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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데 왜 육아휴직을 안내는지?

개없이 못사는···개보다 못한···개에 대한 개요

[김창엽의 과학으로 보는 문화] 황금 개의 해에 본 ‘개’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8.01.11

테리어 혼혈견. 순종이 아닌 개들은 보통 순종보다 더 빨리 달리고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크리스 바버)
테리어 혼혈견. 순종이 아닌 개들은 보통 순종보다 더 빨리 달리고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크리스 바버)

“우와~, 개 귀엽다.” “오늘 개 고생했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 혹은 SNS 상에서 ‘개’를 마치 접두어처럼 활용하는 표현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긍정적 뉘앙스든, 부정적인 의미이든 가리지 않고 ‘개’를 마치 형용사나 부사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개’라는 단어를 다수가 또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한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문화적 차원에서 의미심장하다. 개의 존재가 그 만큼 생활 깊숙이 파고 들었음을 시사하는 까닭이다. 반려동물로써 개와 함께 생활하거나 혹은 개를 직접 기르지 않는다 해도,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개가 그 어느 때보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게 현실이다.

개와 사람의 친밀도가 높아진 것은 실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농향도’ 즉,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전 많은 사람들이 대거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개는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이었다. 한 예로 예나 지금 할 것 없이 농촌에서는 어디서나 눈에 띄고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동물이 개다.

다시 말해, 대략 1970~9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아파트 등으로 대표되는 주거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면서 개의 존재감이 뒷전으로 밀린 것이었다.  개는 석기시대, 그러니까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최소 1만년 전 이상부터 인간과 ‘고락’을 함께해 온 동물이다. 그러니 한국 사회를 기준으로 할 때, 개와 인간이 다소 소원해진 1970~90년대가 오히려 매우 비정상적인 시기였던 셈이다.

20세기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최근 반려동물로써 개가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은 각종 통계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반려동물의 숫자가 전반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아무리 낮춰 잡아도 전국적으로 400만 가구 이상이 개를 키우고 있다. 개 다음으로 인기 있는 고양이와 숫자를 비교하면 80대 20 혹은 85대 15, 정도로 개가 압도적이다.

음력 기준으로 다가오는 설은 무술년, 즉 개의 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최근 십 수년 사이 부쩍 친숙해진 개의 존재감이 무술년 올 한해는 특히 부각될 게 틀림 없다.  개는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이니만큼 사람들에게 부지불식 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신체적인 데만 머물지 않고 정서까지도 미친다.

‘개 힘들다’느니, ‘개 예쁘다’느니 하는 말에서 어림할 수 있듯 개라는 존재가 언어문화에 끼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개라는 이처럼 단어가 수식어 혹은 수사처럼 사용될 수 있는 건, 한편으로 개가 그만큼 다양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중국의 곤명 지방 특산으로 알려진 이른바
중국의 곤명 지방 특산으로 알려진 이른바 ‘쿤밍독’. 독일산 셰퍼드와 유사한 품종으로써 셰퍼드와 마찬가지로 늑대와 개의 혼혈을 통해 교배된만큼 개와 늑대의 특징을 고루 갖고 있다. (사진=빅스티브)

사람이 천사에서부터 악마까지 다양한 속성을 갖고 있듯, 개 또한 그 습성이나 행동양식 등이 때로는 서로 상반될 정도로 다채롭기 짝이 없다. 개의 다양한 행동양태나 버릇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인류 문화의 한 축을 당당하게 형성하는 ‘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명체로써 개의 속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이미 경험으로 알겠지만, 개도 성격이 제 각각이다. 공격적인 개체가 있는가 하면, 지극히 수세적인 개도 많다. 호기심도 천차만별이고, 사냥본능도 저마다 다르다.  오줌 똥을 가리는 배변 패턴도 차이가 크다.

개들 저마다의 개성이 다르고, 행동양식의 스펙트럼 폭이 넓은 건, 혹은 넓은 것처럼 보이는 건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할 듯 하다. 하나는 개라는 존재가 여느 동물보다도 인간에게 주된 관찰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개가 끊임 없이 인간과 소통 혹은 교호하며 진화해 왔다는 점이다.

개가 인간의 주목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동물이라는 사실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사람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개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바꿔 말해, 개의 습성을 면밀하게 또 장시간 관찰할 기회가 많은 것이다. 그러니 개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잘 알 수 밖에 없다. 

잦은 소통 혹은 상호간의 교류 또한 개와 인간의 독특한 관계를 웅변한다.  참새나 비둘기, 돼지 등도 인간과 어느 정도의 소통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생김새에서부터 체취, 성격 등이 다채롭기는 인간을 따를 동물이 없는데, 개는 바로 이런 인간과 소통하며 진화해온 탓에 그 자신 또한 다채로운 특징들을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개에 대한 이미지 가운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반된 것들이 적지 않다. 개는 비천한가 하면 기품 있게 비쳐지는 존재이고, 용맹하면서도 겁이 많은 동물로 인식된다. ‘개만도 못한’이라는 말에서 개는 저열한 존재인 반면, ‘개처럼 일했다’고 할 때 개는 충실 혹은 열성적임을 의미한다.

개는 인간성이 투영될 정도로 개성들이 다채롭고, 생물학적으로도 인간과 닮은 면모가 적지 않은 것이다. 생물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론이지만, 수렴 진화론에 따르면 서로 전적으로 다른 종의 생물도 비슷한 환경에 놓이면 서로를 닮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상어는 어류, 고래는 포유류지만 바다라는 환경의 최상위 포식자로써 생김새 등이 서로 닮은 구석이 꽤 많다.

인간과 개는 전체적인 생김새라는 측면에서 수렴 진화의 예는 될 수 없다.  하지만 서로의 심리 상태 등을 잘 파악하도록 맞춤형 진화의 길을 걸어온 측면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보다 고등한 인간이 이런 진화를 주도했지만, 개 또한 그 나름 인간의 몸짓이나 표정, 의도 심지어는 심리 상태까지도 읽어내는 능력을 발달시켜 왔다.

개와 인간이 서로 영향을 끼치며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과학실험이나 연구는 널려 있다. 그 가운데 지난해 여름 발표된 미국 오리건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의 공동 연구 결과는 충격적일 정도로 놀라운 사실을 담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개들 가운데는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이상 유전자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예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증후군이나 질환이 상당히 많다.  이른바 윌리엄스-뷰렌(Williams-Beuren)신드롬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과잉사교적인 게 특징이다. 지능도 전반적으로 낮지만, 말이 많고 과도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보인다.

송정암 혜범스님이 봄날 오후 절집 개와 나른한 봄날 오후를 즐기고 있다.(사진=혜범스님)
송정암 혜범스님이 봄날 오후 절집 개와 나른한 봄날 오후를 즐기고 있다.(사진=혜범스님)

헌데 오리건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 공동연구팀은 유달리 개에게서 이 같은 유전자가 비교적 흔하게 발견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개 18마리와 사람의 손에 의해 길러진 늑대 10마리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하고 습성이나 행태를 관찰한 결과, 두 가지 핵심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첫째, 늑대에게서는 과잉사교적인 성향을 보이는 유전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둘째, 유독 사교적이고 사람을 좋아하며 잘 따르는 개들에게서는 예외 없이 유전자 변이가 관찰됐는데, 이들의 변이 유전자가 윌리엄스-뷰렌 신드롬을 가진 인간의 유전자와 흡사했다는 점이다.

상당수 개들은 어느 순간 ‘미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고 흥분된 모습을 보이는데, 이게 나름의 독특한 유전자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를 키우는 사람 가운데는 개를 혼자 집에 두고 출근했다가 퇴근해 돌아오면 개가 꼬리를 정신 없이 흔들고, 몸을 마구 비비 꼬며, 혀로 핥는 등의 친밀감을 나타내는 걸 체험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개의 인간에 대한 사교성은 같은 종인 늑대와는 현저하게 구분될 정도로 두드러진다. 개와 늑대는 서로 교배해 새끼를 낳을 경우 이 새끼가 계속해서 후손을 낳을 수 있을 만큼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거의 없다시피 한 동물들이다. 그럼에도 서로 고유의 특징들이 있는데, 개는 바로 사교성에서 늑대를 월등하게 앞서는 것이다. 반면 늑대는 전반적으로 개보다 영리하지만, 길을 들여도 사람과 개만큼 친숙하기 어렵다.

적잖은 개들은 주인이 똑 같은 행동을 해도 일부러 장난을 하는 것인지,  진짜 화가 나서 취하는 행동인지를 곧잘 구분한다. 이는 개가 인간의 아주 미묘한 표정, 동작 차이까지도 읽어낸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개가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종임에도 늑대와 사뭇 다른 특징을 보이는 것은 요컨대 인간과 소통하고 인간의 반려로써 오랜 세월 진화한 결과인 것이다. 개가 사람에게 수많은 동물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오로지 딱 하나뿐인 동물로 종종 받아들여지는 데는 이런 진화적 배경이 있다.

김창엽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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