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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결혼식장에서 열린 가장 작은 결혼식~

정책기자 최병용 2020.09.29

자녀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묻는다. “왜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호텔에서 결혼식을 해?” 그러면 대부분 돌아오는 답은 이렇다. “그동안 뿌린 게 얼만데.” 참 씁쓸한 한국 결혼 문화의 이면이다.

내 자식이 결혼한다고 하면 나는 작은 결혼식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최근 트랜드 조사에서 작은 결혼식 의향 비율이 70%에 달한다니 젊은층에서 서서히 작은 결혼식 문화가 확산되는 듯하다. 

작년에 큰 조카가 결혼하며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작은 결혼식의 문을 열었다. 양가 하객 50명 이하로 사방이 탁 트인 결혼식장에서의 예식이 너무 보기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로나19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를 예견한 결혼식 같았다.

작년에 결혼한 조카가 50인의 하객을 초정하는 작은 결혼식을 치르는 모습이 보기좋다.
작년 조카의 작은 결혼식 모습.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실내는 50인 미만, 야외는 100인 미만의 행사만 가능한데 결혼식도 이에 해당된다. 얼마 전 둘째 조카가 결혼식을 한다고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왔다. ‘이 시국에 결혼식?’하고 의아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꼭 가봐야 할 결혼식이었다.

예식장은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손소독제 사용하기 등 주의 사항을 준수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예식장은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손 소독제 사용하기 등 주의 사항을 준수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이번 조카의 결혼식은 에코 웨딩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에코 웨딩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는 결혼식으로 양가 하객을 직계가족으로 최소 인원만 초청, 친환경적인 천으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종이 청첩장 대신 모바일 청첩장으로 결혼 소식을 알리며, 피로연 대신 핑거푸드를 선물로 나눠주면서 아주 간소하게 치르는 결혼식이다.

피로연 대신 쿠키를 담은 핑거푸드를 결혼식에 참여한 하객들에게 나눠준다.
피로연 대신 쿠키를 담은 핑거푸드와 손 소독제를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나눠줬다.


에코 웨딩은 결혼식을 한 뒤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예식이다. 한 번 보고 버려지는 청첩장부터 웨딩 촬영, 웨딩드레스, 결혼식장에 장식된 꽃들과 부케, 뷔페 음식 등 결혼식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지키자는 결혼식으로 취지가 아주 바람직하다.

‘그런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서울 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는 서울숲 안에 유한킴벌리에서 2019년 5월 시민들이 에코 웨딩을 할 수 있도록 야외 결혼식장 ‘설렘 정원’을 조성했다. 

서울시와 유한킴벌리가 에코웨딩을 위해 서울숲에 조성한 '설렘정원'
서울시와 유한킴벌리가 에코 웨딩을 위해 서울숲에 조성한 ‘설렘 정원’.


매년 서울숲과 유한킴벌리에서 서울숲과 인연이 있는 예비 신혼부부 한 쌍을 선발해 설렘 정원에서 에코 웨딩을 지원하는데 이 공모에 당선되어 진행되는 결혼식이라니 더 특별하다. 요즘 젊은이들답지 않게 이렇게 작은 결혼식에 합의했다니 기특한 마음이 든다. 조카 부부에게 더 뜻깊고 기억에 남을 결혼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카의 결혼식은 세상에서 제일 큰 결혼식장에서 하는 가장 작은 결혼식이다. 에코 웨딩이라 양가 하객은 각 9명씩 총 18명만 참석하는 정말 조촐한 결혼식이지만, 서울숲을 찾은 많은 시민이 지나가며 “어머 정말 예쁜 결혼식이다. 나도 여기서 결혼식하고 싶다. 부럽다”라는 말을 하며 마음으로 축하해주니 그 어떤 결혼식보다 더 큰 결혼식이 됐다.

설렘 정원의 결혼식에는 적은 숫자의 하객만 초대했지만,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결혼식을 유튜브로 생중계해 온라인 하객이 300명 넘게 라이브로 시청하며 많은 축하를 보내줬다.

결혼식도 심심할 정도로 간단한 절차로 진행됐다. 신랑 신부가 동시 입장한 후 간결한 주례사가 끝나자 혼인서약, 반지 교환이 전부다. 축하 화환이 하나도 놓이지 않은 결혼식장이지만 설렘 정원에 핀 억새와 청사초, 샤스타데이지 등 다양한 꽃과 나비가 화환을 대신하니 오히려 풍족하다.

축하화환 대신 설렘정원에 핀 야생화, 억새, 청사초, 샤스타데이지가 결혼식을 더 빛나게 한다.
축하 화환 대신 설렘 정원에 핀 야생화, 억새, 청사초, 샤스타데이지가 결혼식을 더 빛나게 한다.


호텔 예식장에서 1시간 단위로 진행되는 결혼식은 마치 신혼부부 공장을 연상케 하는데 에코 웨딩은 격식을 파괴한 작은 결혼식이라 너무 편하게 진행된다. 신랑신부 행진이 끝난 후 신랑신부가 온라인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순으로 결혼식이 마무리되는데 2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허례허식에 치우친 우리나라 결혼식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방향이다.

요즘은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갈 인생을 설계하는 결혼식이 마치 화환 숫자를 자랑하고 화려함의 경연장으로 변한 거 같아 안타까웠는데 조카의 결혼식은 그동안 작은 결혼식을 주장해 온 내게도 아주 신선했다.

예식에 큰 비용을 들이는 대신 아낀 돈으로 두 사람의 살림살이를 더 알차게 꾸미는데 사용하는 에코 웨딩, 작은 결혼식은 코로나19 비대면 시대에도 아주 잘 맞는 결혼식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결혼식 문화가 바뀌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결혼식으로 느껴져 의미가 깊은 하루였다.

“국명아! 군대도 스스로 특전사를 자원하고, 이라크 파병도 지원했던 네 강인함이 이어져 결혼식도 이처럼 알뜰한 걸 보니 앞으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 느껴진다. 결혼 진심으로 축하한다. 삼촌이~”



최병용
정책기자단|최병용softma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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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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