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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에도 영화는 살아남을 것이다

[영화 A to Z, 시네마를 관통하는 26개 키워드] ⓑ Blockbuster & Burlesque Movie

이지현 영화평론가 2020.01.20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영화는 산업적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변화를 맞는다.

첫째는 사업수행 비용이 줄어들었으며 둘째는 상품판매 비용 역시 확연히 줄어들었다. 요컨대 제작과 복제 비용이 줄었으며, 디지털 채널을 통해 누구라도 손쉽게 영화를 배급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영화 이외의 타분야 영상전문가들과 아마추어 영상제작자들은 이전보다 더 쉽게 영화계 내부로 접근할 수 있다.

① 블록버스터(Blockbuster) 영화의 등장

하지만 영화사에서 전통적 산업 구조가 크게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50년대 급속하게 텔레비전이 전파되면서, 극장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했던 영화제작자들은 관객들을 붙잡으려 ‘미학적으로도 놀랍고 물리적으로도 혁신적인 새로운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의 공연계에서 ‘크게 성공한 연극’을 가리키던 ‘블록버스터(Blockbuster)’란 용어가 처음 영화에 적용된 것도 이 시기다.

이때부터 화면 비율을 넓히거나 멀티스크린을 사용한 영화, 혹은 특수효과를 이용한 스펙타클 영화가 줄지어 등장했는데, <벤허>(1959년)는 그 시절 블록버스터의 대표적 예다.

블록버스터의 대표적 영화 <벤허>.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블록버스터의 대표적 영화 <벤허>.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영화는 시네마스코프의 와이드스크린을 구현하기 위해 아나몰픽 렌즈를 사용했고, 이탈리아 로케이션 과정에 300여개 세트장을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무려 1만 5000명의 엑스트라들을 동원했다.

그 결과 ‘역사상 가장 많은 트로피를 거머쥔 영화’란 기록을 남겼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에 이어서 미국 역사상 ‘최대 수익을 올린 영화’라는 기록 세웠다.

이러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1970년대 들어 일상적인 용어가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조스>(1975)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시대’의 포문을 연 작품이고, 이후 블록버스터는 상업영화의 장르적 성향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블록버스터는 쇼비지니스 입장에서 ‘리스크 없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서의 개별 영화’를 가리키는 말로 정착된다.

그런데 최근 ‘블록버스터가 여전히 유효한가?’란 질문에 대해 “곧 디지털 기술이 블록버스터의 종말을 가져올 것”, “블록버스터 전략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굳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떠올릴 것 없이, 불법 복제된 영상물이 공공연히 유통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러한 우려에 공감하게 된다.

디지털은 영화제작 시스템을 뒤흔들고 있고, 무엇보다 관객들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매출 모델 역시 변하는 중이다.

② ‘버레스크(Burlesque)’한 영화들

2013년 ‘카이에 뒤 시네마’는 <스프링 브레이커스>(2012년)를 그 해 최고의 영화 중 한편으로 선정했다.

일찍이 뮤직비디오에 재능을 보였던 하모니 코린 감독은 이 작품을 마치 뮤직비디오의 확장판처럼 연출했다. 디테일한 줄거리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에브리타임>을 노래하는 주인공들 모습을 촬영하는 데 더 공을 들였다.

그리고 프랑스 평단은 이 영화를 일컬어 ‘뷔를레스크(버레스크)하다’고 평했다.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스프링 브레이커스>의 주연배우 (왼쪽부터) 바네사 허진스, 셀레나 고메즈, 레이첼 코린, 애슐리 벤슨이 포토콜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AP Photo,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스프링 브레이커스>의 주연배우 (왼쪽부터) 바네사 허진스, 셀레나 고메즈, 레이첼 코린, 애슐리 벤슨이 포토콜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AP Photo,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초기영화의 보드빌이 그렇듯, 버레스크는 원래 통속적이고도 해학적이며 저속한 스펙타클 ‘쇼’의 방식을 차용한 예술장르이다.

그렇지만 50년대 프랑스 영화에서 의미는 변형된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행동’이나 충동적 ‘태도’ 같은 것이 일관되게 등장할 때의 영화를 일컬어 ‘버레스크적’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차적으로 버레스크는 ‘배우’를 통해 완성된다. 예를 들어 자크 타티가 등장하는 모든 영화가 그렇다. 타티의 코믹한 행동은 줄거리보다도 더 중요하고, 그나마 존재하는 플롯은 느슨해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른 예로 성룡의 영화도 있다. 성룡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나 화면 구성이 아니라 활동적이고 위험한 ‘액션’ 자체다. 말하자면 ‘구상적인 형태와 성질’이 중요할 때 영화는 ‘버레스크’적이다.

디지털영화가 범람하고 CF나 뮤직비디오 등의 타장르 영상제작자들이 영화로 활동영역을 옮기면서, 버레스크는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국내 영화인 <뷰티 인사이드>(2015)의 백종열 감독도 그런 사례고, <계춘할망>(2016)의 창감독도 원래는 CF분야에서 활동한 연출가이다. <네온 데몬>(2016)의 니콜라스 윈딩 레픈도 떠오른다.

이제 관객들은 그저 바라보는 데에 만족하지 않는다. 리듬을 타고 흥분하며 체험하는 영화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영화교육을 받은 연출자들보다 타분야 출신의 감독들이 현대영화에 더 쉽게 접근하는 것 같다.

‘블록버스트의 위기’와 ‘버레스크 영화의 재등장’, 디지털 시대의 영화가 어떻게 변할지를 말하는 것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지만 디지털시대에도 영화가 살아남을 것이란 점만은 분명하다. 버레스크 영화는 그 변화의 작은 지표가 될 것이다.

이지현

◆ 이지현 영화평론가

2008년 '씨네21 영화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씨네21, 한국영상자료원, 네이버 영화사전, 한겨레신문 등에 영화 관련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화학 강사로 일했다. 2014년에 다큐멘터리 <프랑스인 김명실>을 감독했으며, 현재 독립영화 <세상의 아침>을 작업 중이다. 13inoch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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