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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공동체’ 한중일, 기술·정책·정보 등 모으고 나눠야

[미세먼지 대응 연속 기고] ④ 국제협력 방안

2019.03.25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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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문제가 국민의 건강과 일상을 위협하는 재난이 됐다. 마음놓고 숨 쉴 수 있는 권리는 당연한 것이 아닌 지켜내야 하는 지상 최대의 난제로 급부상 했다. 국민 모두가 심각성에 공감하고 어떻게 해야 이 난제를 풀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월부터 관련학회·시민단체·산업계·정책유관기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참여하는 ‘미세먼지 국민포럼’을 개최한다. 과학기술계부터 시민단체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미세먼지와 관련한 정확한 사실정보를 파악하고 푸른 하늘을 되찾기 위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책브리핑은 포럼에서 나온 유용한 정보들을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참석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연속기고로 싣는다.(편집자 주)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논설위원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미세먼지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시민들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오염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평상시는 국내 미세먼지 오염의 30~50%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에는 60~80%가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물질 탓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도 중국 탓을 하고 있다.

국내 오염도 함께 줄여야 하겠지만, 중국이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이나 산둥성 칭다오 등을 취재한 것도 중국 미세먼지 오염의 영향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파악한 것은 먼저 2013~2017년 사이 중국 정부가 엄청난 노력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점이다.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30~40%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이 고의적으로 오염시설을 동쪽으로, 한국에 가까운 곳으로 배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산둥성의 경우 외부의 오염시설을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자체 경제발전 과정에서 오염시설이 확대된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산둥성에 있던 오염시설 일부가 산둥성 내에서 동쪽으로 배치된 사례는 확인했다.

하지만 중국 통계에서는 빠졌더라도 중국 연안을 오가는 선박의 오염배출이 한국 대기오염에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 미국-중국 무역전쟁 속에서 단속이 느슨해지면서 오염배출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부터 다시 중국의 대기오염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결국 중국의 대기오염 배출을 줄이려면 중국 정부가 구속력 있는 오염 감축 목표를 대외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지속해서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절실하다. 그래서 유럽과 같은 국제협력 체제가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 1970년대 산성비로 산림과 호수가 황폐화되는 장거리 대기오염이 문제가 됐다. 이에 1979년 ‘장거리 월경성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LRTAP)’을 체결했다. 그리고 세부적 실천계획을 담은 8개 의정서도 순차적으로 채택했다.

이 의정서 가운데 하나가 괴텐부르그 의정서(Goethenburg Protocol)인데 1999년 처음 채택됐고 2012년 개정됐다. 그동안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 등에 대한 국가별 감축목표를 담고 있었으나, 2012년에는 처음으로 국가별 미세먼지 감축 목표도 담았다. 국가별 상황에 맞게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감축목표다.

이런 점에서 동아시아 산성비 모니터링 네트워크(EANET)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1993년 전문가 그룹이 시작한 이 모임은 1998년 정부 당국자들이 참석했고, 2001년부터 본격적인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 일본 등 1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6일 미세먼지가 심한 날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의 모습.(사진=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논설위원 제공)
지난해 11월 26일 미세먼지가 심한 날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의 모습.(사진=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제공)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는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공동 연구사업(LTP)도 있는데, 1995년 시작됐다. 한국의 국립환경과학원 등 한·중·일 3국의 연구기관들이 참여해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 오존, 미세먼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배출원을 조사하고 있다. 이동과 관련한 모델링도 진행한다.

올 가을 보고서가 작성돼 공개될 예정인데, 보고서가 나오면 중국 측에서도 지금보다는 오염 감축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0월에는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NEACAP)도 출범했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공동협력체제인 NEACAP에는 남·북한과 중국·일본·러시아·몽골 등이 참여했으며 인천 송도에 사무국이 설치됐다. 과학적 연구와 정책 협력, 경험 교류 등을 바탕으로 미세먼지와 오존 등 동북아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여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유럽에서는 오염물질 배출이 많았던 동유럽 국가들이 오염방지를 약속한 후에 유럽연합에 가입하도록 허용했던 게 주효했다. 또, 유럽은 각국의 오염 배출량이 비슷해 각국이 오염 감축에 보조를 맞추면 문제 해결도 쉽다.

반면 동아시아는 중국의 배출량이 절대적이다. 중국에서 획기적인 감축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한국이나 일본이 중국발 오염물질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호흡 공동체’인 한·중·일 세 나라가 함께 기술·자금·정책·정보·인력을 모으고 나누면서, 중국의 변화를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국 내 대기오염을 줄이면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해야 한다.

너무 소란스럽게 중국을 압박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누구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오염을 줄이는 것이다. 조용한 외교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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