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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남북정상회담 이렇게 본다

‘만남’ 자체가 천지개벽 맞먹는 변화

2000.05.15 국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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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에 펴낸‘한 살림 통일론’모두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쓴 일 있다. 98년 8월말에서 9월초에 모처럼 9박10일간 북한을 다녀와서, 북한에 대한 내 인식이나 생각이 종전보다 많이 완화된 것을 스스로 안 느낄 수 없다. 사사로운 인간관계에서도 흔히 그런 경우를 겪는다. 서로 몇년을 두고 으르렁거리던 사람들끼리 어쩌다가 만나서 조곤조곤 몇시간 쯤 이야기를 나누며 어울리다 보면 그동안에 견원지간마냥 평생 원수로 삼을 듯이 으르렁 댔던 것이 어느새 눈 녹듯이 스르르 녹아들며 두사람 다 심히 면구스러워지고 어처구니 없어지기가 예사이다.

특히 가까운 이웃간이나 남달리 친숙했던 사람들 간에 어쩌다가 틀어질 때 더 길길이 뛰며 성을 내고 평생 안볼듯이 악을 쓰게 마련이다. 50년 너머 단절됐던 우리 남북관계도 궁극적으로는 바로 이런 것이었음이 북한 현지에 들어가서야 새삼 강렬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통일은 슬그머니 오는 것

요컨대 우리 남북관계란 어렵게 꾀 까다롭게 생각하자고 들면 한량없이 어려워지지만, 쉽게 쉽게 생각하자고 들면 이것처럼 쉬운 것도 없을 것이다. 남북간에 사사롭게 많이 만나고, 그렇게 개개적으로 정분을 쌓아가며 부분부분으로 형편형편만큼 서로 오며가며 남북간에‘한 살림’이 늘어나다 보면 그 어느날엔가는 슬그머니 벌써 통일이라는 것이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통일 한가운데 자연스럽게 들어앉아 있게 되지나 않을까 하고.

실제로 현‘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뒤 2년여 동안 꾸준히 일관성 있게 펴온 대북 완화정책으로 하여, 대표적인 이산가족의 한 사람인 나 같은 사람도 실로 48년만에 북한 땅을 밟아보는 감격을 맛 보았던 것이었다.

그렇게 북한땅을 밟아 보면서 내 마음 깊이 대번에 와 닿은 것은‘같은 산하’‘같은 핏줄’‘같은 말 같은 음식’공기 알갱이까지도 남북이 똑같은 그 절절한 원초적인‘분위기’였다. 도대체 이게 보통 일인가. 이때까지 우리 모두가 깊이 익숙해 있고 길들여져 있던‘남북대치’라는 저 삼엄한 세계에서 일거에 놓여난 이 느낌을 무슨 말로 표현해 낼 수가 있을 것인가.

바로 그렇게 지난 2년동안 소 천마리를 끌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 땅으로 들어가 온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정주영옹의 괴이하다면 괴이할 수도 있었던 정경을 비롯해, 활발하게 이뤄져 왔던 민간 교류의 누적위에, 명실공히 천지개벽에 해당할만한 놀라운 소식, 6월의 남북정상회담 소식까지 날아든 것이었다. 이거야 말로 우리 모두 꿈인가 생시인가. 세상이 급변해 간다고는 하지만 우리 남북관계에까지 이렇게도 급하게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인가 하고 거듭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때일수록 지나친 흥분은 금물이다. 그야 우리 국민 모두 흥분은 하면서도 곧장 28년전의‘7·4남북 공동성명’과 그 뒤 80년대로 들어서서의 남북간의 우여곡절, 92년에 발효된‘남북 기본합의서’의 무력화 등등을 줄줄이 떠올리며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이면서도‘그나저나 이번만은 그전하고 달리 그 어떤 결실을 기대할 수가 있을테지. 내외 정세로 보거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뒤 그 동안에 무르익어온 남북관계의 누적이 밑자락으로 깔려 있으니까’하고 기대 쪽도 만만치 않게 강하다.

아무튼 남북의 두 정상이 처음으로 마주 앉아 서로 상대의 눈속을 깊이 정면으로 마주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다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그것 자체부터 천지개벽에 맞먹은 변화인 것이다.

그야 50여년간 굳어온 남북관계가 하루아침에 대번에 풀려질 수는 없는 것이고, 이번 두 정상의 만남으로 일단 풀리는 쪽으로 최소한의 가닥이라도 잡힌다면 더 바랄것이 없는 것이다.

이번엔 기대 가져도 될 듯

하지만 통일, 남북통일, 언젠가는 우리 민족이 이뤄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이긴 할망정, 지난 50년간 너무너무 쉽사리들 남용해 오면서 그 용어에는 알게 모르게 때꾹이가 끼고 심지어는 더뎅이가 앉으면서 악성으로 권력화 되어온 면도 없지가 않았다.

즉 그 용어는 대목대목 생사람 잡는 용어가 되었고, 쓸데없이 남 겁주는데 써 먹히기도 했던 것이었다.

바로 이 국면에서 우리 모두가 일단 시원하게 해방부터 되어야 하지 않을가.‘통일’‘남북통일’이라는 상투어와 그렇게 빚어진 기괴한 억압감으로부터의 해방...

다가오는 6월의 남북정상회담을 우리 모두 진정으로 밝은 마음으로 조용히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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