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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널 때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차창을 통해 보이는 강은 어느 계절이나 참 평화롭고 아늑하다. 꼭 봄가을이 아니더라도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도 운치가 있다. 차창 밖으로 후딱 흘러가 버리는 풍경이 아쉽다. 유유자적하게 내 다리로 다리를 건너보면 어떨까.
실제로 그리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게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한강 다리들은 평균 1~1.5㎞로 길고 폭은 25~30m, 차로는 6~8차선인데 인도는 좁다. 무엇보다 발품을 쉬면서 경치를 감상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 벤치에 앉아서 흘러가는 강물이나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보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한강 다리는 보행자에게는 매우 불친절하다. 보도가 넓은 잠수교나 쉼터와 자전거 전용길, 하부 전망대가 있는 광진교 정도를 빼고는 한강 다리들은 걷기에 대체로 불편하다.
다리 곳곳에 벤치를 놓는 게 여러 사고 위험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한강 다리들은 차량 통행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그냥 교통수단으로서의 다리일 뿐이다. 강남과 강북을 연결했다기보다는 정서적으로 단절시키며 격차를 고착화했다. 굳이 파리의 퐁뇌프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한강 다리는 주변 풍경을 앗긴, 체온이 없는 삭막한 구조물이다. (한강에는 2021년에 한강대교 남단에 최초로 보행자 전용 공중 보행교인 ‘백년다리’가 들어선다. 조선 정조시대의 ‘배다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당선작이 최근 발표됐다.)
나는 차를 갖고 다니는 게 더 귀찮아서 많이 걸어 다니는 편이다. 그런데 이 도시에 가진 불만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통을 찾기 힘든 것만큼이나, 크고 작은 거리든 대형 빌딩이나 건물 앞이든 가로수 아래나 공터에든 벤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벤치가 없다는 건 공짜로 머무르며 쉬거나 대화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거리로 나서면 무조건 걸어야 한다. 버스 정류장에는 대체로 벤치가 있지만 그곳은 편안하지 않다.
인문건축가로 유명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해외여행을 가면 단위 면적당 벤치가 몇 개인지 세어본다고 한다. 미국 브로드웨이는 10m당 2개 정도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보다 50배나 많다고 한다.
그의 책과 인터뷰에서 상당 부분을 빌리겠다.
“우리나라의 모든 거리는 움직여야만 한다. 앉으려면 어디든 들어가야 한다. 카페나 피시방, 찜질방, 노래방 같은 공간사업이 성업 중인 이유가 그거다. 문제는 누구는 4,000원이 넘는 스타벅스에 가고 누구는 1500원짜리 빽다방에 간다. 경제적 능력이나 세대에 따라 가는 공간이 달라진다. 그래서 추억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멀어진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들은 곳곳에 접근하기 쉬운 크고 작은 공원이 있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쉬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대도시 뉴욕은 가난한 샐러리맨이나 백만장자나 똑같이 싸구려 핫도그를 사들고 센트럴 파크에서 놀고, 도처에 있는 길거리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보면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쉰다. 우리나라 공원에는 노천카페 구경하기도 힘들다.
광화문 광장은 서울의 중심에 꽤 넓은 공간을 투자한 곳이지만, 외국 대도시의 광장 모습과 는 사뭇 다르다. 사람들이 모여서 편하게 쉬는 곳이나 약속의 장소가 되지 못한다. 광장 주변에 다양한 개방형 상점들이 전무하고 출입이 제한적인 대형 건물만 줄지어 서있다. 광장에는 사람들을 유도하는 테이블과 의자, 나무그늘이 적다. 그러다보니 사회갈등을 봉합하는 시민의 광장이 아니라 사회갈등을 표출하는 시위와 집회의 삭막한 장소가 됐다(유현준 교수).
나는 계단에 앉아 거리를 구경하며 쉬는 것도 좋아한다. 도시의 외부 공간에서 벤치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계단이다. 또 외국 이야기를 해서 그렇지만 로마의 스페인 계단 같은 명소가 서울에는 왜 없을까. 스페인 계단은 수백 명이 앉아 쉴 수 있는 거대한 벤치다.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계단을 내려오는 영화 ‘로마의 휴일’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최근 로마 당국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계단과 주변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계단에 앉거나 음식물을 먹지 못하게 했다.) 파리 중심부의 오페라 극장 계단은 또 어떤가. 시민들의 약속 장소로, 관광객이 다리품을 쉬는 곳으로 이만한 명소가 없다. 계단은 층층이 눈높이가 달라서 도시와 거리를 조망하기도 좋다. 세종문화회관 계단보다 훨씬 낭만적이다.
지자체의 도시재생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벤치나 계단도 소재가 되고 있다는 뉴스를 가끔 본다. 작은 일 같지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네의 죽은 공터나 골목길 계단을 손쉽게 단기간에 바꾼 ‘포켓 공원’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화초 같은 간단한 조경이나 벤치, 벽화, 설치작품 등으로 소공원의 기능을 준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정이 오고 간다.
순천시는 최근 도시에 휴식 공간을 더 만들기 위해 ‘도시재생 공공디자인 벤치 시민공모전’을 했는데 호응이 컸다. 창의적인 19개 작품이 선정돼 실제로 제작 설치됐다. 광주 동구는 주민들이 직접 나무 벤치를 만들어 설치하는 목공학교를 운영 중이다. 대구의 김광석 거리에는 기타 모양의 벤치들이 곳곳에 있다. 서울 창신동에는 이 동네에서 활동한 화가 박수근 벤치가 있다.
벤치는 공공적 목적도 있다. 서울 성북구는 보행이 힘든 주민을 위한 ‘휴(休)의자’를 많이 설치했다. 전신주나 신호등, 계단, 화단 등에 간단히 부착할 수 있게 디자인한 벤치다. 평상시에는 접어놓을 수가 있다. 서울 마포구 청사 앞에는 국내 최초로 사물인터넷기술(IOT)을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 벤치’라는 게 세워져 있는데, 빗물을 저장했다가 벤치에 심어진 식물에 물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벤치는 전국 지자체에 벤치마킹되고 있다고 한다. 벤치 모양도 천편일률적이면 앉기 싫은 게 사람 마음이다.
도시는 점점 더 벽을 높이 세우고 소통을 막는다. 대형 아파트 단지는 그들만의 캐슬이고 대형 빌딩은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칠 수 있는 통로를 막는다. 30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외부인, 심지어 내부인끼리도 소통할 수 없는 구조다.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면 끝이다. 중정(中庭) 같은 구조로 1층을 터놓거나 공짜로 누구나 모여 쉴 곳을 만들면 참 좋을 텐데. 용산의 명소로 등장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나 교보문고나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의 넓은 독서 공간 같은 곳 말이다. 지역이나 사람들 간 경계는 모호해지고 격차는 줄 것이다.
도시의 주인은 자동차도 아니고 빌딩도 아니다. 과거의 재개발 사업은 오래 된 건물을 부수고 빌딩을 올리고 차도를 넓히는 것이었다. 도시재생은 말 그대로 도시에 다시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다. 그 속에서 호흡하는 주인은 사람이다. 제발 한 뼘 쉴 곳을 허하라.
◆ 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언론과 글쓰기를 강의했고, 언론중재위원을 지냈다. hkb821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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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뉴스 “당신을 기억합니다”…순직의무군경의 날 기념식 26일 첫 거행 의무복무 중 직무 수행이나 교육 훈련 중 순직한 사병을 기리는 순직의무군경의 날 기념식이 처음 열린다. 국가보훈부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다 순직한 젊은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제1회 순직의무군경의 날 기념식을 거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순직의무군경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의무복무를 하는 과정에서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순직한 사병들로, 현재 1만 6419 명이다. 그동안 순직의무군경의 날 제정에 대한 법률 제·개정안 발의와 국회 논의 등 기념일 지정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에 지난해 11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해마다 4월 넷째 금요일을 국가기념일인 순직의무군경의 날로 지정, 오는 26일 보훈부 주관으로 정부 기념행사가 처음으로 열린다. 특히 4월 넷째 금요일의 기념일 지정은 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순직의무군경의 희생을 기리는 동시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라고 보훈부는 설명했다. 첫 번째 봄, 영원히 푸르른 당신을 기억합니다를 주제로 거행되는 올해 기념식은 순직의무군경 유족과 정부 주요 인사, 각계 대표 등 1300여 명이 참석해 여는 영상, 국민의례, 기념공연(1), 기념사, 잇는 영상, 기념공연(2), 순직의무군경의 날 노래 제창의 순으로 37분 동안 진행된다. 먼저, 여는 영상에서는 기념일 지정을 기다리던 아버지가 집에 남겨진 아들의 흔적들을 살펴보며 옷매무새를 다듬고 순직의무군경의 날 기념식 참석을 위해 집을 나서는 모습을 소개하며 문을 연다. 기념공연(1)은 고 전새한 이병(1991 사망)이 복무 중 부모님께 남긴 편지 내용을 영상으로 전한 뒤 고 전 이병의 아버지 전태웅 씨가 무대 위에서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편지를 낭독하며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전한다. 기념사에 이은 잇는 영상에서는 평범한 꿈을 꾸었을 순직의무군경을 함께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어 기념공연(2)에서 소중한 가족을 잃은 뒤 살아갈 길을 잃어버린 듯한 깊은 아픔 속에서 지냈을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노래 미아를 가수 박정현의 목소리로 듣는다. 끝으로, 올해 처음 정부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새롭게 제작한 순직의무군경의 날 노래를 순직의무군경 기억합창단 40명의 선도로 참석자 모두가 제창하며 기념식을 마무리한다.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순직의무군경의 날을 맞아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꽃다운 나이에 생을 달리한 청춘들의 넋을 기리고,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보훈부는 순직의무군경들의 숭고한 희생을 국민이 함께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기념행사를 거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1회 순직의무군경의 날 기념식 주제 슬로건. (이미지=국가보훈부) 문의 : 국가보훈부 보훈문화정책관 기념사업과 (044-202-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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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대통령비서실장 및 정무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참모진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도운 홍보수석,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정진석 비서실장과 배우자, 윤석열 대통령, 홍철호 정무수석과 배우자, 성태윤 정책실장, 박춘섭 경제수석, 뒷줄 왼쪽부터, 김용현 경호처장, 김수경 대변인, 복두규 인사기획관,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 국민이 말하는 정책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받았습니다! 자취하면 숨 쉬듯 돈이 나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특히 이사 초반에는 이사비, 청소비, 전세보증보험 보험료, 부동산 중개료, 가구 구입 비용까지,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사업. 서울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안내 화면. 우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란, 전세 계약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지는 보험 상품이다. 보증금 금액이 매우 크기때문에, 전세사기를 피하기 위해서 꼭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사업은 이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 납부하는 보증료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원 대상은 다음과 같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대상. 서울시뿐만 아니라 창원시, 구례군, 울산시, 사천시, 대전시 등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들은 전세사기 등등 이슈를 접할 때마다불안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반환보증보험 가입은 꼭 해야 하는 것 중 하나인데 나라에서 이렇게 보증료를 지원해주니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보험 상품에 가입하며 보증료 19만7700원을 납부했기에 곧바로 신청! 신청은 정부24 또는 방문 접수를 통해 가능한데, 나는 정부24를 통해 신청했다. 정부24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을검색한 후 신청서와 구비 서류를 첨부해 지원하면 끝! 제출 서류는 보증료 지원 신청서, 서약서, 본인 명의 통장사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서, 납부액이 기재된 보증료 납부 증빙서류(HUG와 SGI는 보증서에 보증료가 기재되어 있어 별도로 증빙서류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임대차 계약서, 부동산 등기사항 전부증명서, 주민등록등본, 혼인관계증명서, 전년도 소득금액증명 서류가 필요하다. 처음엔 아니 무슨 서류가이렇게 많이 필요해? 복잡하다 복잡해~생각했지만, 막상 서류를 구비하다 보니 공인인증서만 있다면정부24, 홈택스를 통해 간단히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가 대부분이었다.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으니 관공서까지 직접 갈 일이 없어 간편했고, 실제로 신청하는 데에 30분이면 충분했다. 그렇게 신청 후 잊고 있었는데, 반가운 알림이 왔다. 보증료 지원으로 19만7700원이 입금된 것! 백 원 단위까지 딱 맞춰 입금해주다니 감동이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금 입금 화면. 사회초년생으로서 약 20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회초년생이 아니더라도 전세보증금이 커질수록 보증료 또한 커지므로 더 많은 금액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지원 대상에 포함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신청하길 바란다. 신청 기간은 2024년 3월 4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넉넉하지만, 예산 소진시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빠르게 신청하는 것이 좋겠다.* 신청 기간은 지역마다 상이하지만, 대부분 상시 신청이거나 넉넉한 편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세아 new2207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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