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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장교가 바라본 남북관계 변화

[내 삶을 바꾼 2년 ②] 한반도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다

정책기자 이재형 2019.05.08

‘북한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 실시, 북한 중대발표 예정’

2017년 9월 3일 뉴스 속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언론에서는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속보를 쏟아내며 6차 핵실험을 분석하고 핵폭탄이 서울에 떨어지면 ‘200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뉴스를 내보냈다.

당시 현역 장교로 복무 중이던 나는 전역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34년간의 군 생활 중 북한의 핵실험만 여섯 차례나 목격했다. 어디 핵실험뿐인가!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11번이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특히 2017년 11월 29일 새벽,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태평양 상공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km 급 미사일을 발사하니 미국까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0년 월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도발이다. 휴전 이후 민간인에게 처음으로 사상자를 낸 도발이라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출처=해병대)
2010년 11월에 일어난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휴전 이후 민간인에게 처음으로 사상자를 낸 도발이라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출처=해병대)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는 주로 새벽에 있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군인이던 나는 부대로 비상복귀 했다. 사병들도 새벽잠을 설치고 비상대기한 것이 다반사다. 군 생활 중 핵과 미사일 말고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DMZ 목함지뢰 등 수많은 북한의 도발을 목격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0년 11월 23일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도발이다. 휴전 이후 민간인에게 처음으로 사상자를 낸 도발이라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당시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이러다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거 아닌가?’ 하는 기억이 생생하다.

말년 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전역 9개월을 앞둔 시점에 앞서 언급했듯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판문점선언 발표를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출처=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앞마당에서 판문점 선언 발표를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출처=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한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을 TV 생중계로 봤다. 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내 눈을 의심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던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다니! 필자의 군 생활 중 가장 쇼킹했던 장면이다.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장면이었고 전 세계가 주목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한 달 뒤인 2018년 5월, 34년 간의 군 생활을 마감했다. 북한의 도발로 밥 먹듯 새벽에 비상복귀하던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 가끔 후배들에게 전화하면 “요즘 군생활 할 만해요. 선배님이 계실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라고 말했다.

북한이 중부전선 GP 11개 중 10개를 폭약을 사용해 완전히 파괴했다. 냉전과 분단의 상징으로 휴전 후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GP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출처=전쟁기념관 특별사진전 동영상 촬영)
북한이 중부전선 GP 11개 중 10개를 폭약을 사용해 완전히 파괴했다. 냉전과 분단의 상징으로 휴전 후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GP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출처=전쟁기념관 특별사진전 동영상 촬영)
 
2018년 12월12일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의 군인들이 상대방 GP를 직접 방문하여 철수 및 파괴조치 상태를 확인하는 역사적인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당시 MDL 표지판과 함께 군사분계선 표시로 꽂았던 노란 깃발이 펄럭인다.(출처=전쟁기념관 특별사진전)
2018년 12월 12일,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의 군인들이 상대방 GP를 직접 방문하여 철수 및 파괴조치 상태를 확인하는 역사적인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당시 MDL 표지판과 함께 군사분계선 표시로 꽂았던 노란 깃발이 펄럭인다.(출처=전쟁기념관 특별사진전)
 

전역 후 4.27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로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를 채택하면서 한반도를 감돌던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총부리를 북한 쪽으로 겨누며 근무했던 곳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보니 JSA(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GP 병력과 화기·장비 철수, DMZ 내 남북을 잇는 군사도로 개설, 철원 화살머리 고지 일대 전사자 공동 유해발굴 등 끝이 없다. 이런 변화들이 불과 1년 만에 이뤄지다니 전역한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남북 공동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단일팀 추진,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합의, 남북산림협력 등 남북관계의 변화는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남북군사당국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출처=전쟁기념관 특별사진전)
남북 군사당국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 유해발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 작업을 추진했다.(출처=전쟁기념관 특별사진전)
 

4.27 남북정상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자 역할에 적극 나섰다.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돌파구를 찾지 못할 때 한국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며 지금까지 두 차례의 북미회담을 주선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정상회담을 할 줄 또 누가 알았겠는가!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전쟁기념관에서 ‘강한 국방이 열어가는 평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특별사진전을 열리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전쟁기념관에서 ‘강한 국방이 열어가는 평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특별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전쟁기념관에서 ‘강한 국방이 열어가는 평화의 길’ 이라는 주제로 특별사진전을 열고 있어 아내와 함께 관람을 했다. 전쟁기념관은 군대생활 추억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라 아내와 자주 찾는 곳이다.

남북관계 변화 중 9.19 군사분야 합의 성과 등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영상(1분 30초)이 상영되고 있었다. ‘우리는 평화의 한반도라는 용기있는 도전을 시작했다’로 시작되는 영상을 보니 정말 기적같이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기념관 남북관계 연표에는 1953년 7월27일 휴전 이후 2018년까지 남북관계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전쟁기념관 남북관계 연표에는 1953년 7월 27일 휴전 이후 2018년까지 남북관계가 상세하게 나와 있다. 2018년 이후 평화의 시계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사진전시회 중 눈길을 끈 것은 남북관계 연표다. 이 연표에는 1953년 7월 27일 휴전 이후 2018년까지 남북관계가 상세하게 나와 있다. 휴전 이후 66년간 등지고 맞서며 멈춰있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2018년 이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전쟁기념관을 관람하던 중 아내는 “당신이 군대 생활 하는 동안 북한 때문에 새벽에 비상소집으로 나갈 때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요즘은 후배들이 비상대기 하지 않아서 좋겠어요” 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변화와 발전을 위한 길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반도에 찾아온 기적같은 평화의 기회가 통일의 결실로 맺어지길 바란다. 사진은 전쟁기념관 형제의 상이다.
남북관계 변화와 발전을 위한 길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반도에 찾아온 기적같은 평화의 기회가 통일의 결실로 맺어지길 바란다. 사진은 전쟁기념관 ‘형제의 상’이다.
 

“평화로 가는 길 이제 시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에 솟대를 설치하며 남긴 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반도는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중이다. 남북관계, 북미관계 변화와 발전을 위한 길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내와 전쟁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형제의 상’ 앞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형제의 상은 6.25전쟁 당시 국군과 북한군으로 맞서 싸우던 형제가 전쟁터에서 극적으로 만난 실화를 조형물로 만든 것이다. 휴전 후 66년간 등지고 맞서며 대치하던 남과 북이 이렇게 부둥켜 껴안을 날은 언제일까?

☞ 전쟁기념관 판문점 선언 1주년 특별사진전
   기간 2019.4.25~5.26 (2층)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는 발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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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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