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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OFF, 가족의 정 ON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가족치유캠프 가보니…

2016.08.25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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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내 손안의 세상’이라는 카피처럼 세상의 모든 정보를 손안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편리해진 만큼 스마트폰은 삶의 균형을 깨뜨리는 주범으로 자주 지목되곤 한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해도 각자 스마트폰을 보느라 대화 한마디 하지 않는 가족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9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 조사’에 따르면, 학령전환기(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청소년 중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약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이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전국 220여 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통해 상담·치료, 기숙형 치유특화 프로그램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해오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4~6학년 대상의 가족치유캠프는 지난해 450가족에서 올해 800가족으로 확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치유캠프는 전문가들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정도를 진단·평가해 청소년의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우고 가정에서 부모와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집단상담, 부모교육, 체험 활동, 인터넷·스마트폰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 활동과 가족 중심의 의사소통 참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녀와 부모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치유캠프는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한번 꼭 가봐야 한다”며 입소문이 날 정도로 효과가 입증돼 있다. 2박 3일간의 가족치유캠프에서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스마트폰의 지나친 사용으로 매일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붉히던 청소년과 부모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기자가 직접 캠프에 참여해봤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학부모와 청 소년 50명이 충북 제천 박달재청소년수련원에서 진 행된 가족치유캠프에 참가했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학부모와 청소년 50명이 충북 제천 박달재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된 가족치유캠프에 참가했다.

20만 명 청소년에게 맞춤형 서비스 지원

8월 중순,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박달재청소년수련원에는 폭염을 잊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시끌벅적하게 울려 퍼졌다. 이날 수련원 대강당에는 경기 군포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온 25명의 청소년과 25명의 학부모가 ‘가족미니운동회’를 열고 있었다. 동그란 과자를 빨대로 옮기는 게임이었는데, 팀별로 누가 더 많이 과자를 옮길지에 대해 경쟁이 한창이었다.

“자, 더 빨리! 이쪽으로 넘겨주세요~.” 엄마와 아이들의 빨대가 바쁘게 과자를 옮기는 사이 어느덧 시간이 다 됐다. “자~ 여러분, 이제 마무리해주세요! 5, 4, 3, 2, 1~!” 진행자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온몸에 힘이 풀린 아이들과 부모들의 표정도 한층 여유롭게 풀어졌다. “빨대로 과자를 옮기는 게임은 C조가 승리했습니다!” 결과가 발표되자 A, B조에서 실망하는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이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과자 먹기에 바쁜 아이들에게 게임의 승패는 큰 의미가 없는 듯했다.

캠프에 참여한 가 족들은 가장 먼저 미니운동회를 통해 어색함을 없애 고 친밀감을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캠프에 참여한 가족들은 가장 먼저 미니운동회를 통해 어색함을 없애고 친밀감을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들은 평소 스마트폰을 얼마나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지 각자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들은 평소 스마트폰을 얼마나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지 각자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군포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명소연 센터장은 “가족미니운동회는 캠프에 처음 참여하는 가족들이 서로 얼굴도 익히고 긴장을 풀면서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몸으로 부딪히고 웃으면서 즐겁게 게임을 하다 보면 어른들끼리도 금세 친해진다”고 말했다.

가족미니운동회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캠프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들 중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뒀다는 한 어머니에게 캠프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는 “큰아이가 스마트폰 중독이 심해서 둘째 아이는 초기에 버릇을 잘 들이고 싶어서 둘째 아이와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며 “함께 캠프를 하면서 아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가족미니운동회로 긴장을 푼 가족들은 ‘스마트폰 세상 들어가기’를 통해 스마트폰을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에는 청소년들과 학부모가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아이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어떤 용도로 몇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발표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OOO입니다. 저는 하루에 스마트폰을 3시간 정도 보며, 주로 게임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평소에 스마트폰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친구들은 어떤 목적으로 몇 시간 동안 사용하는지 ‘인지’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명 센터장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보면 사고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이유 등에 대해 생각해보고, 공부가 싫어서 회피하는 수단이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게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간 부모들은 평소 아이와 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갈등과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체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스마트폰 세상 살펴보기’라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1일 차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가족 간에 서로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게임을 한다. 게임을 통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고 정해진 포스트에 도착하면 부모는 아이에게, 아이는 부모에게 그동안 미안했던 이야기와 고마웠던 이야기 등을 해야 한다. 게임에 참여했던 한 어머니는 “그동안 아들이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이야기해줘서 깜짝 놀랐다”면서 “잘 모르던 아들을 알게 된 것 같고,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캠프를 통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놀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사진=군포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아이들은 캠프를 통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놀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사진=군포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부모들도 아이들을 이해하는 방법 배워

가족치유캠프 2일 차의 오전에는 ‘스마트 세상, 꿈꾸러기 되기’와 ‘부모교육 : 친한자’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이 시간에 ‘내 꿈은 무엇이었는지, 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게 된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을 근본적으로 멈추기 위해서는 궁극적인 내 삶의 꿈이 무엇인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아보게 된다.

이날 캠프에서는 부모님의 반대로 운동을 포기한 아이가 다시 꿈을 되찾는 사례도 있었다. 여러 친구들 앞에서 그동안 포기해왔던 ‘축구선수’가 진짜 자신의 꿈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당 학생은 친구들과 부모님 앞에서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하기 보다 ‘축구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이와 더불어 부모들 역시 ‘친한자’ 교육을 통해 아이들과의 관계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친한자’는 부모와 아이가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아이의 행동에 ‘한’계를 정하고, ‘자’율성의 원리로 행동을 조절하라는 뜻이다. 명 센터장은 “이론만으로는 부모들이 아이를 대하는 방법이 고쳐지지 않는다”면서 “아이와 이야기할 때 ‘눈을 마주치고 경청한다’, ‘이해해준다’ 등을 연습해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캠프에 참여한 한 어머니는 “친한자 부모교육을 통해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면서 “전혀 기대하지 않고 캠프에 참여했는데, 정말 많이 배웠고 많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폭염을 날려버릴 수 있는 ‘물놀이’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초등학교 4~6학년 자녀들과 물놀이할 기회가 없었던 부모들은 간식으로 나온 떡볶이와 옥수수도 먹고, 물총놀이를 하면서 오랜만에 시원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한 어머니는 “아이들과 물놀이를 한 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면서 “이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관계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2일 차 저녁에는 ‘행복 만들기 3단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들 간에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부모와 아이들은 함께 포크댄스를 추면서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다 보면 쌓여 있던 마음의 벽도 쉽게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물놀이를 하며 친밀감을 높이고 돈독한 유대감을 쌓았다.(사진=군포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부모와 아이가 함께 물놀이를 하며 친밀감을 높이고 돈독한 유대감을 쌓았다.(사진=군포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눈물과 감동의 2박 3일

3일 차 아침에는 ‘스마트 세상 행복 다지기’ 시간을 통해 가족 간의 화합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쓴 편지를 주고, 아이도 부모에게 쓴 편지를 전달한다. 서로의 편지에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진심’이 담겨 있었고, 편지를 받아든 몇몇 부모의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다.

한 어머니는 “아들과 서로 편지를 통해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았다”면서 “아이를 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아이가 나한테 일부러 반항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 아들과의 관계가 많이 부드러워졌다”며 감동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포크댄스와 편지쓰기 등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군포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부모와 아이들이 포크댄스와 편지쓰기 등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군포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마지막으로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를 손에 들고 집으로 향하면서 가족들은 서로에게 포옹과 눈물로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눈물과 감동이 함께했던 2박 3일간의 가족치유캠프는 막을 내렸다.

캠프를 끝낸 후 이틀째 되던 날 한 어머니는 “매일 아들과 스마트폰을 가지고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살얼음판 속에서 살았는데, 캠프를 다녀오고 나서는 아들과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룰을 만들어 한 번도 트러블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우리 집에 평화가 찾아온 것 같고,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하고 싶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명 센터장 역시 “캠프를 통해 가족들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가족 간의 친화력인 것 같다”면서 “몰랐던 아이의 고민과 생각을 이해하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하는 가족치유캠프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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