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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말 빈
19세기말 비엔나는 시대의 변화와는 동떨어진 고답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었다.
1866년 합스부르크의 오스트리아공국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그 여파로 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으로 재탄생 하게 된다. 오스트리아 헝가리가 대 타협을 이룬 1867년 이후 자유주의가 팽창하고 있었으며 이는 귀족주의와 국제주의에 맞서는 게르만 민족주의를 촉발시켰다.
하지만 그들에게 되돌아온 건 슬라브계 민족주의자의 자치권을 확립해달라는 요구였고 이들의 대립은 발칸반도를 세계1차대전의 화약고로 만들어 놓았다.
당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은 12개가 넘는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었고,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가는 인구가 많은 나라이자 강대국이었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사회는 자유주의 안에서 질서와 진보라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대혁명을 통해 귀족 계급을 몰아낸 프랑스의 부르주아와 중상주의를 통해 귀족의 권위를 대체한 영국 부르주아와는 다르게 오스트리아의 부르주아들은 귀족계급에 동화되고 싶어하는 모순성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귀족정치를 없애버리지 못했고 귀족들에게 완전히 녹아 들어가지도 못했으며, 독점적인 권력을 가지지 못한 탓에 국외자 같은 존재였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등장은 유대인과 이민자들의 인구증가와도 연관성이 있는데, 보헤미아계의 이민자 출신이자 후손인 구스타프 말러와 클림트 또한 성공한 예술가이자 부르주아였다.
◆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
말러는 부인인 알마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9세기 당시 말러는 지휘자로는 명성을 얻고 있었지만 작곡가로는 인지도가 별로 없었다.
부르크너에게 대위법을 배우고 그의 교향곡에 깊은 감명을 받은 말러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지루하고 긴 시간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그의 3번 교향곡은 영화 한편과 맞먹는 100분정도의 러닝타임을 갖고 있다.
반면 당대 라이벌이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오히려 작곡가로 젊을 때부터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BBC 설문조사에서 현재 세계적으로 활동중인 지휘자 151명이 뽑은 최고의 교향곡 순위 10위안에 그의 교향곡은 3곡이나 들어가있다.
또한 매년 공연장에서 자주 연주되는 교향곡중 하나가 말러 심포니인 것을 보면 그의 예언은 적중한 것이다.
말러는 당시 오스트리아였지만 지금은 체코가 된 보헤미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4개월만에 부모는 좀 더 큰 도시인 모라비아의 이글라우로 이사했는데 15세에 비엔나 음악원으로 유학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말러는 빈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화성학, 작곡을 배웠는데 이후 빈 대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안톤 브루크너와 만나게 되고 역사와 철학에도 빠져들었다. 아마 이 시기가 말러의 음악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쳐 그의 음악을 심오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열정적인 작곡가로서의 삶에 전념하고 싶었던 말러였지만 인생의 경로는 지휘자로서의 커리어가 성공적으로 풀려나갔는데,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단을 거쳐 37세에 결국 최고의 영예인 비엔나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이 된 것이다.
당시 음악감독직은 황실의 지위였기 때문에 법으로 유대인은 할 수 없었고, 때문에 말러는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다”, “오스트리아 안에서는 보헤미아인으로, 독일인 중에서는 오스트리아인으로, 세계 안에서는 유대인으로서. 어디에서도 이방인이고 환영 받지 못한다”
그가 느꼈을 외로움과 자괴감은 음악적으로 승화되었겠지만 시대의 혼돈과 모순성 또한 나타내주는 반증이기도 했다. 또한 유대인을 적대시했던 바그너의 사상과 음악을 숭배하다시피 하며 자주 연주한 말러 또한 한 개인의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고 있다.
◆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화가로서 나를 알고 싶다면 내 그림을 주의 깊게 살펴보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클림트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보헤미아의 이민자 출신의 7형제중 둘째로 태어난 클림트는 어린 시절 유복하지 못한 생활로 일찍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금 세공사이자 조각가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재능이 있었던 클림트는 14살에 빈 응용미술학교에서 모자이크와 이집트의 부조 등 다양한 장식기법을 익히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는 천장화 제작들의 일을 하며 학비를 조달했고 21살에 역시 재능 넘치는 자신의 동생 에른스트와 친구 마츠와 함께 <쿤스틀러 콤파니>라는 회사를 차려 본격적으로 장식화가로서 활동을 해나갔다.
성공적인 사업과 더불어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그림은 시의회 의뢰를 받은 “부르크 극장객석의 풍경”이다. 극장 철거 전 역사적 사실을 남긴 작품으로 황제의 애인과 작곡가 브람스 등 유명인사들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의 섬세하고 뛰어난 능력을 볼 수 있는 고전주의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창작에 대한열망이 있었던 클림트는 전통적인 형식을 거부하는 아르누보 사상을 접하고 공예를 회화에 접목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열게 된다.
금 세공사인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금박을 얇게 펴서 장식에 이용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회화에 적용하게 되는데 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빈 분리파(Wien Secession)을 결성하며 고답적이고 판에 박힌 사상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회화, 건축, 공예 등의 상호 교류를 통하여 인간의 내면적인 의미를 미술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고자 했다.
◆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
말러와 클림트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막역한 사이였다. 1902년 14회는 베토벤을 추모하는 전시회에는 그의 합창교향곡을 악장 별로 표현한 “베토벤 프리즈”가 공개되었다.
교향곡의 환희의 송가부분을 34m의 길이로 표현한 클림트의 프레스코 벽화가 같이 전시되었는데, 벽화에서 기사로 나오는 사람의 얼굴은 말러를 그린 것이다. 아마 클림트는 말러를 시대를 구원해줄 영웅으로 생각하였던 듯하다.
그리고 답례였는지는 모르지만 몇 명의 빈 필하모닉 단원들과 말러는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환희의 송가를 연주했다고 한다.
말러와 클림트는 서로 유사한 면이 있다. 이 둘은 음악가로서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선장인 지휘자와 시대저항정신을 이끌어야 했던 빈 분리파의 수장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또한 베토벤이 합창을 교향곡에 적용하였던 것처럼 말러는 자신의 교향곡에 합창을 적용해서 후기낭만주의 음악에 새로운 독자적 시도를 했고, 클림트도 독창적이며 고전주의 화풍에 장식공예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
이는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문구처럼 두 명의 구스타브가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움과 개혁을 추구하는 빈 분리파의 전시회에 사후100년이 지난 베토벤의 등장은 그들이 지닌 시대적 한계성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었다.
◆ “영광스러운 손님”
오스트리아의 휴양지인 아터호수는 물 빛깔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클림트는 호수의 풍경을 그렸고 말러는 교향곡을 작곡했다. 이곳 클림트 박물관을 방문하면 말러가 그곳에서 작곡했던 교향곡3번이 흐르고 있다.
한편 예술로 지상주의를 꿈꿨던 두 명의 구스타프는 사랑과 간절함을 통해 자신들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다.
말러가 정치적인 이유로 비엔나악단의 감독에서 내려오고 뉴욕 필을 지휘하기 위해 떠나던 날 기차역에는 클림트가 나와있었다. 지금은 뉴욕 필의 위상이 세계적이지만 당시에는 음악적으로 변방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어” 영웅의 퇴장을 쓸쓸하게 지켜보던 클림트가 한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음악과 그림은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마니아 층과 역사적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그들의 예술은 줄탁동시가 되어 말러의 음악은 쇤베르크와 베베른으로, 클림트의 회화는 오스카 코코슈카와 에곤실레에게 이어지며 시대의 종말과 다음세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모더니즘의 다리가 되었다.
구스타프(Gustav)는 슬라브조어 어휘로 “영광스러운 손님”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며 뛰어넘으려고 노력했던 그들의 정신은 다음세대에게 선물을 들고 온 영광스런 손님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제 빈 분리파의 표어는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말이 되었다.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 추천음반
세상은 말러 음악의 미니아들을 “말러리안”이라고, 부르고 명망 있는 지휘자들은 말러의 교향곡 전곡연주에 도전적으로 나서고 있다.
말러리안들 사이에 많은 이견들이 있겠으나 개인적인 취향과 부담스럽지 않은 현대적 레코딩을 고르라면 번스타인의 음반과 아바도를 추천하겠다.
아울러 하이팅크나 텐슈테드 그리고 인발과 샤이 모두 각각의 해석이 훌륭하다. 텐슈테드가 NDR오케스트라와 연주한 2번교향곡 “부활”도 꼭 들어보시길 권한다.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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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봄의 청량함이 가득한 가파도 청보리 축제 여행지를 100% 즐기는 꿀팁 3가지축제 기간 중에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청보리밭 축제가파도 선착장 앞, 자전거 대여소바다와 청보리밭을 한눈에 담는, 소망전망대 봄의 청량함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가파도의 청보리밭! 청보리가 가득한 가파도는 서귀포시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요. 배편 예약 방법부터 가파도를 즐는 꿀팁까지 소개해 드립니다. 운진항 (가파도·마라도 정기여객선 대합실) -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최남단해안로 120- 문의 : 064-794-5490 (운진항)- 주차 : 자체 주차장 이용 (무료)- 기상악화 시 운항시간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여객선 이용 시 신분증을 지참해주세요. 사전 예약을 했더라도 운진항에 도착하면 승선 신고서를 작성해 신분증을 가지고 창구에서 발권을 하면 되는데요. 출항 10분 전에 발권이 마감되니 여유롭게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발권 시 돌아오는 배편까지 총 2장의 왕복 승선권이 지급되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발권을 마친 후 승선권과 신분증을 제시하고 여객선에 탑승하면 약 10분 뒤 가파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가파도 -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이용요금 : 자전거 대여(1일) 1인용 5000원 / 2인용 1만원 마라도와 제주도 본섬 사이에 있는 가파도는 섬의 모양이 가오리를 닮아 가파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섬 전체를 걸어서 이동하면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요. 가파도 선착장 앞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배 시간에 맞춰 여유롭고 편하게 제주도의 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파도 청보리밭 - 가파도 청보리 축제 : 2024.4.6.(토)~2024.4.28.(일) 기간 중 주말(토,일)- 이용요금 : 무료- 문의 : 064-794-7130 (가파리 사무소)- 출입금지 표지판 또는 울타리가 있는 청보리밭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가파도는 섬 대부분이 논밭으로 이루어져 있어 발길이 닿는대로 움직여도 어디서든 초록빛으로 물든 청보리를 만날 수 있는데요. 매년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청보리 축제를 진행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제주도 봄 명소로 꼽히는 곳이에요. 올해는 4월 6일부터 28일까지 주말 동안에만 축제를 진행해 청보리밭 풍경과 함께 올레길 걷기, 소망돌탑쌓기, 보물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요. 이곳은 제주도 본섬과 마라도 중간에 있어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산방산과 마라도가 뚜렷하게 보여 4월에는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와 함께 예쁜 사진을 남기기 좋은데요. 특히, 가파도에서 제일 높은 소망 전망대에서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소망 전망대로 가는 청보리밭 길은 아기자기한 장식물들로 꾸며져 있어 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기에도 좋으니 가파도 여행 중 함께 들러보세요. 청보리로 만든 아이스크림부터 봄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청보리밭까지 청량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이곳으로 4월 봄 여행을 떠나보세요. 출처 : 대한민국 구석구석 SNS * 위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사진 이상민 행안부 장관, 지역 수출기업을 위한 정책지원 방안 논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8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8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접견하고 지역 수출기업을 위한 정책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국민이 말하는 정책 장애인 친화 미용실에 가보니~ 머리 헹굴게요. 시원하시죠? 미용사가 한 올 한 올 정성껏 머리를 감겨주며 말했다. 잠시 후 머리 손질을 마친 고객이 거울을 보며 말했다. 아이고 짤막하니 참 좋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 여느 미용실 상황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보인다. 일단 한 사람 당 이용 공간이 무척 넓다.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의자에는 신체를 고정해주는 끈이 있다. 바로 옆에는 전동 휠체어 리프트도 구비돼 있다. 그렇다. 이곳은 장애인을 위한 미용실이다. 노원구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서울시 노원구에 있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 더휴 2호점을찾았다. 2022년 노원구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 더휴(1호점)를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예약이 넘쳐 1호점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했다(옆에서 머리를 하던 어르신이 1호점만 있을 때는 예약이 안 되더라라고 거들었다). 지난해 말 2호점을 열었다. 소문은 타고 흘렀다. 타 지자체에서 견학과 관련 문의가 쏟아졌다. 노원구청 장애인복지과 김기곤 팀장이 장애인 친화 미용실에 대해소개해주고 있다. 이곳은 제안부터 인테리어 계획까지 장애인 당사자들이 했어요. 턱도 없애고 바닥도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로 했고요. 노원구 김기곤 팀장(장애인복지과)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들어오는 입구에는 휠체어 이동이 편리한 데크가 조성돼 있었다. 또 출입문 아래 점자 블록과 개폐 버튼을 설치했다. 미용실 내부에는 전동 휠체어 리프트와 전동 보장구충전소, 점자책 등이 구비돼 있다. 안내데스크 높이도 낮다. 휠체어를 탄 고객을 배려한 높이다. 화장실에는 곳곳에 손잡이 바를 조성해 안전을 도모했다. 세면대 거울은 경사지게 만들어 휠체어를 타고도 잘 보이도록 했다. 특수 제작된 미용 의자. 넓고 신체 고정 끈이 있으며 여러 각도로움직인다. 머리를 자르는 공간이 압권이다. 널찍한 공간에 미용 의자 3개. 그만큼 1인당 공간이 무척 넓다. 휠체어 이동을 고려해서다, 앞, 뒤, 옆 모두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의자마다 머리를 감길 세면대를 하나씩 설치했고 리모컨을 누르면 자동으로 의자가 옆으로 돌아가 세면대에 눕혀지도록 했다. 미용실 내 휴식공간. 특히 신경을 쓴 곳은 휴식공간이다. 넓은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다. 보호자나 간병인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더욱이 이곳에는 사회복지사가 상주한다. 그런 만큼 미용 외에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용사를 채용할 때 복지 관점에서 많이 봤어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받아야 하고 복지에 관심이 많아야겠죠. 여기 계신 미용실장님도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계세요. 점자책 등 관련 책자가 놓여 있다(왼쪽), 출입문에 점자블록을 설치했고 아래 쪽에도 개폐 버튼을 설치했다(오른쪽). 이용 대상은 노원구 거주 등록 장애인이다. 그런 까닭에 이곳에 전입을 고려했다는 장애인도 있었다고. 사실 노원구 거주 장애인으로 제한을 뒀는데도 대기해야 한다. 김 팀장은 궁극적으로 이런 미용실이 각 지자체에 많이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다행히 다른 곳에서도 하나둘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 생겨나고 있다. 전동보장구 충전소(왼쪽), 점자 안내판(오른쪽). 이곳을 찾는 연령은 골고루 분포돼 있다. 누구나 살면서 미용은 꼭 필요하니까. 무엇보다 비용이 착하다. 커트가 6900원, 염색이 1만5900원, 파마가 1만9000원. 더욱이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은 50% 감면을 받는다. 수, 일, 법정공휴일만 제외하고 월~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점심시간 오후 12시~1시) 운영하며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 가능하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 솜씨라 여느 미용실 못지 않다. 휠체어 높이에 맞도록 높이를 낮춘 안내데스크. 고객이 결제를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장애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환경이 돼야겠죠. 그렇지만 지금은 일반 미용실에서 장애인을 만나도 단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김 팀장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장애인 입장을 들어보니 미용실을 이용하면서 미안하고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미용실에가지 않고 집에서 자르거나 아예 자르지 않게 됐단다. 그런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가도 불편하지 않은곳을 만들고 싶었단다. 밖으로 나올 힘을 주었다는 게 가장 큰 의미 같아요. 가족들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발을 마친 오병근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머리가 깔끔해져서 아주 좋아요. 비용도 싸지만, 커피나 간식도 있어서 휴게실 같아 즐거워요(그는 지상낙원이라고 콕 집어말했다). 또 화장실도 얼마나 편리한데요. 이발을 마친 오병근(68세) 씨가 말했다. 그는 중증장애인으로 손발이 불편하다. 한창 젊은 40대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다른 병도 겹쳤다. 한 달에 한 번은 머리를 잘라줘야 하는데 여기가 생겨 살 것 같단다. 지금까지 3~4번 정도 왔는데 올 때마다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갈 때 다음 달 예약까지 할 수 있어 더 편하단다. 전동 휠체어 리프트. 처음에는 주로 청결에 초점을 두시죠. 거동이 불편하니 관리하기 쉽도록요. 그러다가 이곳이 익숙해지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미용 목적으로 오시기도 해요. 어떤 머리가 어울릴까 하고 물으시는 거죠. 하루에 10~14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러면서 말벗도 된다. 화장실 내부 거울은 휠체어 높이에서 보기 수월하게 만들었다. 저는 원래 제 가게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일하려고 한다니까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수입이 반토막나는데 굳이 왜 하냐고.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여기 엄마한테 딱 맞는 곳이야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는 미용실장은 오랫동안 미용실을 운영했다. 이전에는 유행에 민감했지만, 지금은 그런 요청은 받지 않는다. 간혹 왕년의 실력 발휘를 못 해 아쉽기도 하나, 그 이상의 보람이 있단다. 모두 고마워하며 다음에 올 날을 기다린다는 말이 참 따뜻하게 느껴진단다. 장애인 친화 미용실 더휴 입구.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는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 결과, 직전 조사연도(2018년도)에 비해 설치율은 9.0%p, 적정설치율은 4.4%p 높아졌다고 밝혔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 장애인 친화시설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머리를 다듬은고객의 뒷모습이 산뜻해 보인다. 봄이니까.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든찬란하길 바라는 계절 아닌가. 나는 그의 머리가예뻐 무심결에 내 머리를 매만졌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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