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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의 자기검열, ‘G 등급’의 힘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General Audiences(모든 연령 허용)

2020.03.27 이지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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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등급(General Audiences)’은 미국식 개봉영화 상영등급 표기로, 미국영화협회(MPAA)가 제공하는 상영 가이드라인의 하나다. G 등급을 한국의 영상물등급분류로 표현하면 ‘전체관람가’와 견줄 수 있다.

그렇지만 둘을 단순히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영화의 상영등급은 상업적 힘의 논리와 더불어, 도덕적이면서도 교육적인 ‘검열’의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경우

나라마다 검열의 기원은 다르다. 대만이나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외부적’ 경향으로 묶는다면, 프랑스나 미국의 검열은 ‘내재적’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영화검열은 1918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인도가 영국의 통치하에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때의 검열이 행정적 측면에서 진행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에서 영화검열은 1920년대 조선총독부에 의해 시작되었고, 정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했다.

한편 프랑스는 제3공화국 시기에 부르주아지 계층에서 자발적 검열을 시작했다. 영화사 ‘고몽’이 보수적이고 청교도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자기 회사의 영화들을 점검했다.

미국은 가톨릭과 청교도 단체가 1900년대 초반에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며 검열의 역사가 시작된 사례이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유대인들을 주축으로 형성된 것도 참고할 수 있다.

이처럼 검열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얽히면서 진행된다.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이거나 경제적 한계와 맞닥뜨리거나, 성적이거나 폭력적 차원에서 ‘대중의 나이’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제시하는 영화등급은 ‘전체관람가, 12세이상관람가, 15세이상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의 4가지 분류이다.

비견컨대 한국영화사 초기에 외재적 압력으로 정치적 검열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상업적이거나 도덕적 상황에 의해 내부적으로 진행된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 미국영화의 헤이스 코드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걸작 중 하나인 영화 <오명>. (포스터 =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걸작 중 하나인 영화 <오명>. (포스터 =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히치콕의 영화 <오명>(1946년)에는 무려 3분에 달하는 긴 키스신이 등장한다. 호텔 발코니에서 얼굴을 마주보던 캐리 그랜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키스하고, 또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계속되는 포옹을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이 장면을 ‘궁극적인 키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그만큼 이 장면은 아찔하고도 상쾌하며, 또 따스하게 느껴진다.

히치콕이 활동하던 당시는 ‘헤이스 코드(Hays Code)’의 제재로 영화가 촬영되었다. 스크린에서 ‘3초 이상의 키스’는 금지되었고, 따라서 히치콕은 배우들에게 짧은 키스를 이어가며 대화하도록 요구했다. 가끔 ‘규제’는 연출자의 창작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유형의 은유를 이끌 때가 있다.

‘헤이스’라는 미국식 규제의 별칭은 상원의원 윌리엄 헤이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1930년 3월에 헤이스 의원은 ‘미국영화제작자 및 배급업자협회’의 회장 자리에 오른다.

당대 할리우드는 몇몇 스타들의 알 수 없는 죽음과 꺼림칙한 스캔들로 인해 나쁜 인식이 퍼져 있었는데, 이에 협회는 금지가 아닌 ‘권장사항’으로서 도덕성을 강조했다.

‘타잔’ 시리즈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우스꽝스런 예시이다. 시리즈 3편인 <타잔 탈출>(1936년)에 등장하는 여배우의 의상은 2편 <타잔의 복수>(1934년)보다 더 보수적이다. 검열 탓이다.

제인과 타잔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당시에 도덕적인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3편에서 제인은 허리가 좀 더 덮인 가죽 비키니를 입고 등장했다.

그렇지만 194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황금기’가 본격화되면서 코드의 엄격함은 위력을 잃기 시작한다. 산업적 효용이 커지자 종교단체의 불매운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게다가 1950년대 누벨바그와 네오리얼리즘의 새로운 조류가 영향을 미치고, 텔레비전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부터 코드의 규제는 스스로의 힘을 상실한다. 현실적이고 급진적 이미지들이 새롭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G 등급의 내재적 파워

미국영화사에서 ‘G 등급’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8년이다. 이후 이 용어는 현재까지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데, 한국과 달리 5가지로 나뉜다.

☞ G : 모든 연령 허용, PG : 일부 자료는 어린이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음, PG-13 : 13세 미만에게 부적절한 자료가 있을 수 있음, R : 17세 미만은 성인 보호자와 동반해야 함, NC-17 : 17세 이하 입장불가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개개의 등급이 전적으로 ‘부모의 결정’을 돕기 위해 분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이 ‘자녀에게 적합한지 아닌지’가 분류의 기준이 된다.

그렇지만 상영등급의 표기는 법적인 의무가 아니다. 법칙이 아니라 규정(code)이다. 즉, 원칙적으로 분류 없이도 극장 상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등급 분류되지 않은 영화들은 대개 극장에서 거부당한다.

이런 측면에서 G 등급 영화는 관객들과 상호작용하는 ‘자기검열’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마치 한국영화의 전체관람가처럼, G 등급은 ‘더 많은 관객’을 타겟으로 삼는다.

안티히어로가 주인공인 영화 <베놈>(2018년)의 개봉 당시가 떠오른다. 영화팬들은 무엇보다 이 작품이 어떤 등급을 받을지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PG-13으로 판명되었을 때, 영화를 보지 않고서도 <베놈>이 ‘가족 친화적인 쇼’에 가까울 것이라고 짐작했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영화는 정치나 행정보다 ‘투자사’나 ‘광고주’의 권한에 더 크게 좌지우지된다. 어쩌면 미래에는 더욱 더, G 등급 영화의 위상은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영화가 주류산업에 정착하면서 생긴, 일종의 자기검열적인 추세라 말해도 될 것이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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