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피플

우리 쌀의 기원과 진화

김정곤 농촌진흥청 답작과장

 
중국 <사기>에 ‘도이불언(桃李不言), 하자성혜(下自成蹊)’라는 구절이 있는데 ‘복숭아와 자두는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그 밑으로 자연히 오솔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사람이 덕과 인품을 쌓으면 주위에 사람이 모여든다는 의미다. 쌀은 우리의 식량으로 약 1억 4000만 년 전에 지구에 출현하여 오랜 진화를 거쳐 약 1만 5천년에서 1만년 경에 재배되기 시작해 5000년 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하여 왔기에 이제는 이렇게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쌀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로서 여러 경로를 거쳐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벼는 중국으로부터 전래 되었다고 추정되는데 전래 당시에는 반달형 돌칼과 홈자귀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농사 기구가 유입되면서 농업생산성이 향상되고 고대국가 형성의 기틀에도 기여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쌀은 조선시대부터 1451종의 재래 벼가 재배되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의 ‘재배벼 폐지, 일본 벼 도입’ 정책에 따라 많은 품종이 사라지고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먹거나 재배하기에 좋은 형태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가는 ‘육종’ 기술을 통해 새로운 벼 품종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광복 이후, 격동의 1960년대까지 벼의 육종은 수량성이 정체되어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시기였으나, 통일벼가 개발되어 1977년에는 국가적인 숙원사업인 식량자급이 달성되게 되었다. 이후, 통일형 품종의 재배안전성과 미질 보완을 통한 품질과 맛의 고급화, 생력화 요구에 부응하는 자포니카 품종의 개발과 보급이 활발히 진행되어 수량성을 유지하면서도 밥맛이 보다 더 우수한 품종인 ’화영벼‘, ’동진벼‘, ’일품벼‘ 등이 개발되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품질 고급화와 재배 안정성을 강조하는 소비자와 농업인의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품종인 ’운광‘, ’고품‘, ’삼광‘, ’칠보‘, ’하이아미‘ 등 최고품질의 벼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또한, 급변하는 국제 여건과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고 쌀 소비확대와 부가가치 증대를 위한 가공용·기능성 특수미 품종 개발에 노력을 경주해 왔다. 최근에는 유색미와 성장기의 어린이를 위한 ’하이아미‘,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과가 탁월한 ’밀양 263호‘, 빈혈 예방에 좋은 ’고아미 4호‘ 등이 개발되면서 맛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현대인의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도 가공식품 용도로까지 보다 다양해짐에 따라 쌀국수용 ‘새고아미’, 무균포장밥용 ‘보람찬’, 떡용 ‘드래찬’, 막걸리 용 ‘설갱벼’까지 탄생하기에 이른다. 더 나아가 가축사료와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한 품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여 열대 자포니카 계통을 활용한 녹양, 목우, 목양 등 총체사료 전용품종도 개발하였다. 이러한 품종들은 이삭, 줄기, 잎 전체를 사료로 활용할 수 있어 기존 볏짚보다 가축의 조사료로서 영양가치도 우수하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쌀 산업이 지속적으로 유지 및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식량작물의 중요성에 대한 입체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식량안보의 핵심은 주식의 자급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이를 해외나 민간에 의존하기에는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자급이 가능한 유일한 식량이면서 식량안보, 기후변화 등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쌀이라는 전략적 인식이 요구된다. 국내외의 여건 변화 및 시대적 요구는 우리 쌀의 변화를 통해 단순한 식량생산의 개념을 넘어 대내외 환경변화를 고려하는 R&D로의 전환을 통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및 국제 곡물가격의 폭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외부적으로는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내부적으로는 통일을 대비해야한다.

이제 우리 쌀은 급변하는 소비자, 생산자 및 가공 유통 모든 쌀 관련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품종 및 재배기술 개발 등을 위하여 쌀 분야의 연구기반 확충은 필수적이며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복숭아꽃과 자도꽃’처럼 우리 쌀이 스스로 꽃을 피울 때 우리 국민들은 건강과 식량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2012.08.07 김정곤 농촌진흥청 답작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