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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불국사

[옛 문헌작품 속 국립공원 기행] ④ 초의의 불국사시 뒤에 쓰다(김정희)

최규홍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문화자원과 주임

2018.0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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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잘 보존되어 온 자연만큼이나 국립공원 안에는 잘 간직해 온 문화유산이 있다. 이러한 국립공원을 옛 선조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과거의 국립공원은 우리의 선조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답은 옛 문헌 속에 있다. 솔솔부는 바람과 청명한 하늘, 다가오는 이번 가을에는 옛 문헌작품 속 국립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편집자 주)

최규홍 경주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 주임
최규홍 경주국립공원사무소 문화자원과 주임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사적형 공원인 경주국립공원은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불교문화의 백미인 불국사, 석굴암을 품에 안은 토함산과 ‘불교노천박물관’으로 불리는 남산을 비롯해 8개 지구로 나뉜다.

그 중 토함산 중턱에 자리한 불국사(사적 제512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때 발달한 과학 기술과 건축술, 예술적 감수성을 담아 불국사를 창건했으며 이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명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곳이지만 그 오랜 역사와 유명세만큼이나 숨겨진 이야기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잘 알려지지 않는 많은 일화 중에서 추사 김정희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추사체를 일군 조선 시대 대표 서예가다. 벼슬은 병조참판과 성균관 대사성에 이른다. 금석학에도 조예가 깊어 1816년과 1817년에 걸쳐 현재 북한산국립공원 비봉에 있던 오래된 비석(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국보 제3호)이 신라 진흥왕의 순수비란 사실을 알아냈다.

또 현재 경주국립공원에 있는 무장사지에서 아미타불상의 제작 내력을 담은 깨진 비석 일부(무장사지 아미타불 조상사적비, 보물 제125호)를 찾아내기도 했다.

불국사 다보탑.
불국사 다보탑.

이 무렵 김정희와 불국사 인연이 시작된다. 1817년 김정희와 절친한 초의선사가 경주에 머물고 있었다. 초의선사는 법명이 의순(1786~1866)으로 올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해남 대흥사의 제13대 종사이자 국내 다도의 중흥자로 유명한 스님이다.

김정희와 초의선사의 깊은 교류는 서로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로 알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초의선사가 불국사에 머물며 지은 시에는 김정희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불국사에서 옛일을 생각하며 9수 [佛國寺懷古 九首 丁丑六月在慶州]
오래도록 순시하고 있는 그대가 못내 그리워 / 苦憶先生久在行
자하문 밖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네 / 紫霞門外看新晴
세상에서 불국은 차라리 얻기라도 쉽지만 / 佛國人間寧易得
서로 만나 못 다한 정을 누릴 수 있을까 / 相邀始可遂閑情

이 시는 총 아홉수로 이뤄진 연작시로 해당 내용은 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시의 앞부분은 불국사의 풍경과 역사적인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김정희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 시를 접한 김정희는 아래의 시를 지어 화답했다.

초의의 불국사시 뒤에 쓰다 [題草衣佛國寺詩後]
연지의 다보탑이 법흥의 연대라서 / 蓮地寶塔法興年
선탑의 꽃 바람이 한결같이 아득하이 / 禪榻花風一惘然
이게 바로 영양이 뿔을 걸어 놓은 데라 / 可是羚羊掛角處
어느 누가 괴석에다 맑은 샘을 쏟았는고 / 誰將怪石注淸泉

초의선사가 지은 총 아홉수의 시를 압축하면서 법흥왕시대의 찬란한 문화가 사라짐을 아쉬워하고 현재의 풍경을 묘사하는 내용이다. 마지막 연에서 물이 수구를 통해 연지의 괴석 위로 떨어지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 지금도 비가 내리는 날 불국사 청운교 옆에서 볼 수 있다.

불국사 수구.
불국사 수구.

김정희와 초의선사가 주고받은 시의 소재가 된 불국사는 다른 이들에게도 영감을 주어 수많은 문학작품과 설화의 대상이 되었다. 경주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놀라운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신라 천년의 수도였던 경주에 그 천년의 문화유산이 또 천년을 지나도록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길었던 무더위를 뒤로하고 어느새 청량한 가을을 기다린다. 높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붉게 물든 불국사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을 것이다. 잘 보존된 신라 문화 유적과 조화로운 자연경관을 간직한 경주국립공원에서 신라 천년 역사의 숨결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불국사의 가을.
불국사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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