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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에 가다

2019.10.04 정책기자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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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북 익산에서 벌어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다뤄 2017년 영화로 개봉된 ‘재심’. 범인으로 지목돼 10년을 복역한 인물은 한 변호사를 만나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모 강연장에서 영화 ‘재심의 실제 인물인 박준영 변호사를 만났다. 진범을 가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치열한 여정들 속에 그가 유독 힘주어 말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재소자들의 인권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그러자 “우리가 낸 세금으로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을 왜 먹여 살려야 합니까?” 라는 반문이 여지없이 돌아왔다.

죄를 지었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 타인의 인권이나 재산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범죄자의 인권을 왜 고려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헌법 제10조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공분과 감정으로 사건을 처리하면 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와 실수가 생긴다. 따라서 원칙을 따지며 효과와 효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재소자 역시 국민이다. 그들의 기본적 인권은 우리의 그것처럼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불가침의 권리다.

안양교도소 정문
안양교도소 정문.


1963년 설립된 안양교도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는 의외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외진 곳에 위치하던 것이 도심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안양, 군포, 의왕의 중심 접점에 놓이게 되었다. ‘안양교도소라는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 경계를 구분 짓고 있었다. 그 안으로 들인 한 발은 일상적인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수용거실의 모습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수용거실의 모습.


안양교도소 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교도소 곳곳을 돌아보았다. 가장 먼저 보게된 곳은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수용거실. 8평 남짓한 공간에 좌변기 하나가 딸린 공간을 성인 남성 13명이 사용하고 있었다. 작은 신발상자 크기의 개인물품을 가지런히 넣어둔 벽걸이 수납장, 천장에 줄지어 널어진 오래된 수건 정도가 살림의 전부였다. 개인당 1평도 채 되지 않는 좁은 공간 때문에 싸움을 방지하고자 잠자는 위치마저 지정해준다고 한다.

수용거실 안에서 건조 중인 낡은 수건들
수용거실 안에서 건조 중인 낡은 수건들.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유럽의 경우 재소자의 개인 공간은 약
7평 규모라고 한다. 안양교도소의 경우 현재 정원의 120%를 수용하고 있다. 국가 위기상황으로 재소자가 급증하는 경우 과밀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죄를 지었으니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라.” 상황이 이렇게 간단하게 마무리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밀화 수용으로 인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마저 무너진다면 교정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교도소 안에서 반성을 하고 인생 2막을 계획하기보다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키워갈 확률은 높아진다. 그들이 이렇게 형량만 채우고 사회로 복귀한다면 문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재범으로 인해 계속되는 악순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엄격한 통제와 관리가 이뤄지는 안양교도소
엄격한 통제와 관리가 이뤄지는 안양교도소.


계속해서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박자를 맞춰 작업하는 수형자의 손이 바쁘다
. 자동차 휠에 들어가는 기업 로고를 생산하는 공장이 교도소 내부에 있었다. 이들은 하루 7시간을 근무하고 월 30만 원 대의 작업장려금을 받는다.

작업으로 발생한 이익금은 국고로 충당된다. 모범수의 경우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작업을 부여받을 확률이 크다. 수형자들은 작업을 통해 출소 후 펼쳐질 인생 2막을 계획한다. 다시는 범죄자가 아닌, 한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선한 이웃으로서, 가정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이렇게 확실한 교정효과를 얻기 위해서 안양교도소 교도관 및 전문가들의 노력도 상당했다.

교도소 내부 곳곳에서 만나게 된 벽화
교도소 내부 곳곳에서 만나게 된 벽화.


성폭력
, 묻지마 범죄, 싸이코패스 등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심리치료센터로 안내됐다. 이동하는 통로 벽면을 따라 색감이 따뜻한 그림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어린 시절 동심을 끌어낼 수 있는 분명한 힘이 그림 속에 있었다.

미술을 전공한 한 수형자가 그렸다는 작품들을 교도소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루 30명이 이곳 센터에서 개별심층상담을 받거나 소규모 집단상담을 받는다. 프로그램을 통해 수형자들의 사회에 대한 비뚤어진 시선과 분노를 바로잡는다.

소망의 집(중간처우의 집) 내부에서 시설을 소개하는 안양교도소 신용해 소장
소망의 집(중간처우의 집) 내부에서 시설을 소개하는 안양교도소 신용해 소장.


수형자들을 가정과 사회로 안전하게 복귀시키려는 안양교도소의 노력은 각별했다
. 가석방을 앞둔 수형자들 중 모범수를 선별하여 교도소 담장 너머의 소망의 집(중간처우의 집)에서 사회적응을 돕는다. 침대와 작은 책상이 구비된 몇 개의 방, 공동거실로 꾸며진 모습이 일반 가정집과 유사하다. 교도소와 사회의 중간단계로 운영되는 소망의 집은 전국 53개 교도소 중 아직 5곳에 불과하며 안양교도소에서 최초로 시행한 제도이다.

교도소 내부와 바깥 사회는 확연히 다른 온도차가 난다. 그 격차를 좀처럼 극복하기 힘들 때 재범의 확률은 높아질 수 있다. 재소자들의 미성년 자녀를 접견하도록 기회를 주는 일, 가족과 살을 부비며 정을 나눌 기회를 주는 제도 등은 모두 이런 급격한 온도차를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이다 

안양교도소 신용해 소장 인터뷰
안양교도소 신용해 소장 인터뷰.


안양교도소는 현재 건물의 심각한 노후화로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 하지만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로 재건축 시행이 멈춰있는 단계다. 안양교도소 신용해 소장은 지자체와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공감했다. 혐오시설이라는 편견을 벗기 어렵다는 부분도 언급했다.

현재 서울 송파에 있는 동부구치소의 경우 구치소와 법원, 검찰이 모두 한데 모여 있는 사법단지형태를 띠고 있어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재소자들의 관리를 위해서나, 지역경제와 편견 해소를 위해서나 우리나라 구치소도 사법단지형태로 변화되면 효율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우리나라 교정시스템은 현재 회복적 사법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무조건적인 교육도 해결방법이 될 수 없어 수형자들을 수감되기 이전 상태로 다시 복귀시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사람을 교정하고 사회로 복귀시키는 일, 잠재적 범죄 가능성으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인근 주민들의 불안 등 너무도 무겁고 중대한 문제들이 엮인 사안인 만큼 신중하고 합리적인 해결점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해결점이든 원칙은 하나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모두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이선영
정책기자단|이선영sharon8104@naver.com
사람이 보이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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