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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족도 한글 쓰는데 정작 우리는?

10월 9일 한글날에 돌아보는 한글 사용 실태

2019.10.09 정책기자 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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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점은 더부룩하고 브런치는 상콤하며 장화는 일해야 하고 레인부츠는 데이트 가야하는가?’ 몇 해 전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글의 일부이다. 표기문자가 없었던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부족어 표기법으로 채택한 지 벌써 10, 여전히 한글을 잘 사용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렇다면 정작 우리는 어떨까

일상에서 영어와 외래어 사용이 흔해진지 너무 오래됐다. 버스에는 큼지막한 ‘STOP’ 글씨가 하차벨이라는 글자보다 더 크게 눈에 들어온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숱한 영어 간판과 외국어의 상품명들이 익숙하다. 세계화 시대라고는 하지만 어쩌다 만나는 한글 상호명과 제품 이름이 참 예쁘다고 느껴질 정도로 오히려 한글 이름이 귀해졌다.  

스트레스처럼 한 단어로 대체할 우리말 단어가 마땅치 않고 일상에 이미 깊이 뿌리내린 외래어가 아니라면(스트레스도 대체할 만한 단어가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대체할 우리말이 있는 경우에도 왜 이리 영어에 익숙해졌을까? 

아무리 간단한 영어단어여도 영어가 더 익숙한 요즘이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는 흐름을 감안해도 영어가 더 흔하게 쓰이고 익숙한 요즘이다.

SNS에서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카메라대신 우리말인 사진기라는 단어를 썼는데 아주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다고. 어느 대화자리에서 누군가 하이어라키(hierarchy)’가 어떻고, ’내러티브(narrative)’가 어떻고~ 라며 한 두 문장에 한 단어 이상씩 영어 단어를 넣어 이야기를 한다. 위계질서나 줄거리라고 말하면 지적 수준이 의심 받기라도 하는 걸까?  

영어와 외래어, 번역투 문장이 흔해진 것은 물론이고 우리 일상에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표현은 더 많다. 일제강점기 35년이 남긴 잔재는 언어에도 잔뜩 남아있다.

우리 말과 글을 빼앗겼던 역사가 불과 얼마 전이다.
우리말과 글을 빼앗겼던 역사가 불과 얼마 전이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찾은 자료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제시대에 소학교 교육을 받고 광복을 맞이했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치, , , 이렇게 숫자를 세셨다. 말과 글을 빼았겼던 시기에 태어난 이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그러나 일제강점기는 반세기도 이전의 일이었고 지금은 그 잔재를 지워나가야 마땅할 때 아닌가?   

올해 기사 잘 쓰는 법이란 주제로 현직 기자에게 듣는 강연에 참석한 적이 있다. 현직 기자에게 듣는 생생한 기사 쓰는 법에 조금은 관심이 혹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기자가 입을 열자 나와바리’ ‘야마라는 일본어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자들이 현장에서 쓰는 단어들이라고 했다. 광복절 무렵이었다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된 올해 광복절 무렵에 듣기에는 매우 껄끄러운 단어들이었다.

창씨개명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을 보여주는 호적부.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이 우리글과 말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흔적들을 박물관에서 마주하며 너무나 쉽게, 혹은 무의식 중에 아무렇지 않게 써온 영어 단어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영어 문법은 1문장의 형식부터 마지막 장까지 줄줄 읊을 수 있지만 정작 우리글인 국어 문법은 영 하찮은 지식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주시경 선생이
주시경 선생이 운영한 한글배곧(조선어강습원)의 우등 증서인 솟재보람.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자료.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예산에 국어 사용과 관련하여 공공기관의 보도자료를 사전 감수하고 현황 점검을 할 수 있는 안건을 제안한 바 있다
. 또 행정안전부도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어투 표현 80개를 선정해 우리말로 바꿔 쓰도록 단계적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문화재 등 공공시설에서 잘못된 표현과 어려운 한문 등을 한글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없이 부족하다. 전 세계에서 고유한 말, 더구나 글을 갖고 있는 민족은 소수이다. 유네스코는 문맹 퇴치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이나 단체에 매년 세종대왕상을 수상하고, 소설가 펄벅은 한글을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칭한바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쓰고 동남아에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분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우리는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어떠한가? 비단 109일 한글날뿐 아니라 더 자주 되새겨볼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진윤지 ardentmith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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