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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님? 자연주의 출산 어떠십니까

[김창엽의 과학으로 보는 문화] 저출산 문화 해법

2017.09.15 김창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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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또복이는 자연주의 출산하려고. 아무래도 그게 또복이한테도 나한테도 좋을 거 같아.“ 첫 아이를 가진 산모 김씨(30)는 두어 달 전 친정엄마와 통화하면서 이른바 ‘자연주의 출산’ 계획을 밝혔다. 또복이는 김씨 뱃속 아이의 태명이다.

“그래 신중히 생각해서 한 결정일 테니, 정성껏 해봐. 의사 선생님도 믿을 만 하지?  엄마 때는 자연주의 출산이란 말 자체가 접하기 쉽지 않았어. 하지만 널 제왕절개로 낳은 것도 아니니, 너도 엄마 닮았으면 아마 자연주의 출산으로 순산할 거다.“

고흐의 작품
고흐의 작품 ‘첫 걸음’.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를 아빠가 반기고 있다. 제왕절개 등을 거치지 않고 자연분만할 경우 보통은 산모와 신생아의 유대 등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제공=조지 리처드)

최근 임신부들 사이에서 자연주의 출산이 적잖게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간의 출산 문화를 일거에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자연주의 출산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병원에서는 최근 4000번째 아기가 탄생했을 만큼 제법 인기다.

자연주의 출산이란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출산하는 것. 여기서 자연스럽다는 의미는 인공적인, 즉 의학적인 도움이나 간섭의 최소화이다. 기존의 주된 출산 방법이 의료진 중심이었던데 반해, 자연주의 분만에서는 산모와 태아가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무통 주사 등을 놓지 않는다. 또 탯줄을 바로 자르지 않고, 탯줄의 맥박이 절로 없어진 뒤에 절단한다. 태반 또한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인위적으로 태반을 꺼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구의 날인 지난 7월 11일 오후 서울 모 병원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9만8천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2천600명에서 12.3%나 감소했다. 이런 감소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출생아 수는 39만7천명으로 줄고, 2040년엔 26만7천명, 2060년에는 20만명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인구의 날인 지난 7월 11일 서울 모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9만8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2600명에서 12.3%나 감소했다. 이런 감소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출생아 수는 39만7000명으로 줄고, 2040년엔 26만7000명, 2060년에는 20만명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자연주의 출산은 그 면면이 전통적인 출산 문화의 복원에 가깝다.  현대의학에 바탕을 둔 출산이 대중화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전 우리네 조상들은 자연분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산모의 배를 가르는 제왕절개나 무통 분만을 할 수 있는 의학적, 과학기술적 기반이 없었던 탓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근 부쩍 주목을 받고 있는 자연주의 출산이 전통 출산 문화의 단순한 재현은 아니다. 출산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과학적 이해와 관찰, 경험, 여러 분야에서 지식의 축적 등이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신뢰를 쌓는 자산이 됐다.

또 역설적으로 자연주의 출산의 확산에는 기존의 출산 방식이 적잖은 기여를 했다. 산모 김씨의 사례에서처럼 첫 아이를 낳는데도 불구하고, 큰 주저 없이 산모가 자연주의 출산 결심을 굳힐 수 있었던 것은 응급 혹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제왕절개나 무통 분만 같은 기존의 출산방식으로 즉각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뒤 산모의 복부 초음파 사진. 수술 자국이 남아 있다. 제왕절개나 무통주사 등 의학적 간섭 없이 출산을 할 수 있다면 그 같은 방식이 산모나 태아에게 더 좋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제공=해그스트롬 미카엘)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뒤 산모의 복부 초음파 사진. 수술 자국이 남아 있다. 제왕절개나 무통주사 등 의학적 간섭 없이 출산을 할 수 있다면 그 같은 방식이 산모나 태아에게 더 좋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제공=해그스트롬 미카엘)

자연주의 분만은 한국의 출산 문화에 미세하지만 의미가 적지 않은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저출산 시대 한국 출산 문화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건, 기술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제왕절개와 무통분만이다. 특히 제왕절개 출산의 비율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전체 분만 건수 중 제왕절개 비율은 2011년 36%를 약간 웃돌았다. 그러나 이 비율은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며 2014년 기준 39% 대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고령 산모의 비율 증가가 제왕절개 출산의 증가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 최근 수십 년 사이 제왕절개 비율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꾸준히 상위권에 머물렀다. 세계보건기구와 OECD 등의 통계에 따르면,  터키가 전체 출산 가운데 제왕절개 출산 비율이 50% 이상으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어 멕시코 등이 40%대 후반이며, 한국은 30% 대 후반으로 상위권 혹은 적어도 중상위권 국가로 분류된다. 반면 2013년 기준으로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15%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고 영국이나 프랑스 스페인 아일랜드 등 유럽국가들과 캐나다 등은 20~30% 사이에 자리한다.

출생 직후 탯줄을 자르려고 의료진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조금씩 주목을 받는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탯줄의 맥이 사라진 뒤 탯줄을 절단한다.(제공=뮤티아 채너리)
출생 직후 탯줄을 자르려고 의료진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조금씩 주목을 받는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탯줄의 맥이 사라진 뒤 탯줄을 절단한다.(제공=뮤티아 채너리)

제왕 절개는 출산 그 자체를 비교적 큰 통증 없이 이뤄질 수 있게 하고,  아울러 출산 사고로부터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산모와 신생아의 친밀도, 정서적 유대감과 안정,  각종 출산 후유증, 수유 등에서 자연주의 출산이 제왕 절개보다 장점이 많다. 또 저출산 시대 다둥이 출산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아예 기대하기 어려운 사안이 됐지만, 제왕 절개는 다둥이 출산에 크게 불리한 시술이기도 하다.

출산 방식은 출산 문화의 형성에 핵심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모의 배를 갈라야 하는 제왕 절개는 출산 후 산모의 건강 회복과 가료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  주의가 필요하다. 또 아무래도 산모의 거동에 제한이 따르므로 출산 직후부터 상당기간 신생아에 대한 수유나 관리에 있어 산모가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출산 문화와 관련 흥미로운 점은 사회경제적인 여건이나 분위기 외에 인종 특성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인구조절이나 단산 등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라면 아무래도 제왕 절개가 선호되기 쉽다. 제왕 절개 비율 40%대가 넘는 중국이 대표적인 예이다.  게다가 안전한 제왕 절개 시술을 할 수 있는 산과 병원 등에 접근이 쉽다면, 제왕 절개 분만이 흔하게 마련이다.

인종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이한 출산 문화는 보통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제왕 절개는 흑인이나 백인 산모보다는 동양 여성 혹은 몽골리안 계통의 산모들에게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전에 미국 뉴욕지사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오후 늦게 사무실 밖으로 나가 담배를 태우는데 옆에서 어떤 흑인 여성이 불을 좀 빌리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한 3~4분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자기가 애기를 낳은 지 30분도 안됐다는 겁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10여 년 전 미국 지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50대 사무직 남성은 평소 의식하지 않았던 한국과 미국의 출산 문화 차이를 회상하며 갓 출산한 산모와 잡담을 나눴던 사례를 풀어놨다. 이런 얘기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산모와 서양의 산모가 출산 후 사뭇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영위한다는 점은 꽤 널리 알려졌다.

예컨대, 한국의 산모 사이에서 산후 몸조리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과도하게 땀을 빼는 게 장려될 정도이다. 하지만 백인이나 흑인 산모들 가운데서는 이런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이를 낳기 무섭게 적잖은 서양 여성들은 제 발로 걸어 나와 찬물 샤워를 하기도 한다. 

동양 여성과 서양 여성은 이른바 체질이 다른 측면도 있고, 신체 구조에도 미묘하지만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의료 전문가는 흑인이나 백인 여성들은 분만 때 태아를 밖으로 밀어나는 힘이 일반적으로 강한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체와 복부를 잇는 부위의 근육이 대체로 더 잘 발달돼 있다는 것이다.

인류학자들 중에는 여성들의 이런 신체구조상의 차이를 농경과 유목이라는 문화 배경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한국이나 중국인 등의 조상은 정주 생활을 하는 경우가 흔했던 반면, 백인이나 흑인들의 경우 대부분 유목민의 후예들인 탓에 신체 가운데 발달된 부위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농경을 주로 할 경우 손이나 팔 등 상체가 정교하게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유목을 할 경우 잦은 이동과 보행 혹은 뜀박질 등이 많을 수 밖에 없어 하체 쪽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하기 쉽다.

신체적으로 이런 미묘한 동서양인의 차이는 교육이나 스포츠 활동 등 서로 상이한 사회 풍토에 의해 한층 더 벌어진다. 한 예로 서구에서는 체육 활동이 초중고등학교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진학이나 취업 등에서 스포츠가 차지하는 부분이 한국이나 중국 사회에 비해 월등 높은 편이다.

지난해 5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3~7세 자녀 두 명 이상인 다둥이 가정 500여팀이 참가한 서울시
지난해 5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3~7세 자녀 두 명 이상 다둥이 가정 500여팀이 참가한 서울시 ‘2016년 제2회 다둥이 마라톤 대회’. 어린이들이 형제, 자매의 손을 잡고 즐겁게 출발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또 어려서부터 다양한 체육 활동을 한 탓인지, 성인이 돼서도 서양에서는 이런 저런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여성만을 놓고 따지면, 동양의 성인들과 서양의 성인들 가운데 스포츠 인구 비율에서 더 차이가 클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차이는 동네 주변에 각종 스포츠 시설이 잘 구비되는 등의 사회적 여건도 큰 몫을 한다.

한의학에서든 산부인과에서든 임신부의 경우 꾸준히 적정한 강도의 운동을 해 줄 것을 권한다. 특히 하체와 하복부의 힘을 길러주고,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등의 운동은 요긴하다.

동서양인의 미묘하고 미세한 신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출산은 사실 인종을 가릴 것 없이 본질적으로는 자연스런 행위이다. 출산을 실제로 가능한 자연스럽게 하고, 그 같은 출산을 현대의학이 뒷받침하며, 출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된다면 최근 대세로 자리잡은 저출산 문화가 어느 정도는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김창엽

◆ 김창엽 자유기고가

중앙일보에서 과학기자로, 미주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장 등으로 일했다. 국내 기자로는 최초로 1995~1996년 미국 MIT의 ‘나이트 사이언스 펠로우’로 선발됐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문화, 체육, 사회 등 제반 분야를 과학이라는 눈으로 바라보길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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