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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부족한 국민, 그들을 위한 정부

[행복, 부탄에서 배운다] ③ 무상 공교육과 무상 의료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2017.09.19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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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는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이제 많은 이들은 성장과 개발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책브리핑>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쫓는 현실에서 히말라야 산자락 작은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3000 달러도 되지 않는 이른바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의 이야기를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의 펜을 빌려 싣습니다. 이 글을 통해 ‘국민총행복’을 위해 부탄 사람들이 가난을 극복하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부탄은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GNH)을 국정의 최고가치로 한다.

그렇다면 부탄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부탄은 우리나라 매스컴에서는 흔히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행복지수 1위’인 나라, ‘국민의 97%가 행복한 나라’로 소개된다.

그러나 나는 이런 식의 피상적인 소개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행복한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행복지수 1위는 조사 근거가 확인되지 않으며, 97%는 주관적 의식 조사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히말라야 산맥 약 2400m의 장소에 세워진 부탄의 수도 팀푸. 시내에 있는 아파트 전경.
히말라야 산맥 약 2400m의 장소에 세워진 부탄의 수도 팀푸. 시내에 있는 아파트 전경.

부탄 정부가 실시하는 국민총행복조사의 결과는 우리의 기대와는 매우 다르다. 2015년 국민총행복조사에 따르면, 부탄 국민 가운데 '행복한 사람'(happy people)은 43.4%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매우 행복한 사람'은 8.5%, '대체로 행복한 사람‘은 35%이다. 반면에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not-yet happy)은 56.6%나 된다. 47.9%는 ‘약간 행복’하고, 8.8%는 ‘불행’하다. 이 조사 결과에 대해 부탄이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이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실망한다.

그렇지만 나는 오히려 부탄의 국민총행복 조사에서 이 나라의 희망을 본다. 국민총행복조사는 앞 선 글에서 설명하였듯이 아홉 영역과 33개 지표를 중심으로 ‘국민이 실질적으로 행복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여기에는 ‘충분문턱’(sufficiency threshold)과 ‘행복문턱’(happiness threshold)이라는 두 개의 개념이 사용된다.

두 개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아홉 영역의 33개 지표 각각에 대해 충분문턱(기준)을 설정하고 국민들이 그것을 충족하고 있는가를 조사한다. 각 지표에 대해 대략 80점 이상을 받아야 충분문턱을 넘은 것으로 파악한다.

충분문턱의 충족도, 즉 33개의 지표 가운데 충분문턱을 넘은 비율에 기초해서 50%, 66%, 77%의 세 개 구분 기준(cutoff)을 정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을 네 부류로 나눈다. 즉 33개 지표 가운데 충분문턱 충족 비율이 49% 이하인 사람은 ‘불행unhappy’, 50~65%인 사람은 ‘약간 행복narrowly happy’, 66~76%인 사람은 ‘대체로 행복extensively happy’, 77% 이상인 사람은 ‘매우 행복deeply happy’으로 분류한다. 부탄 정부는 기준의 중간점에 해당하는 66%를 행복문턱으로 설정했다.

즉 33개 지표 가운데 적어도 2/3의 지표에 대해 충분문턱을 넘은 사람을 ‘행복한 사람’으로 정하는 것이다. 그 이하는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한다.

부탄 정부는 국민총행복 조사에 충분문턱과 행복문턱을 높게 두었다. 이유는문턱을 낮추면 국가의 역할을 스스로 낮추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 여긴다.
부탄 정부는 국민총행복 조사에 ‘충분문턱’과 ‘행복문턱’을 높게 두었다. 이유는 문턱을 낮추면 국가의 역할을 스스로 낮추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 여긴다.

부탄의 행복문턱은 매우 높다. 만약 부탄 정부가 충분문턱의 기준을 80점 이하로 낮추거나, 행복문턱을 66%가 아니라 50%로 낮추면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행복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인데, 행복문턱을 낮추면 국가의 역할을 스스로 낮추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행복문턱을 낮추지 않는 것은 국민행복을 바라보는 부탄 정부의 태도를 그대로 반증한다.

국민총행복 조사에 의하면 부탄 국민의 절반 이상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부탄의 GNH 정책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국민총행복위원회의 관리에게 “부탄에서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모른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은 관심이 없다. 우리의 역할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탄 정부는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 이들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맞춤형 정책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즉 부탄 정부는 국민총행복 지수를 전 국민에 대해서 측정할 뿐 아니라, 이것을 지역별, 성별, 도시·농촌별, 교육수준별, 연령별, 기혼·미혼별, 직업별로 측정하고 그에 맞추어 정책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시스템이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의식주의 결핍으로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앞으로도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이다.

부탄 토지위원회. 토지위원장 뒷편으로 왕 사진이 걸려있다.
부탄 토지위원회. 토지위원장 뒷편으로 왕 사진이 걸려있다.

만약 그들에게 적절한 교육기회와 건강한 생활이 보장된다면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난한 나라’ 부탄이 국민에게 무상으로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시스템은 매우 독보적이고 희망적이다.

부탄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공교육이 무료다. 공부는 잘하는데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가는 사람은 없다. 부탄의 5대 왕은 이렇게 말했다. “교육은 국가의 모든 정책에서 최우선순위다.” 부탄 정부는 국가 예산의 약 20%를 교육부문, 10%를 의료부문에 사용한다.

왕축은 부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인 공무원이다. 그는 10년차 공무원인데 동쪽 끝 타시강 종카그에서 기획부서를 책임지고 있다.

매달 2만 3000눌트룸(약 41만 원)의 봉급을 받고 있으며, 별도로 주택수당을 받지만 월급만으로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두 딸(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을 책임지기에는 빠듯하다. 그렇지만 그는 현재의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장래에 대해서도 별 걱정이 없다. 아이들 교육은 공부만 잘하면 나라에서 유학까지도 보내주기 때문이다. 아프면 무료로 치료 받을 수 있다. 왕축은 정부의 무상교육으로 대학까지 졸업했다.

풀바는 관광 가이드다. 관광회사에 10여 년간 근무하다가 지금은 개인차량으로 관광가이드를 하면서 생활한다. 작은 호텔의 카운트를 보는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 6학년 두 딸이 있다.

풀바는 부탄어(종카)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10학년 때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공립 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자비로 인도의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자기 딸들이 공부를 잘해서 반드시 공립학교를 가서 대학까지 무상으로 다니기를 바란다.

주말에 거리에 나온 인도 노동자들.
주말에 거리에 나온 인도 노동자들.

부탄의 국민총행복은 그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경제성장주의와는 철학적 이론적 기초가 다르다. 경제성장주의는 기본적으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수출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효과가 사회 전반에 흘러 넘쳐,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낙수효과 이론에 대해 카르마 치팀(부탄 국민총행복위원회 전차관, 현 인사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경제가 성장해서 낙수 효과에 의해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마치 물을 채워 바다에 있는 모든 배를 떠오르게 하는 것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직접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낙수효과마저 우리나라에서는 IMF 경제위기 이후에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부탄의 국민총행복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직접 제공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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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도 (재)지역재단 이사장 충남대학교 경제학과에서 35년간 경제발전론, 농업경제학, 정치경제학 등을 가르치며 연구했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에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지역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지역재단(KRFD)을 세워 2014년부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충남연구원장 재직시 부탄을 첫 방문한 후 2013년 부탄을 다녀오고 2015년에는 두 달간 체류했다. 2017년 2월 ‘부탄행복의 비밀’을 출판했고, 최근에도 부탄을 다녀오는 등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 ‘국민총행복’을 모든 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부탄 정부의 국민총행복정책을 한국의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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