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혼인 무효과 혼인 취소는 어떻게 다를까?

법무부 블로그 2024. 5. 9. 14:00

 

 

 

사랑하는 두 남녀가 백년해로를 약속하며 하나의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혼인이라는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서로 등을 지고 쉽게 헤어지는 황혼이혼이 증가하였습니다. 부부는 화가 나서 싸움을 하여도 화합하기 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이 옛날 일이 된 듯합니다. 혼인이라는 한 번의 중대한 선택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으로 이혼 외에는 없는 것일까요? 혼인 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에는 혼인무효와 혼인취소도 있는데, 어떤 경우에 할 수 있을까요?

 

 

 

 

혼인무효와 혼인취소가 무엇인가요?

혼인관계를 해소하고자 하는 경우, 그 사유에 따라 혼인무효, 혼인취소, 이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합니다. 이혼은 혼인 후 살아가고 있는 동안 관계를 해소하는 것인데 반해, 혼인무효 또는 혼인취소는 혼인 전 사유로 혼인 관계를 해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혼인무효란, 민법 제815조에 저촉되는 사항이 있음에도 혼인 신고를 하였을 때, 그 혼인을 무효로 보고 혼인 관계를 소급하여 처음부터 없었던 것을 간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혼인 무효가 가능한 경우, 즉 요건은 ①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② 근친혼(8촌 이내의 혈족 관계)일 때, ③ 직계인척,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일 때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①의 요건이 실제로 문제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부부 중 일방의 일방적 혼인신고, 해외이주 등의 가장혼인 또는 위장결혼, 우리나라에 입국하기 위해 내국인과 결혼 후 가출하는 국제결혼이 구체적인 사례입니다.

 

민법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1.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2. 혼인이 제809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3.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直系姻戚關係)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혼인 취소는 민법 제816조에 해당하는 사유에 해당될 경우, 법원에 청구하여 취소 전까지의 혼인 관계는 인정하지만, 취소된 날로부터 장래에 대하여 혼인으로 인한 법률적 효과가 없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혼인 취소가 가능한 요건은 ① 혼인적령(18세)을 위반한 미성년자일 때(제807조), ② 혼인 의사 합치가 없었을 때, ③ 근친혼(제809조)이거나 배우자 있는 사람이 다시 혼인하는 중혼(제810조)이었을 때, ④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악질 기타 중대 사유가 있을 때, ⑤ 사기 및 강박에 의한 혼인일 때입니다.

 

 

민법
제816조(혼인취소의 사유)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1.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09조(제815조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제817조 및 제820조에서 같다) 또는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2.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지금부터는 사례와 판례를 통하여 혼인 무효와 혼인 취소에 대해 쉽고,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판례로 알아보는 혼인 무효

 

나도 모르게 내 명의로 혼인 신고가 되어있다면 혼인으로 인정될까?

첫 번째 사례입니다. A(피청구인)가 B(청구인)와 합의 없이 B의 인장을 위조하고 B 명의로 혼인신고서를 위조함으로써 A와 B가 혼인한 것처럼 혼인 신고한 사례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청구인과 합의 없이 청구인의 인장을 위조하고 이로써 청구인 명의의 혼인 신고서를 위조행사 함으로써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혼인한 것처럼 신고한 혼인의 효력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 해당되어 무효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며, 양성 간의 정신적, 육체적 관계를 맺는 의사가 있다는 것만으로 혼인의 합의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위와 같은 관계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혼인신고서를 위조하여 신고한 것에 대하여 B의 추인, 즉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 1983. 9. 27. 선고 83므22 판결]

※ 추인: 법률행위의 하자를 보충하여 완전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취소될 수 있거나 무효인 법률행위에 대하여 당사자의 추인이 있으면, 유효한 법률행위가 됩니다.

 

 

혼인신고를 하기만 하면, 유효한 혼인일까?

두 번재 사례입니다. 외국인 B는 한국에 입국하여 취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인 A와 혼인을 하고 혼인 신고한 사례입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혼인 무효의 사유로 규정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였습니다. 더불어, 한 사람에게만 참다운 부부관계 설정을 바라는 효과의사가 있고, 상대방에게는 그러한 의사가 결여되어 있다면,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것이기에 무효라고 본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본 사건에서 외국인 B은 A와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 없이, 단순히 한국에 입국하여 취업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인 방편으로 혼인신고를 한 것이기에 양 당사자 간 혼인 의사 합치가 없다고 보아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10.06.10. 선고 2010므574 판결]

 

 

 

판례로 알아보는 혼인 취소

 

재산 상속을 받은 후 혼인을 취소하면, 상속관계가 무효가 되나요?
첫 번째 사례입니다. A는 자신의 배우자인 B가 사망하자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고, 이후에 혼인이 취소가 되었습니다. 이 경우, 이미 상속받은 재산을 포함한 상속 관계가 소급하여 무효가 되거나 부당이득이 되는지가 문제가 되었던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본 사건에 대하여 ‘민법 제824조는 “혼인의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재산상속 등에 관해 소급효를 인정할 별도의 규정이 없는바, 혼인 중에 부부일방이 사망하여 상대방이 배우자로서 망인의 재산을 상속받은 후에 그 혼인이 취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전에 이루어진 상속관계가 소급하여 무효라거나 또는 그 상속재산이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앞서 살펴보았듯이 혼인 취소는 소급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걸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혼인 취소의 효과는 이전의 법률행위와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6.12.23. 선고 95다 48308]



출산 경력을 숨기고 혼인 신고하면 사기 결혼일까요?

두 번째 사례입니다. 한국인 A씨는 국제결혼중개업자의 소개로 베트남 국적의 B씨를 알게 되어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김제시에서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B씨와 결혼중개업자는 A씨에게 B씨의 출산 경력을 알린 적 없었기에 A씨는 출산 경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에 A씨가 B씨가 자신에게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사기 결혼에 해당하므로 혼인 취소를 주장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B씨는 13세 무렵 아동성폭력범죄의 피해를 당했으며, 이후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였으나 곧바로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었고 이후 8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본 사건에 대하여 ‘당사자가 성장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기고, 나아가 사회통념상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6.02.18. 선고 2015므 654판결]


성기능 장애가 혼인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세 번째 사례입니다. A씨와 B씨는 중매를 통해 혼인을 하고 신혼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B씨는 A씨가 무정자증을 앓고 있으며 성염색체에 선천적인 이상이 있어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혼인 취소를 청구한 사례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혼인은 남녀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도덕 및 풍속상 정당시되는 결합을 이루는 법률상, 사회생활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분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은 양성 간의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고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신가능 여부는 민법 제816조 제2호의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5.02.26. 선고 2014므 4734 판결]

 

 

 

 

혼인무효와 혼인취소의 차이점을 정리하자면

 

가장 큰 차이점은 혼인관계 증명서 등에 이력이 남는지 여부입니다.

혼인무효는 법률적으로 혼인 자체가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혼인사실 및 무효 사실이 서류상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단, 상세 혼인관계 증명서에는 혼인 및 무효 사실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력이 남지 않도록 하고 싶다면 상대방을 고소하여 유죄판결을 받아내고 혼인관계 증명서를 재작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혼인취소는 법률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혼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취소되기 전까지는 혼인이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며, 혼인관계 증명서에 혼인 사실 및 혼인 취소 사유의 이력이 남습니다.

 

두 번째 차이점은 청구권자입니다.

혼인무효 청구권자는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이 가정법원에 제기할 수 있으며, 소송 중 당사자 간의 합의 조정 없이 판결하는데 별도의 확정판결이 없이 법원의 허가만으로도 정정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혼인의 무효는 소급해서 효력이 발생합니다. 반면에, 혼인취소는 청구권자가 법원에 취소를 청구해야하고 법원은 이에 대해 취소 판결을 확정하여야 합니다. 연령을 위반하거나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은 혼인은 당사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근친혼은 당사자 또는 직계존속 또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중혼인 경우에는 당사자 및 그 배우자·직계혈족·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가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단, “혼인의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한다”(민법 제824조)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차이점은 소멸시효기간입니다.

혼인무효에는 소멸시효가 따로 없지만, 혼인취소의 경우 소멸시효기간이 있습니다. 아무리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할지라도, 미성년자가 19세가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성년후견종료의 심판이 있은 후 3개월 이내, 배우자의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 그리고 일방에게 심각한 정신적 장애나 성병이 있는 경우에는 6개월 이내에 즉시 소송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기간이 경과하면 혼인취소청구권이 소멸합니다. 다만, 민법 제808조에 따라 미성년자와 같이 혼인에 동의가 필요하더라도 동의를 받지 않고 혼인한 경우 그리고 6촌 이내의 혈족과 결혼하는 등의 근친혼이라 할지라도 혼인 중에 임신을 하게 되었다면 취소를 청구하지 못합니다.(민법 제819조)

 

마지막으로 자녀의 상속권입니다.

혼인무효는 혼인 기간 중에 자녀를 가지게 되었을 때, 혼인이 무효가 되면 그 아이는 혼외자가 되고 상속권이 없어지게 됩니다. 혼인취소의 경우, 혼인취소가 확정되면 혼인 중 출산자녀의 지위를 잃지 않고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합니다. 따라서 혼인무효와 다르게 혼외자가 되지 않고 상속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이 있음에도 혼인무효와 혼인취소 모두 과실이 있는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위자료와 같은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혼인생활을 통하여 형성한 재산에 대해서는 기여분에 따라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으로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제36조 제1항)고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혼인은 신뢰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체를 유지해 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부관계에는 의무와 책임도 수반되니 그 본분을 다해 행복한 혼인생활을 영위해 나갔으면 합니다.

 

 

 

 

글 = 제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박민성(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