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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한복판에서 농장을 만나다

2024.05.14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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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하철 역사는 단순히 지하철 승하차장에 머물지 않고 있다. 며칠 전 역삼역 지하공간에 약국과 병원이 있는 것을 봤다. 특히 약국 앞에는 자판기가 있어서 약국 문이 닫혀 있는 밤늦은 시각에 이용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마음속에 찜해뒀다. 이렇듯 최근 지하철 역사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시설이 입주하는 것을 지켜보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또 ‘어떤 시설이 입주할까?’라는 기대도 생긴다. 그런데 상도역을 오가다 메트로팜을 봤다. 

메트로팜은 지하철 역사에 있는 스마트팜이다.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 5곳에 메트로팜이 있다.
메트로팜은 지하철 역사에 있는 스마트팜이다.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 5곳에 메트로팜이 있다.

메트로팜은 지하철(Metro) 역사에 있는 스마트팜을 뜻한다. 스마트팜은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농업 방식을 가리킨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습도·햇볕량·이산화탄소·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서 제어 장치를 구동하여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첨단 농장이다. 메트로팜은 플랜티팜이 서울교통공사와 협업하여 구축한 도심 속 수직농장 모델이다. 지난 2019년 7호선 상도역에서 이어 5호선 답십리역, 7호선 천왕역, 2호선 충정로역, 을지로3가역까지 서울 시내 총 5곳의 지하철역에 메트로팜을 도입했다. 

메트로팜 상도점에는 팜카페가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 식음료를 즐길 수 있다.
메트로팜 상도점에는 팜카페가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 식음료를 즐길 수 있다.

메트로팜 상도점은 여느 메트로팜과 달리 내부가 꽤 넓다. 그곳엔 팜카페, 팜아카데미도 있다. 내가 그랬듯 전철 역사를 빠져나오는 행인들이라면 누구든 메트로팜을 지나가면서 잠시 분주한 발걸음을 멈춘다. 통유리창으로 비치는 내부는 널찍한 카페인데 정면에 수직농장이 있다. 벽면에 ‘당신이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농장’이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오가는 행인들로 끊임없이 붐비는 전철 역사 내 농장이다. 농작물이 수직으로 층층이 배치되어 있다. 파릇파릇한 채소를 보니 눈이 정화되는 것 같다. 그곳에 한 청년이 있었다. 메트로팜 상도점에서 근무하는 청년이다. 채소의 생육 환경을 점검하고 또 채소의 성장을 살펴보고 있다.  

메트로팜은 플랜티팜이 서울교통공사와 협업하여 구축한 도심 속 수직농장 모델이다.
메트로팜은 플랜티팜이 서울교통공사와 협업하여 구축한 도심 속 수직농장 모델이다.

김지영(가명) 씨를 만나서 메트로팜에서 근무하게 된 사연을 들어봤다. 메트로팜을 운영하는 기업, 플랜티팜에 입사한 지 어느 덧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영 씨는 농작물과 친숙하단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자주 갔다. 할머니가 농사짓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일하던 할머니가 가끔 허리를 펼 때면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청년이 스마트팜의 기기를 보면서 작물의 생육환경을 조절하고 있다.
청년이 스마트팜 기기를 보면서 작물의 생육 환경을 조절하고 있다.

지영 씨는 농부 할머니를 보면서 대학에서 원예과를 전공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몸을 움직이니 건강에도 좋고, 또 농작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뿌듯하고 수확하는 즐거움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졸업 후 플랜티팜에 입사했다. 플랜티팜은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플랜티팜은 농촌에서 흔한 노지나 비닐하우스 재배가 갖는 한계점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농작물 재배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하면서 지금의 스마트팜을 구현하게 되었다.    

스마트팜에서도 농작물의 성장을 살펴보면서 돌봐주는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스마트팜에서도 농작물의 성장을 살펴보면서 돌봐주는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지영 씨는 입사한 뒤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는 작물들의 생육 단계별 관리법, 스마트팜 기기 조작법 등을 배웠다. 대학에서 미래의 농업으로 스마트팜을 배웠던 적이 있는 터라서 생소하지 않았다. “스마트팜이라고 해도 100% 기계에 맡길 수 없어요. 사람의 노동력이 개입해야 하거든요. 씨앗을 심고, 수확하고, 양액을 제조하고, 기기를 조작하는 등등 사람의 몫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라면 자신과 같은 직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농작물 생육조건을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첨단 농장을 뜻한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농작물 생육 조건을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첨단 농장을 뜻한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첨단 농장이다. 최근까지 사람들은 전통적인 농장을 운영해왔다. 농촌에서 땅을 기반으로 노지나 비닐하우스에서 경작했다. 이는 농작물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토경재배 방식이다. 

스마트팜은 땅을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실내에서 경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농작물을 어떻게 키우는 것일까? 농작물을 물에서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이다. 이를 양액재배라고도 한다. 질소 등의 양분을 흙이 아닌, 물에서 직접 얻는다. 

밀폐된 실내에서 성장하다 보니 제초제, 살충제 등이 필요 없다. 그리고 농작물에 공급하는 물을 순환시켜서 사용한다. 또한 농작물의 생육 조건을 정확히 맞춰주니까 노지보다 더 빨리 성장한다. 무엇보다 기후나 기상 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수급 조절이 가능하다. 이렇듯 스마트팜의 이점이 많다. 

스마트팜은 기후 조건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연중 신선한 농작물을 공급할 수 있다.
스마트팜은 기후 조건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연중 신선한 농작물을 공급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농촌이 고령화되고 있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학업과 취업으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농촌에는 점점 노인 인구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미래의 농업인 스마트팜은 다르다. 스마트팜으로 청년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지영 씨 역시 같이 근무하는 직원 중에서 청년층이 절반을 넘긴다고 했다. 올해 4년 차에 이른 지영 씨는 스마트팜에서의 근무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농장에서 근무하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어요. 물론 육체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하지만, 거의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좋아요. 일부러 몸을 움직여 운동도 하는데, 스마트팜에서 농작물을 돌보는 자체가 운동이 되고 있으니깐요”라고 말한다.  

스마트팜이라면 지하철 역사처럼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스마트팜이라면 지하철 역사처럼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지영 씨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들에게 “자신이 흥미를 갖는 분야를 찾아서 도전해보세요. 저처럼 농사에 흥미를 갖고 있다면 스마트팜에 도전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지영 씨와 같은 청년들이 스마트팜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에 왠지 마음이 든든했다. 스마트팜은 전통적인 경작 방식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된 첨단 농법이다. 비좁은 공간에서도 생육 조건을 충족한다면 얼마든지 경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스마트팜에서 모든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는 작물의 종류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미래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주식인 쌀, 밀 등도 스마트팜으로 재배할 날이 도래할 거라는 희망을 살짝 품어 본다. 수많은 청년의 도전이 있기에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메트로팜 상도점은 신선한 채소를 구매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메트로팜 상도점은 신선한 채소를 구매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메트로팜 상도점 매장에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구매하는 조순애(가명) 씨가 있었다. “작년 이맘때 상도역에 내리면서 이 매장을 발견했어요. 매장 안에 농장이 있고 거기서 수확한 샐러드를 판매한다고 하니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육안으로 보면 알 수 있어요. 샐러드가 싱싱하잖아요”라고 말한다. 

60대 후반의 조순애 씨는 샐러드용 채소를 자주 구매한단다. “제가 올해로 69살이에요. 그동안 땅에 경작해서 씨 뿌리고 농사짓는 것만 보았어요. 그런데 수경재배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놀랐죠. 더구나 지하철 안에 농장이 생겨서 파릇파릇한 채소를 키우고 있으니 세상이 정말로 좋아졌어요”라며 첨단 기술의 발전이 놀랍다고 했다.  

출퇴근에 바쁜 직장인들은 매장 밖 자판기에서 샐러드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출퇴근에 바쁜 직장인들은 매장 밖 자판기에서 샐러드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지만, 청년층이 당장 농촌으로 이주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의 먹거리를 공급하는 농업을 포기할 순 없다. 우리의 농촌, 농업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안으로 스마트팜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와 협업하여 수직농장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내용 등을 담은 ‘스마트농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고, 최근 메트로팜 같은 도심 속 수직농장 복합 모델을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했으니 머지 않아 해외에서도 우리의 수직농장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윤혜숙 geowins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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