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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들 안아보고 자식들에게 ‘엄마표 집밥’도 먹이고 싶지만…

“올해는 눈치보지 말고 안 내려와도 된다”…코로나19가 바꾼 명절 풍경

정책브리핑 원세연 2020.09.24
경상북도 칠곡군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고향 방문 자제를 알리는 언택트 추석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칠곡군)
경상북도 칠곡군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고향 방문 자제를 알리는 언택트 추석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사진=칠곡군)

“며느라(며늘아) 올개(올해)는 눈치 보지 말고 안 내리(내려)와도 된다. 참말이데!” 

“아들아~엄마 안와도 한게도(하나도) 안 섭섭다. 손자들캉(손자들이랑) 집에서 추석 재미나게 보내레(래)이.”

지난 20일 경상북도 칠곡군에 거주하는 안상연(79)·황계분(78) 할머니가 자녀들을 생각하며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쓴 글이다. 성인문해 교육을 통해 최근에서야 한글을 깨우친 할머니들은 추석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자식들을 위해 먼저 선수(?)를 쳤다. 

금쪽같은 손자·손녀들도 품에 안고 싶고, 객지 생활로 힘든 자식들에게 ‘엄마표 집밥’도 먹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올해는 잠시만 참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적극 동참하고, 자녀들의 건강도 지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그리움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 풍경도 바뀌고 있다. 가족 친지를 보기 위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던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가급적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이 포함된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를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가급적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페이스북에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라는 제목으로 총리의 캐리커처와 삽화가 포함된 만화 형식의 그림카드 3편을 올렸다. 총리의 이동 자제 당부를 핑계 삼아서라도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러 달라는 내용으로 부모님편, 자녀편에 이어 삼촌편까지 게시됐다.

자녀와 전화통화를 하는 ‘부모님편’에서는 “정 총리가 그러더구나. 추석에 가족들이 다 모이는 건 위험하다고. 용돈을 두배로 부쳐다오”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어 그림 하단에는 “이번 추석엔 고향에 올 필요 없다고 얘기해주는 쿨한 부모님이 돼달라”는 정 총리의 당부도 함께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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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추석’을 당부하는 이 그림 카드는 명절 증후군을 앓는 ‘며느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맘 카페와 블로그에 잇따라 게시됐고, 나아가 제사를 중시 여기는 종갓집 종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68)씨는 올해 큰 결심을 했다. 통상 객지에 사는 자녀들과 함께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50여명에 달하는 손님맞이와 상을 준비했지만, 올해는 자녀들에게 화상통화를 통해 고향을 찾지 말라고 신신 당부했다.

이 씨는 “통상 다섯상 정도를 차려서 제사를 지내야 하지만, 올해는 정부 방침을 따라도 조상님들이 이해해 주실 것 같아서 이렇게 결정을 했다”며 “차례상은 아내와 준비해 간소화해 지내는 대신, 자녀들에게는 내려오는 차비까지 포함해 두둑하게 부치라고 했다”고 전했다.    

광주 이씨 석담 종손 이병구씨가 24일 오후 자택에서 자녀와의 화상 통화에서 추석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광주 이씨 석담 종손 이병구씨가 24일 오후 자택에서 자녀와 화상 통화를 하며 추석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칠곡군)

정부와 국민들이 이처럼 한마음이 돼 고향 방문 자제에 동참하는 것은, 지역 간 이동이 이뤄질 경우 추석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는 데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여전히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인 비율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이동으로 전국에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명절 연휴에는 최대한 귀향과 여행 등 이동을 자제하고 코로나19 감염 전파의 연결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방역 기간으로 여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따라 추석 연휴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갖가지 서비스들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사이트(http://www.ehaneul.go.kr)’에 접속하면 영정, 헌화, 분향, 차례상, 사진첩 등 온라인상에서 추모관을 꾸밀 수 있다. 성묘 기능도 있어 이미지를 만들고 가족들과 소셜미디어로 공유할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광부는 추석 연휴기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공공 문화기관이 보유한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무료 제공할 예정이다. 가족이 함께하는 추석놀이, 집에서 즐기는 실내운동, 한국 고전영화 357선 등 추석특집을 오는 28일부터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누구나 접속만 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비대면 추석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는 지자체도 있다. 홍성군은 지역 농산물을 가지고 ‘역귀성’하는 발걸음을 막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지역 농특산물 택배비를 가구당 4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전북도와 경북 경주시는 벌초를 위해 몰려드는 인파를 막기 위해 일부 신청자에 한해 ‘무료 벌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고향에 있는 부모님 세대의 연령대가 높아 코로나 감염 위험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추석 연휴기간 동안 국민 여러분들이 최대한 이동을 자제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계획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시민 중 67.9%는 이번 추석 연휴에 같이 살지 않는 가족 및 친지를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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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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