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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힙합의 가장 강렬한 라이브 트랙

[한국힙합의 결정적 노래들-30] 딥플로우 ‘작두’

2019.12.13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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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으로 돌아가자. 래퍼 딥플로우(Deepflow)는 그 해 4월 <양화>라는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싱글 위주의 음악계 흐름을 정면으로 거부하려는 듯 15곡을 꽉 채운 작품이었다. 그가 ‘쇼미더머니’에 출연하기 전이었다.

사실 ‘양화’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양화대교’도 좋은 노래다.

좋은 대중음악의 정의가 ‘쉽지만, 깊으면서도, 동시에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라면 '양화대교'는 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표현, 복잡한 구조, 난해한 멜로디 없이도 노래가 깊을 수 있음을 증명한 노래였다.

하지만 딥플로우의 <양화>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와는 무관한 작품이다. <양화>를 발표하기 몇 년 전부터 딥플로우는 자신의 새 앨범 타이틀이 <양화>가 될 거라고 여러 번 말해왔기 때문이다.

즉, 그냥 우연이었다. 자이언티의 노래가 몇 달 정도 먼저 발표되어서 딥플로우에게는 조금 아쉽게 됐지만.

2016년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서 딥플로우는 앨범 <양화>로 올해의 음악인을, 수록곡 ‘작두’로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사진은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전하는 딥플로우.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년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딥플로우는 앨범 <양화>로 올해의 음악인을, 수록곡 ‘작두’로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사진은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전하는 딥플로우.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양화>라는 앨범 타이틀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양화대교, 다른 하나는 ‘양쪽의 이야기’다. 교량(다리)이란 연결과 단절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 공간이다. 다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건널 수 있지만 단절돼 있었기 때문에 다리가 생겼다.

딥플로우의 영등포 집과 그의 활동무대인 홍대 사이에는 양화대교가 있었다. 양화대교는 딥플로의 꿈을 잇기도 하고 끊기도 한다. 사람은 공간을 객관적으로 기억할 수 없다. 공간은 시간과 뗄 수 없고 시간은 감정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딥플로에게 홍대로 출발하는 오후의 양화대교는 의지와 설렘의 공간이다. 그러나 영등포로 돌아오는 새벽의 양화대교는 꿈과의 이별을 의미한다. 딥플로우는 이미 수천 번은 오갔을 이 다리를 중점으로 ‘양쪽의 이야기’(양화)를 앨범에 담아냈다.

실제로 이 앨범에서 딥플로우는 양화대교를 오간다. 그 과정에서 한국힙합 씬에 대한 회의와 예술창작에 대한 다짐을 반복한다.

자칫 부정적인 결론으로 이를 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는 예술가로서의 꿈과 아들로서의 책임을 자각하고 음악 동료들로 구성된 새로운 가족을 통해 꿈을 이어가기로 한다.

‘작두’는 앨범을 관통하는 이 서사 속에서 절정에 위치한다. 딥플로우가 양화대교를 건너 홍대에 도착해 공연을 하는 순간, 즉 꿈의 절정에 다다른 순간을 이 노래는 포착한다.

때문에 이 노래는 태생적으로 무대 위의 뜨거운 에너지를 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노래가 딥플로우의 공연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를 차지하는 이유다.

‘작두’는 사람을 흥분하게 하는 노래다. 신난다거나 흥겹다고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노래는 밝고 경쾌하기보다는 어둡고 강렬하다.

‘작두’를 들을 때면 나는 늘 더 게임(The Game)의 ‘Compton’이 떠오른다. ‘Compton’이 품은 갱스터 바이브가 ‘작두’ 안에서도 살아숨쉬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바이브를 한국적 요소로 완성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제목부터가 일단 그렇다.

또 각종 사운드와 이펙트를 한국 전통악기 소리와 굿판을 벌일 때의 육성으로 채웠다. 그러면서도 이상한 혼종으로 기울지 않고 어릴 때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했던 힙합의 모습을 재현해냈다.

이렇게 완성된 비트 위에는 오직 랩 밖에 없다. 셋의 랩(이 노래는 넉살과 허클베리피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편집자 주)이 휘몰아치고 귀에 쉽고도 단단히 박히는 후렴이 반복된다.

어쩌면 딥플로우는 <양화>를 통해 한국힙합의 가장 강렬한 라이브 트랙도 만들어냈던 게 아닐까. 공연장 안의 모두를 작두 타게 만드는.

김봉현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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