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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강점기에 떠난 군산 여행

정책기자 박은영 2020.07.08

고단함보다 불편함이 먼저였다. 아들과 딸이 거의 집에 있다. 자주 장을 보고 매 끼니 밥을 챙겼다. 아이들은 늦은 새벽에야 잠들었고 여파는 분명했다. 아침 수업 출석 체크를 못해 선생님께 전화가 오거나, 인터넷 영상을 켜둔 채 편하게 조는 일이 많았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때로는 지치고 가끔은 우울했다. 3개월여의 시간 끝에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좌우지간 떠나자’고 말이다. 

군산역에 도착한 후 마주한 방역 현장
군산역에 도착한 후 마주한 방역 현장.


작년부터다. 친한 사람들에게 군산으로 떠나자고 후렴구처럼 말했다. 2017년 군산 야행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시야가 탁 트이는 낮은 건물들은 반듯하며 가지런했고, 세월의 사연을 품은 장소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로 ‘집콕’ 격리 중이던 내 마음은 이미 군산이었다. 2박 3일, 이번엔 18세 딸과 함께다.  

군산역에 도착한 순간, 손 소독제와 열화상카메라가 우리를 맞았다. 숙소로 향하기 전 버스를 타고 군산의 첫 관광지로 행했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인 ‘미운우리새끼’에서 이상민이 이걸 먹으로 군산에 왔다던 짬뽕집이다. 야들야들한 홍합이 산처럼 쌓인 진한 해물맛의 짬뽕으로 배를 채운 후 본격적이 관광이 시작됐다. 

군산 근대미술관
군산 근대미술관
근대미술관에 도착하자 열을 재고 손소독 후 방문자 명단을 작성했다
근대미술관에 도착하자 열을 재고 손 소독 후 방문자 명단을 작성했다.


군산의 여행테마는 ‘역사’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수탈과 이에 대한 항거의 흔적이 또렷하게 새겨 있는 도시다. 근대화거리에 들어섰다. 근대역사박물관부터 호남관세박물관, 근대미술관, 근대건축관과 군산항쟁관까지 당시를 기억하는 시설들을 둘러봤다. 이 모든 장소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차가 없어도 불편함이 없었다. 

1908년에 준공된 호남관세박물관, 서울역사와 한국은행본점과 더불어 국내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다.
1908년에 준공된 호남관세박물관.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과 더불어 국내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다.


관광지에 특히 필요한 것은 안전과 예방이다. 군산 역시 마찬가지다. 근대미술관이나 근대역사박물관, 군산항쟁관 모두 마스크 없이 입장이 불가했다. 손 소독제와 더불어 열을 재고 시간차를 두고 입장을 시켰으며, 사진을 찍을 때도 마스크를 내리지 못하게 철저하게 단속했다. 또한,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경우 스티커를 옷에 부착해 안전하게 다른 관광지를 관람할 수 있도록 관리했다. 

최근에 등록문화재 184호로 지정된 해망굴을 찾았다. 영화 촬영지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 이곳은 알고 보면 슬픈 장소였다. 1926년 호남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좀 더 빠르고 편하게 항구로 나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진포해양공원의 뜬다리부두 역시 그랬다. 간조와 만조의 수위 변화와 무관하게 대형 선박을 접안시키기 위해 조성한 일제강점기 쌀 수탈 항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순간이다.

군산이 전북지역 최초 3.5 독립만세운동이 있었던 곳임을 알리고 민족항쟁의식과 역사속 아픔을 배울 수 있도록 조성된 군산 항쟁관,
군산이 전북 지역 최초 독립만세운동이 있었던 곳임을 알리고 민족항쟁 의식과 역사 속 아픔을 배울 수 있도록 조성된 군산항쟁관.


해망굴을 벗어나 걷기 시작하니 영화의 거리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관’이 멀지 않았다. 극중 한석규와 심은하의 흔적이 남아 있는 승용차와 오토바이도 볼 수 있는 한결같은 군산의 인기 관광지다. 

일본인 지주의 생활상과 이들의 농촌 수탈 역사를 알 수 있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도 주변에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 역시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졌고, 그만큼 코로나 예방도 철저했다. 군산 하면 짬뽕이 유명하다지만,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우리나라 최초의 빵집인 ‘이성당’이다. 줄을 서서 빵을 샀고, 남다른 맛에 매일 줄을 서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다음 날 오전 동국사로 향했다. 딱 봐도 일본 양식이다. 우리나라에 일본 사찰이라니 싶었지만 1909년 일본 승려가 창건한 뒤 일제강점기 내내 일본인 승려들이 운영했다고 한다.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로 그 존재가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동국사에서 조금 더 걸으니 일본스러운 건물들이 곳곳에 있었다. 이 일대는 일제강점기 쌀 수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일본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한 장소였다. 그중 여미랑은 부지 5920㎡에 숙박체험관과 근대역사교육관 등을 조성해 1930년대 근대 군산의 생활 모습을 복원했다. ‘여미랑’의 뜻은 하룻밤 묵으면서 서러웠던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다. 다음에 군산을 찾는다면 이곳에서 머물고 싶었다.

쌀 수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일본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한 곳으로 현재 숙박체험관으로 쓰이는 여미랑
쌀 수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일본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한 곳으로 현재 숙박체험관으로 쓰이는 여미랑.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이 촬영된 신흥동 일본식 가옥, 여행자들이 몰리는 장소로 거리두기와 사진을 찍을 때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하는 등, 철저한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의 촬영지인 신흥동 일본식 가옥. 여행자들이 몰리는 장소로 사진을 찍을 때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하는 등 거리두기와 철저한 방역이 이뤄지고 있었다.


군산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 하면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철로와 집의 거리가 1m 남짓도 안 되는 이곳의 풍경은 이색적이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집들도 보였지만, 교복을 대여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등 연인들이 추억을 담는 명소로 알려졌다. 철길이 주는 서정적인 분위기에 취해 더 오래 걷고 오래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본래 농업용 저수지인 ‘은파호수공원’은 조금 더 확 트인 풍경을 선사했다. 1985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봄철 벚꽃놀이 장소로 유명하다. 임산부가 걷기 좋은 구불길 코스가 있고, 호수를 중심으로 주변에 나무데크를 조성했다. 밤이면 그 야경 또한 끝내주는 장소라는데 아쉽게도 낮에 들러 밤 풍경을 즐기지 못했다.

영화의 거리, 주변에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이 여행자들의 인기 명소다.
영화의 거리. 주변에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이 여행자들의 인기 명소다.


‘집 밖은 위험해’라는 문구가 공기 중에 떠도는 듯한 날들이다. 떠나든 말든 각자 결정할 일이지만 안전한 휴가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함께 ‘안전한 여행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간직하세요’라는 표어로 ‘2020 특별 여행주간’을 7월 1일부터 19일까지 진행중이다.

정부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3대 여행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소규모 여행, 마스크 쓰고 여행, 밀폐·밀접·밀집 피하기 여행이다. 아울러, 소규모 안전여행 문화를 확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포해양공원 주변, 영화 ‘변호인’을 촬영지로 쓰였던 건물
진포해양공원 주변,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쓰였던 건물.
군산, 시간여행마을의 거리 속 풍경, 이국적인 건물들이 많이 눈에 띈다.
시간여행마을의 거리 속 풍경. 이국적인 건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정부는 특별 여행주간에 가볼만한 또래별 일상여행 추천 여행지 16선도 마련했다. 또한, 추천 여행지 중 경남 하동군, 경남 남해군, 강원 원주시, 충남 예산군, 태안군에서는 20명 이내의 소규모로 체험 여행을 운영하고 2m(최소 1m) 간격 유지, 마스크 착용, 이동 시마다 소독 등을 통해 안전한 여행 모델을 만든다. 

철길을 사이에 두고 1m거리에 추억의 가게들이 즐비한 경암동철길마을
철길을 사이에 두고 1m 거리에 추억의 가게들이 즐비한 경암동 철길마을.
벚꽃놀이 명소이자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이어진 나무데크 조명이 끝내주는 은파호수공원
벚꽃놀이 명소이자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이어진 나무데크 조명이 끝내주는 은파호수공원.


코로나19에 당당히 버텨왔던 우리에게 주어진 특별 여행주간이다. 방역을 중심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어져야 할 때다. 감염병 바이러스 장기화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보자. 어차피 휴가철은 왔고, 휴식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예전과 같은 여행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방역과 예방이 중심에 있다면 여행 또한 안전하게 즐길 수 있음을 기꺼이 경험하게 될 거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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