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처음 고시 공부를 시작할 당시에는 정보에 대한 갈증에 시달렸다. 특히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딱히 없는 나는 그 정도가 심했다. 그래서 이런 정보의 갈증을 ‘합격수기’를 통해 많이 풀었다. 그때 당시에 많이 읽었던 합격 수기는 대부분 수석합격자나 최연소 합격자가 쓴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합격수기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거나 아니면 남들보다 짧은 기간에 합격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오해를 했다. 하지만 막상 합격을 한 이후 돌이켜 보니, 평균적이며 평범한 수험 경험이 처음 고시에 입문하는 후배들에게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줄 수 있고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무난한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 수험 생활
처음 1차 시험에는 불합격했다. 사실 PSAT에 재능이 있는 편이 아닌데, 같이 공부하는 동료가 없다보니 스스로의 정확한 실력과 상태를 진단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생각된다.
당시에 무작정 열심히 하고 2차 공부를 12월부터 손을 놓아버린 채 PSAT에 매진했다. 덕분에 학원에서는 합격의 커트라인 수준인 상위 20%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다. 그런데 실전에도 결과가 딱 그랬다. 한 문제 차이로 불합격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고 분했다. 한동안 공부하기 싫었다. 하지만 스스로 자기 체면을 걸었다. 나는 1차 시험에 합격했다고. 그래서 남들이 시험을 잘 봤냐고 물어보면 “응, 합격할 것 같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구질구질하긴 했지만 이런 태도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면서 실제 1차 시험 합격권에 있는 수험생들이 듣는 3순환, 4순환 강의를 힘들었지만 쫓아가봤다.
2008년 여름을 계기로 스터디를 스스로 조직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PSAT 스터디는 매일 아침 진행했고, 2차 답안지를 쓰는 스터디도 각 과목을 수강할 때마다 따로 스터디를 했다. 보통의 스터디장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진행하기 마련이라 처음에 스스로 조직하기 두려웠으나, 자기 주도적으로 스터디를 이끌어 나가다보니 내 공부에 보다 더 도움이 됐다. 그리고 좋은 공부 친구들도 생길 수 있어서 좋았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 동안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그 결과 두 번째 본 1차 시험은 합격선에서 평균 10점 이상 높은 점수로 합격을 자신 할 수 있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2차 대비 공부를 시작했다. 가을, 겨울 동안 다져진 나의 맷집은 3순환, 4순환 강의도 어렵지 않게 쫓아갈 수 있게 해줬다. 주력 과목인 경제학, 행정법은 최고 답안도 여러 번 쓸 수 있었다. 다만 행정학, 정치학은 공부 기간도 짧고 싫어하는 과목이라 더욱 소홀히 하다 보니 2차 시험이 다가올수록 부족함이 많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5일간 2차 시험을 치르러 갔다. 보통은 2차 시험에 한 번에 붙는 경우가 드물고, 행정학과 정치학에 자신이 없었기에 약간은 포기상태였다. 시험기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3~4시간을 자면서 공부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10시 좀 넘으면 집에 갔다. 그리고 평소처럼 저녁 먹고 오락실에 가기도 하고, 집에서 자기 전에 개그콘서트 다운받아서 보기도 했다. 아침에도 학교에 도착해서 매일 화장실에 갈 정도로 큰 긴장을 하지 않고 시험기간 5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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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생각보다 잘 본 것 같았지만, 2차 시험은 처음이었기에 기대하는 내년을 위한 준비가 우선이었다. 그래서 창원에 집에 잠깐 내려갔다가 2주도 채 쉬지 않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독서실은 자리를 빼지 않고, 기분전환 차원에서 책상만 바꿨다. 그리고 스터디도 시작해 경제학 18회, 행정법 15회, 행정학 12회 답안스터디를 하면서 공부해 추석 전까지 한 바퀴 돌렸다.
심지어는 8월부터는 PSAT 스터디도 하고 있었다. 학교도 복학해 수업 듣고, 신림동으로 다시 와서 공부하고 스터디하고 하니 체력하나는 자신 있던 저도 정말 힘들었다. 몸무게도 67~68kg까지 줄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2차 시험 끝나고 못 놀았던 게 좀 후회되기도 하고, 내가 왜 사서 그 고생을 했나 싶기도 하지만 매우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초시 때 2차 시험을 치고 나서 결과 발표 날 때까지 손 놓고 있다가 다시 1차 붙고, 2차 보고 손 놓고를 반복하는 경향을 봤다. 따라서 위험 기피적으로 2차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나처럼 일찍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면접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2차 시험에 덜컥 합격하게 됐다. 면접은 거의 생각을 못하고 있었기에 그때부터 부랴부랴 사람 소개도 받고, 봉사활동도 뒤늦게 찾아보고 하면서 힘들게 면접을 준비했다. 한 달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지만, 나는 사람마다 그 기간이 충분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처럼 부족한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2차 발표나기 전에 면접스터디까지는 할 필요는 없지만, 면접이 어떤 것이고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지 하는 정보 정도는 찾아 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 과목별 공부방법론
1. PSAT
소위 PSAT형 인간이 있고, 이 시험은 아무리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는 시험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동의하기 어렵다. 내 사례로 볼 때도 2008년 입시와 행시, 2009년 입시와 행시를 볼 때마다 절대적인 점수가 계속 상승했고, 합격할 때도 큰 점수의 상승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도 2년 연속 평락(전과목 평균 60점)을 받았지만 그 뒤에 합격한 친구도 있고, 입시를 붙고도 행시는 떨어지는 사람도 봤다. 불확실성이 강한 시험이라는 점은 동의할 수 있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2월, 1월정도 되면 다들 PSAT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는 다들 열심히 하는 기간이다. 자신이 조금 부족한 위치라면 이 때 부쩍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결과를 뒤집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미리미리 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꾸준하게 풀어나가다 보면 소위 ‘감’이라는 것이 점차 생겨나갈 것이다.
시험장에 가면 혼자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수험생들과 한 공간에 시험을 치르게 된다. 2차 시험과 달리 컨디션이나 환경에 매우 민감한 시험이기 때문에 그전에 그런 것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스터디를 통해 이런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좋다. 스터디를 하다보면 스터디원들 사이에 유대감도 끈끈해지고, 각자의 전공이나 직렬에 따라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2차 과목
(1) 경제학
경제학과 행정법은 비전공자라면 학원수업을 듣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은 황종휴 선생님 수업을 1순환-2순환-3순환- 다시 2순환- 3순환을 들어서 총 5번 들었다. 그래서 그날 수업을 듣기 전에 진도 나갈 부분을 예습을 하고, 학원에서 시험을 보고 수업을 듣고, 저녁에 가벼운 복습을 하고, 답안 스터디를 한 번 더했다.
답안 스터디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하나 내어서 만든 것이 있는데 소개해 보겠다. 나는 황종휴 선생님 문제도 풀고 싶고, 김진욱 선생님 문제도 풀고 싶었다. 그래서 황종휴 선생님의 수업 듣는 스터디원 세 사람과 김진욱 선생님의 수업 듣는 스터디원 3사람을 모아서 스터디를 구성한다. 그리고 각자 밤에 모여서 서로 그날 푼 문제를 교환해서 작성해 보는 방식을 택했다. 답안 첨삭과 설명은 자신이 채점한 상대방의 답안을 돌아가면서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좋은 점, 나쁜 점을 지적하다 보면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약간의 부끄러움을 감수하면 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6명 정도 되기 때문에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설명을 하면서 그 지식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2) 행정법
행정법은 처음에 나에게 매우 두려운 과목이었으나, 나중에는 매우 좋아하는 과목이 됐다. 일단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특정부분만 알아서는 쓸 수 없고, 행정법 전반에 흩어져 있는 논점들을 뽑아서 써야하기 때문에 교과서를 차분히 읽는 성격이 못되는 나에게 처음에는 매우 어려웠다. 결국 교과서로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김정일 선생님이 각종 교과서 부분마다 발췌하면서 좀 줄여 놓은 ‘행정작용법 요론’, ‘행정구제법 요론’ ‘패러다임 행정법 각론’을 교과서 대용으로 반복적으로 읽고 단권화했다.
다만 수업을 김정일 선생님께 들은 건 아니고, 김기홍 선생님 수업을 계속 들었다. 3순환-1순환-2순환-3순환-4순환까지 모두 들었는데, 저는 모든 학원 강사님들 통틀어서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보강을 거의 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교실 한구석에 앉아서 학생들의 질문을 친절하게 받아주시고, 모의고사 문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미리 테스트까지 해 수준 높은 문제들 내주셨기 때문이다. 특히 ‘법전은 나의 친구’라는 말처럼 수업 시간 도중에 법전활용법을 매우 많이 알려주시고, 곳곳에 밑줄을 치도록 해주셔서 암기 부담을 크게 줄여 주는 게 정말 좋았다. 그래서 나는 행정법을 따로 암기해야지 하고 암기노트를 만들거나 하지 않았고, 그냥 자연스럽게 수업 듣고 공부하면서 실력이 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시험장에도 김기홍 선생님이 만들어준 ‘쟁점정리’ 책을 들고 가고 막판 정리도 그것을 통해서 공부했다.
(3) 행정학
행정학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고시과목으로서 행정학은 그냥 닥치고 외우는거다’였다. 그리고 실제도 행정법보다 각종 각론에 제도 같은 것들 때문에 행정학의 암기 부담이 가장 크다고 저는 생각한다. 외우지 않고 편하게 공부하면 좋겠지만, 탁월한 글발이 없는 이상 많은 암기가 필요하다.
요즘 강사님들이 만든 책의 수준이 높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서브 만드는데 들어가기 때문에 그냥 만들어 진 것을 바탕으로 자기가 좀 보완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답안지에 쓸 내용이 많은 서브자료들을 자주자주 보면서 많이 외우는 과정이 행정학에서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 같다.
(4) 정치학
정치학은 공부할 때는 참 재미있지만, 답안지 쓸 때면 이보다 괴로운 과목이 없었다. 특히 소위 글발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가미해 글을 쓰는 정치학은 매우 어려운 과목인 것 같다. 좋은 답안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와 신문 읽기 등 많은 텍스트를 꾸준히 읽어나가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시과목으로서 정치학이 어려운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학 관련 서적 몇 권 추천하자면 ‘강원택 교수님의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최장집 교수님의 시각과 대비되는 ‘정진민 교수님의 한국의 정당정치와 대통령제 민주주의’, 다양한 논문들이 수록돼 있는 ‘현대정치의 이해’, 그밖에 ‘최장집 교수님 책들’, ‘강준만 교수님 책들’, ‘정치학의 산책’,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위해’ 등이 있다. 그리고 국제정치 내용이 최근 자주 출제되는 만큼 ‘국제정세의 이해’와 ‘변환의 세계정치’ 중에 정치학과 관련 있는 북핵이나 FTA내용 정도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5) 정보체계론
행정학이랑 거의 유사한 과목이지만 IT라는 요소가 접목이 되는 과목이다. 행정학을 싫어하기는 했지만, IT 쪽으로 관심이 많아서 공부할 때는 그렇게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학교 다닐 당시에 신방과 수업으로 ‘뉴미디어론’과 경영학과 수업으로 ‘MIS'를 고시준비하기 위해서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들었던 기억이 그나마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학교수업을 통해서 이러한 과목을 들어 둔다면 고시촌에서만 공부를 한 학생과 어느 정도 차별성 있는 내용으로 답안 구성이 가능할 것 같다.
선택과목은 평소에 크게 할애하기 보다는 ’행정학적 마인드‘와 전자신문, IT관련 서적 등을 통해 소소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막판에 조금만 공부하여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
♣ 마치며
방송원론 수업시간에 원용진 교수님께 들었던 말씀을 바탕으로 글을 마무리 해보겠다.
“왜 사람들은 첫 경험을 있지 못하는 것일까? 첫 사랑, 첫 키스, 첫 가방, 첫 취직, 첫 인사, 첫 눈…. 둘째와는 그리 큰 차이가 없을 터인데도 우리는 그것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기억에서 지우려 하지 않는다. 아니 자꾸 강하게 각인하려 온갖 힘을 다한다. ‘첫’에 몸달아 사는 우리들. ‘첫’에 몸달아 하는 것은 그것을 신비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온 에너지를 다한다는 느낌을 스스로 가졌기 때문이리라. 첫 사랑에 쏟았던 온갖 지혜와 꼼수들, 조심스러운, 설레임, 첫 눈을 기다리는 인내의 에너지, 첫 눈 속을 달리는 에너지. 그렇다 우리는 ‘첫’에 자신을 너무 투자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처음 먹었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봤으면 한다. 그 속에는 분명 첫사랑, 첫 키스에 쏟았던 에너지만큼의 에너지들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힘든 시간 내내 묵묵히 공부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여러분을 합격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 설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힘든 순간들이 있겠지만 매 삶의 순간이 ‘처음’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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