는 등 장병사랑을 아끼지 않는다.

이 시간만 되면 장병들의 입가에는 온통 웃음과 환희가 가득찬 가운데 즐겁게 식사하고 모자란 음식은 셀프 서비스가 아닌 직접 가져다 주는 최고의 써빙의 서비스까지 직접 도맡아 한다.

특히 복무 부적응자나 보호관심병사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인 ‘비젼캠프’ 참석인원에게는 군생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따뜻한 격려로 장병들을 격려하고 개인상담을 통해 병영생활에 대한 힘을 불어 놓어주는 등 장병들이 활기찬 병영생활을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병영 도우미 역할까지도 하고 있다.

군인가족중 장병들의 식사를 행사때마다 직접 준비하고 챙기며 이를 행복이라고 여기는 정지현(34) 가족은 “행복·사랑·희망이 모두를 줄 수 있는 그 자체가 좋다”며 “우리의 작은 정성이 장병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이 보다 더 보람있는건 없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장병들을 위해 계속 나와 돕겠다”고 말하고 “장병들을 돕는 것 그 자체가 군인가족만의 특권 아닌가요?”라며 장병사랑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를 덧붙였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OK

우리 부대의 전차 모형을 만들면서 주요 장비와 구성품의 정확한 명칭과 쓰임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어 자기 계발과 업무 향상,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미다스의 손 프라모델 동아리 활동
육군1사단 전차대대 소대장 이계원(26) 중위는 매주 토요일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군에 들어와 처음 접한 프라모델(플라스틱 모델의 줄임말·플라모델이라고도 함)이지만 어느새 1년간 ‘작품’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단지 프라모델을 만드는 재미에 빠진 것이 아니라 프라모델을 만들면서 업무에도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대대에 프라모델 동아리가 생긴 것은 지난해 2월, 처음 2명으로 시작한 회원이 지금은 8명으로 늘었다. 재료는 우편으로 받고 있다. 한 개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평균 두 달 정도의 품이 들어가는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작업.

이미 중대 작품 전시회에서 장병들의 극찬이 쏟아질 정도로 회원들의 손재주는 프로급이다. 대대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회원들은 프라모델뿐만 아니라 무선 RC카, 회전익·고정익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종수 김우혁(22) 일병은 “모형 전차나 항공모함·자동차·BB탄 총을 조립하다 보면 순수했던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한다”며 “보기보다 섬세한 인내심과 끈기가 요구되는 작업이지만 전우들과 함께 조립하다 보면 협동심과 전우애가 새록새록 쌓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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