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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싱어> 이후, 말하는 영화의 시대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Talkies(토키영화)

2020.09.25 이지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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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필름’이라는 포괄적 관점에서 볼 때, 영화는 초창기부터 사운드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에디슨의 경우가 이 과정을 대표적으로 설명해준다.

토마스 에디슨이 모션픽쳐와 사운드를 결합해 만든 ‘키네토폰’은 처음에는 영상을 위해 만들어진 장치가 아니었다. 그가 사용한 무빙이미지는, 사운드의 풍부함을 강화하기 위해 이용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

영화학자들은 초기 변사나 오케스트라 때문에 ‘토키영화(talkies)'의 등장이 약 20년 정도 늦어졌다고 설명한다. 굳이 사운드를 광학적 방식으로 필름에 새기지 않더라도, 무성영화 나름의 의미론적 사운드가 당시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1920년대 토키영화가 등장한 이후, 영화 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1927년 10월 6일 뉴욕에서 개봉한 영화 <재즈 싱어>가 바로 그 전환기의 대표작이다. 당시 브로드웨이의 인기 가수 알 존슨(Al Jolson)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다.

◈ 최초의 토키영화 <재즈 싱어>

최초의 토키영화 <재즈 싱어> (포스터 출처=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
최초의 토키영화 <재즈 싱어> (포스터 출처=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http://www.kmdb.or.kr)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하고 앨런 크로스랜드가 감독한 <재즈 싱어>는 주인공 가수의 기존 인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때문에 제작 당시에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개봉하자 대중들이 보여준 반응은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영화 개봉 이후에 기존의 무성영화 시스템이 완전히 폐기되었을 정도로, 파격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다시 <재즈 싱어>를 돌아보면, 토키영화라 보기엔 너무나 제한적으로 사운드가 활용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알 존슨의 노래 한 곡과 대화 하나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장면들은 모두 무성영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짧은 대화 속에 유명한 대사가 등장한다. “잠깐만,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못들었다니까”(Wait a minute. You ain't heard nothin' yet.)라는 문구이다.

사운드 필름이 192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는 의견에는 앞서 이론가들처럼 이견을 드러내는 자들이 많다. 하지만 영화 <재즈 싱어>가 일으킨 전환기적 효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스타 연기자의 ‘노래’뿐 아니라 ‘말하는 것’ 역시 관객들이 듣고 싶어 했음을, 영화 속의 대사는 간파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무대를 스크린 안으로 적극 끌어들인 것도 이 영화의 공로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특유의 ‘뮤지컬 코미디’ 장르가 영화계에 뿌리내린다.

◈ <사랑은 비를 타고>가 보여주는 상황들

그럼에도 <재즈 싱어>는 현재의 관객들이 관람하기에 쉬운 작품은 아니다. 흑백의 화면 자체도 흐릿하지만, 일부 등장하는 사운드도 듣기에 수월하지 않다. 그래서 1952년에 만들어진 <사랑은 비를 타고>를 ‘토키영화에 대한 추천작’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의 주인공 진 켈리(Gene Kelly)가 감독까지 병행한 <사랑은 비를 타고>의 숨은 공로자는 다름 아닌 시나리오 작가들이다. 당시 베티 콤든과 아돌프 그린에게 주어진 미션은 ‘작곡가 아서 프리드와 나시오 허브 브라운이 만든 기존 곡들을 적극 재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만든 노래는 주로 1920년대와 1930년대 초에 만들어진 영화용이었다. 따라서 시나리오 작가들은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노래하는 웨스턴’ 풍으로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토키영화 초기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줄거리가 바뀌었다. 그리하여 ‘1927년의 할리우드 상황’이라는 영화의 내용이 결정된다.

영화에는 존 길버트(John Gilbert)와 같은, 토키영화의 전환기에 경력이 끊긴 실제 배우의 사례가 풍자된다. 그리고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뮤지컬 코미디가 할리우드에 침투하는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진다.

너무나 유명한 진 켈리의 ‘싱잉 인 더 레인’ 시퀀스는 다시 보아도 열정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곡 ‘브로드웨이 멜로디’의 스펙타클도 기대 이상으로 화려하다.

카메라가 회전하며 제자리를 도는 ‘회전 쇼트’는 이 영화에서 처음 시도된 기술이다. 진 켈리는 ‘브로드웨이 멜로디’가 지닌 발레의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이 쇼트를 기획했다. 지금에 이르러 회전 쇼트는 널리 사용되는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에 <사랑은 비를 타고>는 <전함 포템킨>(1925)이나 <시민 케인>(1941) 등과 함께 ‘비평가와 영화사가가 꼽은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고전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영화연구소 역시 이 작품을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영화’로 선정한 바 있다.

사운드가 영상에 부속적으로 사용되었던 시기는 1930년대 이후 완전히 막을 내렸다. 지금에 이르러 사운드 디자인은 영화의 가장 큰 미장센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이미지의 기록만큼이나, 사운드 몽타주 역시 연출자의 중요한 결정요소로 언급된다.

1990년대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서 또 한 차례 영화의 사운드는 변화하였다. 팀 버튼의 1992년작 <배트맨 리턴즈>에 사용된 ‘돌비 디지털’ 프로세스가 바로 그 기술력이다. 이 작품의 등장 이후에 시네마는 본격적으로 사운드의 멀티 트랙 시대를 맞이했다.

물론 1920년대 토키영화의 등장만큼 관객들에게 디지털 사운드가 큰 변화를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요소가 변화할 때 전체 영화의 시스템이 차례로 변화하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어쩌면 기술력의 발전이 영화 자체의 미학적 발전을 이끌고 있음을, 영화의 사운드 사례는 증명해 보인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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