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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로 전락한 폐교의 ‘쓸모있는’ 변신

부산시 폐교활용 정책 10년…공용주차장·박물관 등 유용한 시설로 탈바꿈

2012.01.20 정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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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과거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던 정겨운 곳이었지만, 이제 인적이 드물어 폐허가 되어버린 공간을 떠올릴 것이다. 폐교의 음산하고 무서운 분위기는 공포영화의 배경으로 곧잘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다양한 폐교활용 정책으로 폐교들은 하나둘 ‘쓸모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실제로, 폐교 활용의 모범사례인 정선아리랑 학교는 폐교 문화공간화 사업의 모델학교로 지정될 만큼 성공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폐교는 여러가지 형태로 활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예술촌 또는 전시관과 같은 문화적 활용, 노인 무료요양시설과 같은 복지 측면의 활용, 공공주차장 설치, 어린이 캠프장으로의 활용, 관공서로의 이용 등이다.
 
옛 동광초등학교 터에 마련되어 있는 용두산 공영주차장의 모습.
옛 동광초등학교 터에 마련돼 있는 용두산 공영주차장의 모습.
주차장뒤켠에 아직 남아 있는 옛 동광초등학교의 상징탑. 주변으로 국민교육헌장 및 동상들이 훼손되지 않고 보전되어 있었다.
주차장 뒤편에 아직 남아있는 옛 동광초등학교의 상징탑. 주변으로 국민교육헌장 및 동상들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전돼있다.

폐교 활용은 흉물로 방치돼 각종 범죄의 장소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차단시키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넓은 부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리모델링만 하면 돼 부지 선정 및 건축에 있어 시간이 적게 들고, 신속한 공공수요의 충족이 가능하다는 점 등의 장점이 많아 지차체들이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부산시 또한 폐교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1998년 대저 중앙초교 신노전 분교를 예술인 창작 공간으로의 활용하기 시작해 2013년 완공 예정인 운산초등학교 푸른숲 교육센터까지 지속적으로 폐교활용에 힘써 왔다.

이런 폐교 활용현장을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지난 2001년 공용주차장으로 변신한 부산시 중구 동광초등학교 부지를 찾아가봤다. 2001년 폐교된 동광초등학교는 이듬해 부산시가 해당 부지를 사들인 뒤 20억 4,300만 원을 투입해 8,780㎡의 터에 300여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을 건립했다.

현재 용두산공용주차장으로 명칭이 변경됐는데, 이 지역은 부산시의 최고 번화가라 할 수 있는 상가가 밀집돼 있는 남포동 거리와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 등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용두산 공원과 이어져 있어 시민과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주차 문제가 심각한 골칫거리였지만 공용주차장 건립 이후 이런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동광초등학교에서 주차장이 되고 남은 부지에는 영화체험박물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동광초등학교에서 주차장이 되고 남은 부지에는 영화체험박물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용두산공용주차장에서 주차를 하고 나오던 김형찬 씨는 “아무래도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이 적어 공용주차장을 주로 이용한다.”며 용두산 공용주차장의 경우 처음 30분은 1,000원, 이후 10분마다 300원으로 한 시간 주차에 2,000원이 채 되지않아 인근의 유료주차장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폐교를 활용한 이런 공용주차장 설치에 대해 “폐교를 황무지로 그냥 두는 것보다 시민들을 위한 시설로 변경하는 것이 타탕하다고 본다.”며 “주변에 용두산주차장 말고 폐교가 주차장이 된 곳이 1곳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다른 폐교들도 주차장으로 활용한다면 운전자 입장에서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폐교활용 사례로는 이 밖에도 2011년 11월, ‘록봉민속교육박물관’으로 거듭난 천성분교 부지를 꼽을 수 있다. 전체 면적이 982㎡인 천성분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록봉민속교육박물관은 2천여점의 근현대 민속자료로 또 다른 배움의 공간이 되고 있다.

입구의 모습.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보인다.
‘록봉민속교육박물관’으로 거듭난 옛 천성분교 입구.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보인다.

록봉민속교육박물관은 염춘자(68), 손혁(41) 모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록봉은 염춘자 씨의 남편인 손진옥씨의 호를 따온 것인데 그는 전국을 떠돌며 수십 년 동안 모은 6천 점 가량의 민속자료를 모았고, 염춘자 씨는 그 뜻을 따라 민속교육방물관을 세우게 됐다.

현재 록봉민속교육박물관은 폐교 임대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염 씨는 폐교를 선택한 것에 대해 “폐교는 하나의 문화재”라며 입을 열었다. “1990년대 부터 폐교들이 많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그러한 폐교들이 아무런 쓸모 없이 방치돼 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지요. 문화재를 전시함으로써 폐교를 다시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폐교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운영상의 제약이 따르는 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록봉민속교육박물관은 연간 임대료 5,000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 염 씨는 “시민들에게 문화재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숙원사업으로 4억 원에 이르는 초기자금을 들여 개원했는데, 석달이 지난 현재 임대료 납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염 씨는 “임대료 남부를 위해 5,000원의 관람료를 책정했지만 시민들의 입장료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의 지원을 강조하였다. 그는 “폐교가 진정한 시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문화바우처의 활용으로 시민들이 박물관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거나 무상임대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록봉민속교육박물관 한편에 마련된 ‘추억의 학교관’. 교복도 직접 입을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오르간도 직접 연주해보고 그 옛날 책상에도 앉아서 놀 수 있다.
‘신기한 전자관’. 현재는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전자기기가 전시돼 있다.

록봉민속교육박물관에는 ‘추억의 학교관’, ‘신기한 전자관’, ‘재미난 민속관’, ‘추억의 놀이관’ 외에도 문화체험, 예술체험, 전통체험, 전통요리 체험 등 아이들이 직접 체험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알찬 관람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염 씨는 “일단 관람을 하신 분들은 대부분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체험과 물건들이라며 만족해한다.”며 “어린이들의 인성 측면에서도 우리 문화재를 이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 사업을 어떻게든 이끌어 나가겠다.”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편, 부산시는 2012년~2014년까지 3년간의 기간을 들여 부산시 금정구의 윤산중학교에 연면적 7,200㎡부지에 지상 5층 규모의 ‘푸른숲 교육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도심 속에 폐교부지를 숲으로 조성함으로써 청소년에게 산림문화체험과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는 60억 원의 국비를 들여서 이루어지는 사업으로 영아 0~2세에게는 숲 태교 프로그램을, 유아 3~6세에게는 숲 유치원을, 유소년 7~16세에게는 산림교육과 숲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용두산 공영주차장 뒤편에 남아있는 이승복 동상이 이곳이 학교 부지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용두산 공영주차장 뒤편에 남아있는 이승복 동상이 이곳이 학교 부지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용두산 공영주차장 뒤편에는 여느 학교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승복 동상이 여전히 남아있어 이곳이 예전 학교 부지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학생 수가 점점 줄어 폐교에 이르렀지만 다시금 ’쓸모 있는’ 공간으로 변신한 이곳에 서면 왠지 아련한 추억의 장소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실용적이고도 멋스러운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을 다시 찾은 해당 학교 졸업생들은 더한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까.

정책기자 김수정(대학생) moduenjo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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