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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은 우리 세대의 역사적 임무

2024.09.26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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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재정을 받치는 보험료 수입과 기금운용수익의 두 축을 잘 유지하려면, 보험료율 인상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제출하고 연일 대국민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대통령이 “노인은 가난하고 청년은 믿지 못하는 지금의 연금제도는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강력한 연금개혁 의지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덕분에 연금개혁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세가지 연금개혁 목표를 중심으로 제시되었다. 첫째, 재정안정화를 통한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이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자고 제안하였다. 

정부안은 그동안 연금개혁 논의 과정을 균형적으로 반영한 절충안으로 보인다. 울트라 초고령화로 역피라미드 인구구조가 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안기는 적자연금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이 필수적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연금보험료율은 18% 수준이다. 정부의 보험료율 13% 인상안은 적자연금 구조 해소와 지속가능한 재정안정 달성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연금개혁공론화 과정에서 수렴된 수용 가능한 부담 수준이다. 적립기금을 활용한 기금운용수익률 1% 포인트 제고 전략으로 보험료 부족분을 일부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이번에 연금보험료율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1988년 제도도입 당시 3%-6%-9% 보험료율 단계적 인상 설계 이후 36년만의 첫 인상이 될 것이다.

정부의 자동조정장치(Automatic Adjustment Mechanisms) 도입안은 연금액은 조정 없이 급여율대로 받되, 연금액의 물가슬라이드에 가입자수 증감 및 기대수명 증감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제안되었다. 자동조정장치는 전세계적으로 저성장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내는 것과 받는 것을 일치시키는 큰 폭의 연금개혁이 완수된 상황에서 미래 불확실한 인구 및 경제 변동을 반영하는 미세조정(fine tuning)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보조 장치로 도입되었다. 

제도의 근본적 취지는 인구 및 경제 변동의 부담을 연금가입자인 미래세대의 몫으로만 남겨놓지 않고 연금수급자인 노령세대와 함께 지는 ‘세대 상생의 연대’를 구조화하자는 것이다. 잦은 연금개혁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탈정치화 장치기도 하다. 자동조정장치 적용으로 노령층 연금급여의 실질적 삭감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인구 및 경제 변동으로 연금가입자의 연금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므로 젊은층의 실질소득 감소도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자동조정장치를 통해 큰 폭의 연금급여 삭감이나 보험료율 인상이 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동조정장치는 그 취지의 합리성으로 OECD 국가의 2/3가 도입하고 있지만 국가마다 적용폭을 달리하고 있으며, 연금급여와 보험료율 조정폭을 제한하는 섬세한 제도설계를 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자동조정장치를 베이비붐세대 연금수급기에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며, 정부의 제안처럼 자동조정폭을 제한하는 하한선을 둘 수도 있다. 자동조정장치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만큼 본래 취지를 고려한 섬세한 설계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 연금개혁안의 또 다른 목표는 노후소득보장이다. 노후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연금개혁공론화 논의를 반영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소폭 인상과 함께 연금크레딧 강화 및 저소득자 보험료 지원, 의무가입상한 연령 조정을 통한 실질 소득대체율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기초연금액 인상 및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 및 연금수령 유도를 통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내실화로 노후빈곤 감소 및 소득보장의 충분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압도적으로 높은 노인빈곤율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빈곤층 노인의 대부분은 국민연금 수급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현세대 노인빈곤 문제는 기초연금 및 기초생활보장제도로 풀 수밖에 없고, 다음 세대 노인빈곤 문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개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세 번째 목표는 세대 형평성을 제고하여 청년세대 연금불신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들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를 제안하였으며, 연금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세대별 연금보험료율 인상속도 차등화 제안은 연금보험료율 인상이 미뤄져 옴에 따라 불가피하게 자녀세대에게 부담을 주게 된 부모세대의 배려를 반영한 한시적 조치다. 공적연금의 세대 수익비 차이를 세대 불공평성과 직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청년들의 세대 불공평 불만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제안이다.

이와 같은 정부 연금개혁안에 대해 뜨거운 공방이 재현되고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한 연금개혁을 나무 하나 하나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연금개혁의 역사적 임무를 내팽개치는 어리석음을 반복할까 우려스럽다. 

정부의 개혁안은 연금개혁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으며, 연금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특히 계속 미뤄온 보험료율 인상은 정말 시급하다. 연금재정을 받치는 보험료 수입과 기금운용수익의 두 축을 잘 유지하려면, 보험료율 인상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대한 이견과 적정 소득보장을 위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재편을 포함한 구조개혁 논의는 다음 세대의 노후보장이 핵심이므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시급하고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연금개혁을 해내는 국회의 역사적 책임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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