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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 수입맥주 재활용 모델 제시한 공무원

[적극행정 우수사례 ②] 주류 폐기 신사업 모델로, 관세청 이호식 행정관

정책기자 박은영 2019.04.24

“미세먼지와 다이옥신을 배출하던 쓰레기가 이제는 수질정화의 주효소제 역할을 합니다. 자연을 파괴하던 게 자연을 보호하는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거죠.” 

이호식 행정관의 말투는 차분하고 단호했다. 훤칠한 키에 반듯한 외모를 지닌 19년 차 관세행정관이다. 폐기되던 수입주류를 재활용 할 수 있는 신사업을 제시해 ‘2018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 장려상을 수상했다.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에 위치한 성남세관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에 위치한 성남세관.
 

캔맥주 하나면 마음에 작은 평화가 찾아온다. 그 덕에 냉장고에 캔맥주가 떨어지는 날이 없다. 값싼 수입맥주도 그 중 하나다. 대중화 된 수입맥주가 팔리지 않아 폐기된다는 사실에 놀랐고, 폐기되는 수입주류를 활용, 신사업을 제시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지난 27일 오후, 이호식 행정관을 만나기 위해 성남세관을 찾은 것도 그 때문이다.   

“수입맥주는 유통기한이 경과되는 제품이 많이 생깁니다. 수입맥주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전체적인 수입량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다양한 브랜드의 맥주가 수입되는데 성공해서 ‘대박’나거나, 안 팔려 ‘쪽박’ 나는 구조입니다. 유명한 맥주들도 상당 부분 폐기가 이뤄진다고 보면 됩니다.”

한 번 계약할 때 몇 백 톤씩 계약이 이뤄진다. 유통기한 내에 팔리지 않으면 아까워도 폐기 수순을 밟는 이유다.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하지만 그래도 팔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18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주류폐기 신사업 제시로 장려상을 수상한 이호식 계장
‘2018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주류 폐기 신사업 제시로 장려상을 수상한 이호식 행정관.
 

“수입맥주의 보관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뉩니다. 보세창고에 보관하다가 팔릴 때마다 세금을 납부하거나, 미리 통관세금을 내고 업체 창고에 보관하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세금을 모두 납부한 업체의 맥주가 안 팔릴 경우입니다.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하거든요.” 

이때 주세와 교육세를 환급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세관이 개입을 하는 지점이다. 환급받는 만큼 폐기하는지, 혹시 폐기하는데 있어서 불법 유출 가능성이 없는지, 직접 폐기장을 찾아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 행정관이 폐기장을 찾았을 때 소각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병이나 캔에 든 맥주를 박스채로 소각로에 넣고 있었죠. 불연성 쓰레기라 타지도 않을 텐데 말이죠. 돌아와 관련법과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800도~1200도가 돼야하는 소각장의 적정온도는 비가연성 물질에 의해 800도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고 때문에 미세먼지와 다이옥신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부터 폐기 주류를 분류, 재활용하기 시작한 포천 폐기장의 폐기대상 주류
2018년부터 폐기 주류를 분류, 재활용하기 시작한 포천 폐기장의 폐기 대상 주류.
 

법적으로 1일 소각 허용량을 제한하고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각장에서는 단속을 피해 한 달에 10~20일치를 2~3회에 걸쳐 한꺼번에 소각했고, 수입업체에서는 여전히 소각 일정을 잡기 어려웠다. 2016년 5월, 주류 폐기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인식한 이호식 행정관은 폐기 방법의 업무개선이 시급함을 깨달았다. 팀원들과 주류 폐기 재활용을 위해 1년 반 가량의 시간을 연구하고 고민한 이유다. 모든 것을 당연하게 보면 그 무엇도 바로잡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맥주병와 캔이 왜 재활용 되지 못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두 가지 문제가 있더군요. 내용물이 들어있는 빈병을 수집·처리하는 곳이 없는데, 이는 재활용을 다루는 법률과 폐수를 처리하는 허가가 달랐기 때문이었어요. 또 하나는 시설 문제였습니다. 병과 캔, 맥주를 분류해 재활용 처리가 가능한 기계를 들여야 했지만, 가능한 업체가 없었습니다.”

포장에서 분리된 주류 (포천 폐기장)
포장에서 분리된 주류(포천 폐기장).
 

몇 천 톤의 수입주류가 쌓여있는 상황, 이 행정관은 환경공단 등을 방문해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경기도에 있는 폐기 업체를 직접 찾아 나서기 시작한 이 행정관은 스무 군데 가까운 업체를 방문했고, 드디어 포천에 있는 폐기 업체의 대표가 투자를 결심했다. 

“2017년 하반기, 대략 3개월에 걸쳐 기계를 제작, 시험 가동에 들어갔고, 12월에 폐기 업체의 영업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18년 1월부터 재활용이 시작된 폐기장의 분쇄장비는 특허까지 받을 수 있었지요. 이런 특허는 일본에도 미국에도 없었습니다.” 

2019년 3월부터 분쇄기를 통해 주류와 용기를 분류, 재활용하는 용인 폐기장
2019년 3월부터 분쇄기를 통해 주류와 용기를 분류, 재활용하는 용인 폐기장.
 

“제일 큰 변화는 보세창고에 악성 재고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업체는 보관 비용을 15억 원 정도 줄일 수 있었고, 폐기가 빨랐기 때문에 환급도 당겨받을 수 있었죠. 뿐만 아닙니다. 폐기 비용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아울러, 하루 최대 10톤에서 20톤까지 밖에 소각 처리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 70~80톤까지 가능, 하루 최대 100톤까지 재활용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소각 처리되면서 유해물질을 발생시키던 맥주 원액은 동두천시와 업무협약을 맺어 수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원료와 유기농 비료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주며 자연을 파괴하던 게 자연을 보호하는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니 무엇보다 가장 긍정적인 효과였고 대단한 변화였다. 

분류가 끝난 후 용기만 남은 모습 (용인 폐기장)
분류가 끝난 후 용기만 남은 모습(용인 폐기장).
 

“수상 후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은 환경보호에 관심이 생겼다는 겁니다. 쓰레기로 분류해 소각하는 것들 중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는 쓰레기 대란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했죠. 매립지는 이미 포화상태고, 소각장에서 태우는 것은 한계가 있고요. 관세청도 많은 물건이 들여와 폐기되는데, 재활용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이 행정관은 ‘수입 물품에 대한 개별소비세와 주세 등의 환급에 대한 고시’에 재활용이란 단어가 보이지 않아 매몰이나 소각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환경에 피해가 덜 되는 지속가능한 고시로 개정, 재활용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이는 담당자의 의지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용기와 분류된 주류 (용인 폐기장)
용기와 분류된 주류(용인 폐기장).
 

“지난 2일, 팀원들과 검역에 불합격한 수입육류에 대해서 재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관할인 농축산부 검역본부에 제시한 상태입니다. 고기 같은 경우, 비누나 연료로도 사용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법률적인 부분을 적시해 말씀드렸고 재활용 시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같이 해결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경험이 행동을 결정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호식 행정관의 업무개선을 위한 노력은 꾸준하고 세밀했다. 작년 폐기된 수입주류는 4470톤이다. 엄청난 양이다. 이걸 다 소각장에서 태우고 있었다면, 문제는 꼬리를 물고 이어졌을지 모른다. 쓰레기를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한 연구와 고민은 자연과 지구, 인간을 위해서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이호식 행정관의 노력이 무엇보다 빛나는 이유다. 



박은영
정책기자단|박은영eypark1942@naver.com
때로는 가벼움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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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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