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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양극화의 원인에 또다른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0년간 우리나라에서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은 불균형성장방식에 힘입은 바 크며, 이러한 경제성장 전략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1970년대 이후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진한 결과, 대·중소기업간 불균형적 관계가 고착화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과는 달리 대등한 당사자로서 적법절차에 따라 계약하고 이행하는 계약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대한 높은 거래의존도 등으로 인하여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행위,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 원자재 가격담합, 중소기업 핵심기술 탈취, 대금결제 지연 등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업의 융합화, 복합화 추세와 기술의 복잡성 확대 등으로 단일 기업 혼자 모든 것을 추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고, 이에 따라 글로벌 경쟁의 양상도 단일 기업간의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간의 경쟁으로 변화되는 추세에 있다. 그 결과, 개별 기업의 경쟁력은 스스로의 능력만이 아니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 네트워크 능력에 좌우되고 있고 더 나아가서 기업의 글로벌 경쟁 양상은 이제 개별기업간 경쟁에서 기업 생태계간 경쟁 또는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글로벌 기업환경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기업, 중소기업간 동반성장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필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인하여 대·중소기업의 관계에 있어서는 더 이상 시혜적인 상생협력이 아니라 윈-윈(win-win)을 위한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양극화의 극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 관행을 제거하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기업의 규모, 지역별·성별 소득 격차 등에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경제적 측면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대상으로서 소위 사회적 약자기업이라 하여 중소기업, 지방기업, 여성기업 등을 이들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물론 이들중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은 흔히 국가 경제의 뿌리라고 한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형태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형태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식도 자금지원, 세제지원, 판로지원, 창업지원 등 다양하다. 수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많은 분야중 하나가 공공구매를 통한 판로지원이다.
공공조달시장의 규모는 연간 120조원 수준(2010년 기준)으로서 국내 소비시장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는바, 이들 사회적 약자기업에 대한 지원비중을 보면 다음과 같다. 조달청의 공공구매를 통한 중소기업 지원은 규모면에서는 물론이고 전체실적 대비 점유비율에 있어서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바, 2011년의 경우 전체 조달사업(내자, 시설공사, 비축원자재 방출)의 경우에는 66.8% 수준이고 특히 내자의 경우에는 거의 80%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의 연방 중소기업법상 연방정부의 구매시 중소기업제품의 의무구매 비율이 23%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제품 구매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조달청을 통한 지방기업 지원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1년의 경우 관련 조달사업(내자, 시설공사, 비축원자재 방출) 규모의 68.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조달청을 통한 여성기업 지원규모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1년의 경우 관련 조달사업(내자, 시설공사) 실적의 5.3%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구매의 기본 원칙은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우수한 기업에 납품 기회를 주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라 하여 모든 기업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지원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부실기업의 퇴출과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 공공구매를 통한 판로지원에 있어서도 단순히 약자보호 중심의 지원정책, 양적 지원의 확대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양적 지원의 확대보다는 질적 지원의 강화를 통하여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의 중소기업제품에 대한 공공구매 지원정책은 품질 경쟁력 개선차원의 지원보다는 양적인 지원 위주로 추진된 측면이 강하였다. 가격과 물량 위주의 공공구매가 중소기업들의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함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었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7년에 폐지된 단체수의계약의 경우 매년 3~4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제품을 조합원 회사들로부터 수의계약으로 구매하였지만, 제도의 장점보다는 문제점이 부각되어 폐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상과 같은 중소기업, 지방기업, 여성기업 등 사회적 약자 기업에 대한 지원은 어느 정도까지가 바람직한가? 사회적 약자기업에 대한 지원의 정도는 공정사회의 건설에 기여하는 수준까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즉, 시장에 맡겨 놓을 경우 시장실패 (market failure)가 일어나는 부분까지 개입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이때의 시장실패에는 빈부 격차의 확대 등 경제적 문제로 야기되는 사회적 양극화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실패의 치유를 넘어서는 지원의 경우에는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 시장의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보훈복지단체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하여 필요 이상의 판로 지원을 하는 것은 시장경쟁력과 경제 효율성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들 보훈복지단체의 구성원에 대한 지원은 개별적으로 정부보조금 또는 세제지원방식에 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정부는 이와 같은 취지로 보훈복지단체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공공조달상의 판로지원을 수 년 내에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공공구매에 의한 판로지원제도는 사회적 약자기업의 어려운 여건을 보완해줌으로써 양극화의 방지와 동반성장에 기여하지만, 그 방향과 강도에 따라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측면을 감안하여 사회적 약자기업에 대한 지원과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균형감 있게 고려하는 공공구매정책을 추진해왔다.
앞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기업들이 정부의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 정책에 힘입어 경제적으로 불리한 여건하에서의 기업 경영을 탈피하는 한편,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을 통하여 공공시장에서 판로를 확보하고, 공공시장을 발판삼아 민간시장과 나아가서는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시기가 머지않아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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