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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희망의 신호 “우리도 결혼하고 아이 낳고 싶어요” 결혼과 출산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것은 저출생 위기인 우리 사회에 희망의 신호이다. 미래세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 될 것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도 가족과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최근 결혼과 출산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며 긍정적인 신호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희망의 씨앗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결혼과 출산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경제적 지원의 확산이다. 그동안 정부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이는 많은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청년 주택 드림 청약통장, 결혼, 출산 시 특공기회 추가허용, 신혼·출산 가구 대상 주택 6만 가구 추가 공급,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 육아휴직 확대, 출산 장려금 등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 에서 청년들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하게 꼽은 일·가정 양립, 주거 등 결혼·출산 지원 부분을 정부가 발 빠르게 해결해 나가며 청년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고 있다. 둘째, 사회적 가치의 변화다. 과거에는 개인의 경력과 경제적 성공이 우선시 되었지만, 최근에는 가정과 가족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며 일·가정 양립의 균형(balance)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는 것에 대한 긍정적 신호이며 단순한 추세(trend)가 아닌 가치관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다둥이 가정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어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K-패스 2자녀 30% 3자녀 이상 50% 할인 신설, 다자녀 국가 장학금 확대, 다자녀 전기차 구매 보조금 확대 등 다둥이 혜택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은 현실이다. 특히, 둘째와 셋째 아이에 대한 지원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아이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아버지들.(필자 제공) 좀 더 현실적인 다자녀 부모들의 요구를 10가지로 정리해 보았다.▲자녀 수에 따른 아동수당 차등 지급 ▲각 지자체 공공기관 놀이시설, 박물관 다자녀 할인 통합 및 시설 이용확대 ▲다자녀 육아휴직 지원금 확대 ▲다자녀 가정 육아휴직 의무화 ▲배려 주차장이 아닌 다자녀 전용 스티커를 이용한 전용 주차장 ▲정부 플랫폼을 활용한 다자녀 숙박 시설 확인 및 할인 지원 서비스 ▲다자녀 기차 이용 가능 시간 확대 ▲맞벌이 다자녀 가정 주말 달빛어린이 병원비 경감 ▲수도, 전기, 가스 등 할인 한도 상향 ▲신생아 특례대출(전세 및 내 집 마련) 출산 기간 확대 등의 생활에 밀접한 요구들이다. 정부는 경제적 지원은 물론, 보육 시설의 확대, 돌봄 프로세스(process) 개선, 교육비 경감, 생활 속 불편 등 다자녀를 양육하는 환경들을 개선함으로 양육문화에 대한 변화를 지속 가능하도록 끌어 나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또한 맞벌이 가정이나 다둥이 가정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지원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맞벌이 가정은 양육에 대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다둥이는 여전히 경제적 부담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쉬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맞벌이 가정과 다둥이 가정이 겪는 어려움,예를 들어 아이가 아파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거나 다둥이 아이들을 데리고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 등을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정부나 지역 사회, 기업에서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맞춤형 제도(유연 근무제, 엄마아빠 행복택시 등)가 편리하게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다둥이 가정을 존중하고 그들의 경험이 긍정적으로 공유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때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이나 부모들이 다자녀를 선택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양육 문화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임산부 전용 주차 공간.(필자 제공) 이러한 양육 문화 환경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기에 학교와 기업 지역사회에서 다둥이 가정의 필요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시민 인식 교육 프로그램들로 가족 친화적인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끝으로 결혼과 출산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것은 저출생 위기인 우리 사회에 희망의 신호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며 청년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사회는 협력하고 다둥이 혜택을 확대하여 사회적 인식을 개선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저출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미래세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 될 것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도 가족과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 되기를 희망한다. ◆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자문위원 출산고령화위원회 자문위원이자 가치자람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으로 근무 중이다.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하며 세 아이와 함께 소통하는 아빠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빠육아와 남성육아휴직 인식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4.10.31 김기탁 가치자람 아빠육아문화연구소장
- 저출산 고령화 대극복 엄마의 마지막 집 아직은 건강하신 엄마의 마지막 집이 요양원과 같은 시설 보다는 고령자 복지주택이 되도록 개선되는 상황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시대의 엄마가 당신 사시던 정든 곳에서 지낼 것을 희망하신다면 단지 또는 마을 단위로 서비스가 집중 연계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KBS 시사다큐 프로그램은 2024년 3월 엄마의 마지막 집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고령자 주거 문제를 다루었다. 늦둥이 아들 관점에서 아버지는 요양원에 모시고, 어머니는 고령자복지주택에 모시려는 상황이 그려지며, 부모와 자식의 생각, 국내외 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한데 모은 내용이다. 프로그램의 끝은 아들의 어머니가 정든 집을 떠나 고령자 복지주택에 입주하는 것이 아들을 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노년의 엄마는아들을이해는 하지만 솔직한 마음은 집을 떠나기 싫다는 울음 섞인 고백으로 마음을 전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르신을 위한 주거 정책이 누구의 입장을 얼마나 대변하고 있는가를 자문하게 되는 대목이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의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저소득 어르신부터 고소득 입주자까지를 아우르는 가사·건강·여가 서비스 결합 고령친화 주거공간 조성과 공공과 민간이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을 확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주거복지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제27회 LH 대학생 주택건축대전 수상작들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특히 저소득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임대주택인 고령자 복지주택의 경우 총 연간 3000호 공급을 계획함과 동시에 중산층 고령가구까지의 입주 기회 확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령자 복지주택은 국토부가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으로 상층부에는 무장애설계(Barrier Free Design)를 통한 고령자의 낙상 방지와 생활 접근성을 높인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저층부를 복지공간으로 조성한 형태를 갖는다. 복지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사회복지관을 해당 저층부에 설치하고 고령자 복지주택에 입주하신 어르신과 지역주민의 주거 기반 복지 서비스 접근성 강화를 꾀한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 서비스의 물리적 접근성을 주거동 또는 주거단지 수준으로 강제하여 고령자 AIP(Aging In Place, 지역사회 계속거주)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공공 임대주택 또는 민간 공급 주택에 거주하시는 대다수 고령자는 주거 기반 복지 서비스 접근성의 한계를 경험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 노인 맞춤형 돌봄서비스와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중심 돌봄을 지원 중이나 지역의 빠른 고령화 속도와 지원 대상 급증에 충분한 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다. 고령자 복지주택의 강화된 복지 서비스 접근성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기존 주택 거주 고령자의 복지 서비스 접근성 강화는 미국 뉴욕시의 NORC 정책사업을 통한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NORC는 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y의 약자로 자연발생적 고령자 주거단지의 복지 서비스 연계 강화 사업 정도의 국문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미국 뉴욕시에서 최초로 시도된 NORC 사업은 2820 가구 규모 공공 임대주택의 거주자가 청년 세대 이탈, 기존 거주자 고령화로 자연스럽게 고령자 집중 주거단지로 변하자 뉴욕시가 복지 서비스 집중연계 단지로 지정하고 입주자의 AIP를 지원함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1999년 뉴욕시는 NORC 집중 지원을 위한 조례를 마련하고 사업을 확대하였다. 2002년 미국 의회는 미국 26개 주에 3년 간 50개의 NORC 조성을 지원하는 예산을 마련하였다. 미국 NORC 정책사업은 고령자 집중 주거단지가 형성되는 지역의 주민협의체 또는 복지 서비스 공급기관의 요청과 지자체의 서비스 제공 기관 선정 및 NORC 단지 지정으로 추진된다. NORC에 거주 노인이 집중된 만큼 개별 노인의 필요 서비스가 다양하더라도 하나의 단지 내 집합되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보건복지 서비스의 효율적 연계공급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선정된 서비스 제공 기관은 지정된 NORC 단지 거주자 대상 필요 서비스 수요조사를 통해 단지별 특화 서비스 패키지를 마련한다. 공공 또는 민간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지정되는 NORC 사업인 만큼 기존 주택 거주 저·중소득 고령자가 주요 정책 대상자로 특정된다. 사업 추진 이후 2007년 뉴욕시의 사업효과성 평가는 기존 임대주택 대비 NORC 거주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감 감소, 필요 서비스 연계의 효율성 증가, 사회활동 참여의 적극성 증가, 자가 건강인식도 증가, AIP 실현 의지 증가를 확인하였다. 미국 NORC 현황.(필자 제공) 최근 경기주택도시공사는 국가의 다양한 고령친화 주거 유형 개발과 공급 확대 계획에 발맞추어고령자 복지주택 사업모델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과 고령자 주거 기반 복지 증진 정책 고도화 노력으로 향후 경기도 외에도 지역사회 특화 고령자 주거복지 실현 모델이 다양하게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시의 NORC 사업은 고령자 복지주택 외에도 기존 주택 거주 저·중소득 고령자를 위한 주거 기반 복지 증진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지역특화 모델 개발에 참고 가능한 사례이다. 아직은 건강하신 엄마의 마지막 집이 요양원과 같은 시설 보다는 고령자 복지주택이 되도록 개선되는 상황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시대의 엄마가 당신 사시던 정든 곳에서 지낼 것을 희망하신다면 단지 또는 마을 단위로 서비스가 집중 연계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 2024.10.30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 100세 인생 100세 시대, 노후 준비 시작은 20~30대 ‘3층 연금 가입’부터 노후생활비에 충당할 정도의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연금 가입으로는 불가능하다. 매월 적은 금액이라도 30~40년 장기간 불입해야 한다. 20~30대 직장생활 시작과 동시에 3층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연금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야 한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100세 시대의 노후준비는 20~30대에 사회출발과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그래도 20~30대부터라는 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는 표정이다. 왜 그런 주장을 하는가? 행복한 노후를 위한 준비에는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게 연금 준비이다. 우리가 복지선진국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고령자들이 노후자금으로 몇억원씩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소생활비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나라가 복지선진국이다. 일본 내각부가 주요국의 노후주요수입원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 일본, 독일 같은 복지선진국의 경우 60~90%를 차지하고 있는 게 공적·사적 연금이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어떤가? 2023통계청 사회조사에 의하면 노후생활비 마련 방법 중 공적·사적 연금의 비율은 29%에 지나지 않는다. 전직 공무원, 군인, 교직원과 특별히 연금준비를 한 일부 고령자들만이 여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고령세대들의 주된 생활비 마련 방법은 무엇인가? 1980년도 조사에서는 72%가 자녀의 도움이라고 대답했다. 당시만 해도 부모의 노후는 대부분 자녀들이 책임지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 비율이 2023년 조사에서는 12%로 낮아졌다. 몇 년 후에 다시 같은 조사를 한다면 이 비율이 선진국처럼 0~2%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다. 자녀들의 경제사정으로 보나 의식구조로 보나 앞으로 자녀들의 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결국 고령자 자신이 근로소득이나 재산소득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70대가 넘어가면 대부분의 고령자들은 일자리를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재산이 많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다. 주위에서 보면 제법 많은 노후자금을 모아 두었는데도 돈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노후자금의 수명이 자신의 수명보다 길어야 하는데 세상 떠나기 전에 노후자금이 바닥나면 어떻게 할까 하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세상을 뜰 때까지 최소생활비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면 노후가 얼마나 안심이 되겠는가? 그런데 노후생활비에 충당할 정도의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연금 가입으로는 불가능하다. 매월 적은 금액이라도 30~40년 장기간 불입해야 한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자신의 노후생활에 연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20~30대 직장생활 시작과 동시에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연금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국민연금공단 입구.(ⓒ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3층 연금의 1층이 되는 국민연금은 연금자산 운용을 비롯한 모든 관리를 국가기관이 해주고,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연금지급을 국가가 책임져 주는 공적연금이다. 대부분의 사적연금은 지급기간이 정해져 있고 비용을 빼면 물가상승률 커버도 쉽지 않다. 반면에, 국민연금은 세상 떠날 때까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지급해주는 종신연금이다. 국민연금만큼 유리한 금융상품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른 어떤 연금보다도 국민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민연금 더 받기 전략으로는, 가입의무가 없는 배우자에게도 임의가입토록 하여 연금수령액을 늘리는 방법(임의가입제도), 연금수령 연령이 되었더라도 수령시기를 일정기간 연기하여 연금수령액을 늘리는 방법(연기연금제도), 연금가입자격이 종료(60세)된 후에도 일정기간 계속 가입하여 연금수령액을 늘리는 방법(임의계속가입제도), 사업중단이나 실직 또는 휴직으로 납부하지 못한 연금보험료를 추후에 납부하는 방법(추후납부제도), 출산, 군복무, 실업과 관련하여 가입기간을 추가인정 받는 방법(크레딧제도) 등이 있다. 3층 연금 중 2층에 해당하는 연금은 직장에서 가입하는 퇴직연금, 3층에 해당하는 연금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이다. 두 연금 모두 사적연금이며 연금자산 운용의 책임소재를 기준으로 DB(회사책임)형과 DC(가입자책임)형으로 나뉜다. DB형은 운용의 책임을 회사(퇴지연금) 또는 금융회사(개인연금)가 지기 때문에 가입자는 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DC형은 운용의 책임이 가입자(근로자)에게 있다. 그런데 퇴직연금도 개인연금도 저금리시대를 반영하여 DC형이 주류로 되어 가고 있다. 같은 기간 같은 금액을 가입한 경우에도 연금자산 운용 결과에 따라 연금수령액이 두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그만큼 연금자산 운용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금자산 운용과 관련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 원리금보장상품에 운용할 것인지 원금손실의 리스크가 있지만 고수익을 낼 수도 있는 투자형상품에 운용할 것인지, 100% 국내에만 투자할 것인지 국제분산투자를 할 것인지, 국제분산투자를 한다면 어느 지역의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할 것인지, 연령대에 따라 운용상품 중 공격적인 투자상품의 비중은 어느 정도의 비율로 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DC형 연금에 넣는 펀드상품을 어떤 운용회사가 운용하느냐에 따라 운용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실력있는 운용회사를 고를 수 있는 공부도 해야 한다. 연금자산 운용과정에서 배운 금융투자지식을 여타 자산을 운용하는 데 활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20~30대에 이런 노력을 시작했느냐 안했는냐에 따라 노후자금 마련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전 미래에셋 부회장 대우증권 상무, 현대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회 대표로 일하고 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시절, 현지의 고령화 문제를 직접 마주하면서 노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수 있는 다양한 설계방법을 공부하고 설파하고 있다. 2024.10.24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 마음 읽기 화를 참지 못하는 사회 잠시만 눈을 감고 여유를 가져보자. 그리고 우리의 삶을 잠깐만이라도 돌아보자. 대단한 것을 이루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살아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존중하면 배려하며 함께 살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 보면 분노조절장애라는 단어를 가끔 보고 듣게 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소위 묻지마 범죄, 화풀이 범죄야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병리적 행태라고 하더라도,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옮겨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심각한 정도야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사실 분노조절장애라는 단어는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다. 흔히 화병이라고도 생각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사회적인 용어다. 화병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쌓인 울화가 세월이 흐르며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가슴이 답답하고, 무엇인가 명치 위로 치밀어 오르는 느낌도 드는데 마치 화산처럼 폭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휴화산처럼 조용해 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쌓여 있던 좌절과 억울한 마음이 몸으로 표현되는 문화적 질병이다. 참아서 생기는 병이 화병이라면 분노조절장애는 반대다. 참지 못해서 생기는 사회적 질병 상태다. 정신의학에서는 간헐성폭발장애라는 병이 있다. 자기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화가 갑자기 발생하고 폭발하고 나면 일시적으로 긴장이 풀어지지만, 곧 후회가 몰려오는 경우,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할 때 진단되는 흔치 않은 병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분노조절장애는 이런 질병이 아니고 그냥 화를 참지 못해 폭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왜 우리 사회에 최근에 이런 현상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본인이 노력해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좌절감, 세대 갈등, 좌우 갈등, 양성 갈등 등 여러 가지 사회적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불안, 긴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사에 짜증을 내고 작은 일에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화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고 표정은 찡그려 있고 때로는 권투 시합을 앞둔 링 위에 오른 선수 같은 모습이다. 극도의 교감신경 흥분 상태다. 이때 작은 자극이라도 받으면 그냥 폭발해 버린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화를 내는 것과 불안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화, 분노와 불안은 같은 감정인가? 물론 아니다. 화가 나는 것은 화가 나는 것이고 불안한 것은 불안한 것이다. 전혀 다른 감정이다. 그런데 사실 같은 감정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화날 때 가슴이 두근거릴까? 당연하다. 그럼 불안할 때는? 물론 그때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같은 현상이다. 전혀 다른 두 가지 감정이 신체적으로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할 때 화를 내고 화가 날 때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는 이 두 가지 감정이 섞여버리면 지금 자신이 화가 난 것이지, 불안한 것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7월 서울 시청역에서 진행된 트라우마 심리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 모습.(ⓒ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긴장이 높고 불안하면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한다. 평소 기분이 좋고 편안하면 그냥 넘어갈 일도 모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쉽게 뚜껑이 열려 버린다. 지금 밖에서 쿵 하는 소리가 크게 났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편안하게 이완되어 있을 때는 반응에 시간이 걸린다. 몸을 긴장하고 이후 반응하게 된다. 온몸에 힘을 주고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해 보자. 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대로 반응해 버린다. 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합리적인 생각이나 이성적 판단이 끼어들 틈이 없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즉각적인 분노 표출, 이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그럼 뭘 해야 하는가? 물론 세상이 바뀌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건 일종의 문화다. 문화는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것도 아니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힘으로도 안 된다. 우리 사회는 과거와 달리 예측성이 떨어진다. 변화가 너무 빠르다. 즉,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인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늘 긴장하고 살 수밖에 없다.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비해야 한다. 잠깐의 여유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그래서일까.우리 사회에서 너그러움이나 여유라는 단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의도가 아닐지라도 말 한마디만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상대에 대해서는 가혹함을 넘어서 처절한 응징을 가한다.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원수가 되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현실에서 어떻게 긴장을 줄이고 여유를 찾고 화를 다스릴 수 있을까? 세상이 바뀌어야 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우선 자신이 바뀌는 것이다. 초점을 스스로에게 맞추어 보자. 심호흡을 한번 하고 어깨를 툭 떨어뜨려 보자. 혹시 지금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겠는가? 하루 종일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저녁이 되면 뒷목도 당기고 소화도 안 된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 까닭이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잠시 거꾸로 생각해 보면 좋겠다.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닐까? 편안할 때는 웃고 넘어갈 모든 일들이 내가 힘들면 전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긴장을 최고조로 높여도 좋다. 화가 날 만한 일이면 화를 내는 것도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회적 공분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고 개인적인 분노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위대한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적인 분노의 표출은 자신과 세상에 결코 도움이 되는 건강한 분노 표출은 아닌 것 같다. 잠시만 눈을 감고 여유를 가져보자. 그리고 우리의 삶을 잠깐이라도 돌아보자. 대단한 것을 이루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살아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경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0여년간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직장인들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진료, 방송,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4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 중이다. 2024.10.22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 한-아세안, 새로운 협력 시대 열다 한-아세안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 격상은 인도태평양 시대를 맞아 단순한 관계 개선을 넘어 글로벌 도전과 기회에 함께 맞서고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포괄적이고 전방위적인 협력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 조원득 국립외교원 인도태평양연구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10일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10개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를 맺기로 합의하며 양측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번 격상은 단순한 관계 개선을 넘어 인도태평양 시대를 맞아 한국과 아세안이 글로벌 도전과 기회에 함께 맞서고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포괄적이고 전방위적인 협력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1989년 부분 대화상대국으로 시작된 한-아세안 관계는 3년 만에 정식 대화 상대국으로 발돋움하여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이후 35년 동안 양측은 경제, 투자, 인적 교류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협력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연구소( ISEAS)의 여론조사를 통해 보듯이 아세안 내 엘리트층이 인식하는 한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특히 아세안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미국, 중국 등 강대국뿐만 아니라 여타 중견국과 비교했을 때도 그다지 크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CSP 격상은 한-아세안 관계를 보다 포괄적이고 획기적 단계로 견인할 촉진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인태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 국제사회에서 전략적 가치가 증가하고 있는 아세안은 한국의 인태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며 한국의 외교·안보 및 경제적 이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발표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아세안을 최우선 협력 대상으로 강조하고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한 것은 이러한 인식을 명확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남중국해를 비롯한 해양 동남아시아 지역은 항행의 자유와 안정된 해양 질서 유지라는 한국의 핵심 이익과 직결되어 있다. 아세안은 또한 핵심 광물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와 경제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지역이자 한국의 개발 협력 노력이 집중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아세안 중시 외교를 이어왔다며 한국과 아세안은 이제 새로운 미래의 역사를 함께 써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공동 번영을 위한 파트너로서 앞으로 전방위적이고 포괄적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은 이러한 비전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윤 대통령,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사진=대통령실 제공) 한-아세안 정상회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CSP) 수립 먼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과 아세안은 국방 및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오는 11월에 첫 국방장관 대면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는데, 이는 양측 간 안보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2025년에는 한-아세안 간 경제안보 및 통상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일환으로 한-아세안 경제·통상 싱크탱크 다이얼로그 개최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한-아세안 간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미래 세대 간 우호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아세안 출신 학생 4만 명에 대한 연수를 추진키로 했다. 둘째,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8·15 통일 독트린의 중요성을 소개하고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화하고 한반도의 평화가 아세안 지역의 평화와 안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상기시키며 지역 간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셋째, 한·일·중과 아세안 간의 선순환 협력을 제안하며 지역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각국이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이번에 아세안과의 관계를 CSP로 격상하면서 한일중 모두 아세안과 최고 단계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함에 따라 이를 계기로 한-아세안과 아세안+3간의 선순환 협력을 주도하고자 한 것이다. 평화·번영·상생 위한 미래 동반자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 외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선, 아세안 지역은 한국의 글로벌 중추 국가 외교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협력 지역이며 CSP 격상은 이를 이행하는 데 있어 아세안 내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둘째, 아세안 지역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태도국 지역 등 여타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호혜적이고 이익균등적인 협력 대상 지역임을 감안할 때 CSP 격상은 이러한 관계를 잘 반영하였다고 본다. 아세안은 한국의 주요 시장이자 교역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라는 중요 해상 교통로를 제공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공급하는 등 경제·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러한 다면적 관점에서 CSP 격상은 양측 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셋째, 현 윤석열 정부가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 발표를 통해 아세안과의 관계에서 해양 안보, 사이버 안보 분야와 아세안 방위 역량 강화 협력 등 포괄 안보 협력 확대를 강조함으로써 아세안과의 실질적인 포괄적(comprehensive) 전략 협력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관계 격상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한-아세안 관계는 경제 및 사회·문화 협력이 상당히 많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 협력이나 아세안 지역 정세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관여 측면에서는 부족했던 부분으로 인식되어 왔다. 한국과 아세안이 평화, 번영, 상생을 위한 미래 동반자로서 새로운 35년을 함께 일궈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처럼 앞으로 한-아세안 관계의 격상에 대한 아세안의 기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아세안 협력이 새로운 도약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한-아세안 협력의 긍정적 모멘텀을 이어가고 미래 동반자로 새로운 35년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2024.10.16 조원득 국립외교원 인도태평양연구부 교수
- 공직단상 우리는 모두 한곳에서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곳에서 만난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필요로 인해 행정기관을 방문한다. 원하는 바를 이야기는 민원인들과 그 민원을 귀담아듣다 최선을 다해 응대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익숙한 관공서의 풍경이다. 일회적인 민원도, 오랜 시간을 들여 처리해야 하는 민원도 서로 상생하며 살기 좋은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다.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러 들어갈 때, 큰 부담을 느끼고 입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민원을 신청하러 관공서에 입장할 때면왠지 모를 어색함이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공무원인 나조차도 민원인의 입장이 되어 다른 부서, 다른 기관을 찾아갈 때면 분명한 용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의 예민한 미어캣이 되어 불안한 시선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조용한 사무실에 이유 모를 적막과 긴장감이 맴돈다.누군가 친절한 목소리로어떻게 오셨냐며 물어보면 그제야 용건을 말하고 안내를 받는다.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민원은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행정행위를 요구하는 일이다.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사실 행정기관은 가까운 곳 어디에나 있으며 우리가 행정기관에 요구하는 행위는 실생활과 깊이 맞닿아 있다.광주의 한 관공서에서 민원인들을 응대하는 공무원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당장 은행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로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할 때가 있고,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거래하기 위해 인감증명서가 필요할 수도 있다.아직 임용된 지 고작 6년밖에 되지 않은 피라미 공무원이지만민원이 규모가 크든 작든 내용이 단순하든 복잡하든 민원이 우리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이어가고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공무원에게도 민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지만, 행정기관을 찾는 민원인에게도 민원은 삶과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일상적인 일일 것이다.민원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복잡다단한 분류를 떠나서 생각해 보자. 우리는 아프면 병원을 찾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 간다. 행정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에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따금 꼭 필요하고, 한 번은 들렀던 곳이 바로 관공서이다. 그리고 그 현장의 중심에 공무원이 있다.6년 전, 부푼 마음으로 처음 동 행정복지센터에 발령을 받던 날, 내게 주어진 일이 사회복지 민원 업무임을 알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와 복지 법령에 대한 숙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민원을 받기란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행정복지센터를 찾아오는 민원인께 정확하고 친절하게 제도에 대해 설명해야 했고, 공정하고 절차에 맞게 민원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건 민원인과 공무원 사이에 존재하는 필연적인 약속이었다.혹시나 나의 실수로 받아야 할 혜택을 놓치고 있는 민원인은 없는지, 쌀쌀해지는 날씨에 경로당 난방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내가 민원인께 불필요한 서류를 요청해 불편을 드리진 않았는지 돌아보고 생각하고 연구해야 했다.신규 공무원의 가상한 노력이 전해졌는지 그다음 해 초입에 자주 오셨던 민원인께 연하장을 받았다. 지적장애인인 딸과 단둘이 살며 기초생계급여를 받고 계신 어르신이었다. 우리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안부 연락으로 점차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아 가고 계셨기에 더 많이 기억에 남아 있다.우리 동 행정복지센터의 지속적인 연락과 사례관리를 받고 계시던 민원인께서 손으로 직접 써 보내주신 연하장. 지금도 처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 꺼내보곤 한다.우체국 마크가 찍힌 봉투 안에 든 엽서 한 장.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 가득한 새해 되세요라는 고작 두 줄의 인사 글만이 적혀 있었지만 카드를 전달받을 때의 감동을 무엇이라 설명할 길이 없다.지금도 처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 종종 그 카드를 읽어보고 만져본다. 많은 것을 알진 못했지만 많은 것을 해내고 싶었던 그때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우리는 모두 한곳에서 만난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필요로 인해 행정기관을 방문한다. 원하는 바를 이야기는 민원인들과 그 민원을 귀담아듣다 최선을 다해 응대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익숙한 관공서의 풍경이다. 일회적인 민원도, 오랜 시간을 들여 처리해야 하는 민원도 서로 상생하며 살기 좋은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다.그 모습을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 보면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공익 광고 속 문구가 낯설지 않다. 어색하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더 이상 행정기관이 딱딱하고 경직된 곳으로만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충주시에서 민원담당으로 일하며 겪은 일상을 수필로 쓴 글이 등단의 영광으로 이어졌다. 공직 업무의 꽃인 민원 업무로 만난 수많은 일화들이 매일 성장통이자 글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가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2024.10.15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탄소중립 시대의 산업혁명, 기후테크 기후테크는 기후변화 대응 그 자체뿐 아니라 전 세계 무역 및 경제 질서의 논의에 있어서도 주요한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테크가 단순히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기술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제체제를 통해 지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진짜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지금 전 세계가 경제성장과 탄소의 탈동조화(decoupling)를 이루어낼 수 있고 기후위기시대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찾아 나섰다. 바로 그것이 기후테크다. 2023년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기후테크를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기후완화기술이나 기후변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후적응기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라 정의하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를 바라보는 시선이 뜨겁다. 많은 국가는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4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시장에 등장해 빠르게 확산되어야 하는 현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기후변화는 날로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기술과 산업을 빠르게 육성시켜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테크를 분류하는 기준에 대한 표준이 특별히 없기 때문에 국가마다 조금은 다른 분류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탄녹위에서 기후테크를 클린테크(Clean Tech), 카본테크(Carbon Tech), 푸드테크(Food Tech), 에코테크(Eco Tech), 지오테크(Geo Tech)의 5개 분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후테크 기업은 어느 회사일까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의 기후테크는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에 5대 분야 중 한국을 대표하는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이고 창업한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은 없다. 한국에서는 없지만 다른 국가의 기후테크 유니콘들을 보면, 탄소를 포집하는 클라임웍스,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을 하는 루비콘, 기업들의 탄소 측정 및 보고를 위한 탄소회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워터쉐드 등이 있다. 다른 분야의 유니콘인 우버와 달리 아무래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결국 우리의 미래, 지구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기후테크 유니콘이 더 많이 나오고 더 이 분야가 유명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테크는 기후변화 대응 그 자체뿐 아니라 전 세계 무역 및 경제 질서의 논의에 있어서도 주요한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여 2022년 5월에 설립한 다자경제협력 체제인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2024년부터 200조원 규모의 역내 청정경제 분야 협력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기후테크를 전면에 내세웠다. IPEF의 청정경제 협정에는 참여국들이 청정에너지원을 포함하여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부터 탄소 저감기술, 탄소 거래시장에 이르는 산업 전 단계에서 기술, 규범, 표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각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했던 기후테크가 IPEF의 청정경제 협정을 통한 표준화를 통해 좀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전 지구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기후테크가 단순히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기술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제체제를 통해 지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진짜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미래, 더 나아가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인류는 다시 한번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그 새로운 혁명은 기후테크가 주인공일 것이다. 한국의 우수한 과학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스케일업하여 카본, 클린, 에코, 푸드, 지오테크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후테크 기업이 탄생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처참했던 역사의 증거를 통해 충분히 깨닫고 있다. 전후 아프리카의 최빈곤국보다 못한 나라였던 한국은 지금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우리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자원이 부족해서 힘들었고, 그러한 힘든 상황에서도 지금의 경제 수준을 만든 위대한 저력으로 세계 최고의 기후테크 기업이 나오길 바란다. 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 기업, 민간이 협력하여 교육, 투자, 제도가 뒷받침되는 기후테크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정수종 교수의 기후테크전체 글 보러가기 ☞ 더 많은 탄소중립·녹색성장 이야기보러가기 2024.10.14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공직단상 김 집배원, 닭장을 나간 닭들을 잡다 우편물이 있는 곳이라면, 도심과 시골, 도서·산간벽지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니, 전국 방방곡곡 그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집배원은 본래의 역할인 메신저 역할 뿐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몇 년 전 이맘때 일입니다. 당시 저는 시외구역을 담당하고 있어서 오토바이 주행거리가 제법 되는 편이었고, 그날은 평소보다 배달 물량도 많아 꽤 지쳐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에야 오토바이에 싣고 나온 우편물이 끝을 보이기 시작했고 초조했던 마음에 작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얼른 일을 마무리 짓고 우체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제 집배구역의 마지막 집에 들어섰습니다. 외딴곳에 따로 떨어져 있는 시골집이었죠. 마당에는 제 어머니 연배의 여성분이 잔뜩 당황한 얼굴로 허둥지둥 뛰어다니며 달아나는 닭들을 잡고 있었습니다. 바깥양반이 며칠 전 병원에 입원하는 통에 집에 혼자 있는데, 산짐승이 닭장을 습격해서 닭들이 도망치는 바람에 너무 곤란하게 되었다고, 울상이 되어 좀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묻는 아주머니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대부분은 비교적 잡기 쉬운 위치에 있었지만, 몇몇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밭 사이에 들어가 있어서 닭을 잡으려면 풀을 온통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주머니를 도와드리면 우체국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질 테고, 업무 마감 시간 또한 늦어질 게 뻔했습니다. 순간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아주머니의 상황이 안타까워 두 손을 걷고 닭 잡는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도망친 닭들을 모두 잡아드리고 우체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이후 그 집으로 배달을 가면 아주머니께서 전보다 더 반갑게 맞아주시곤 하는데, 그때마다 집배원으로서의 보람이 느껴지곤 합니다. 우편물 배달 시 만나볼 수 있는 시외지역의 외딴집 한 채. 시외지역으로 갈수록 집배원의 지킴이 역할은 커진다. 이 일화는 강원도의 한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집배원의 실제경험담이다. 집배원은 우정사업본부 휘하 조직에서 우편물을 수집, 구분, 배달하는 업무를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의 공무원이다. 집배원의 주된 업무는 고객에게 우편물을 전해주는 일이지만, 실제로 집배원은 그 이상의 가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 우편물이 있는 곳이라면, 도심과 시골, 도서·산간벽지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니, 전국 방방곡곡 그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우편물-주로 등기-을 직접 대면하여 전달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지역 주민들과 접촉할 일이 잦으니, 그야말로 국민의 곁에 있는 공무원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집배원은 본래의 역할인 메신저 역할 뿐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위의 일화에서 소개한 것처럼 작게는 곤란에 처한 주민을 돕는 일에서부터 크게는 위험에 빠진 주민을 구하거나,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등의 일을 해내기도 한다. 탈진해 쓰러져 있던 80대 독거노인 구조한 21년 차 베테랑 집배원, 충북 oo우체국 박oo 집배원, 길 잃은 치매 어르신 안전하게 가족에 인계, 택배 수거하러 약국 갔다가 쓰러진 아이 구한 집배원, 우편물 배달 중 화재 초동 진압한 집배원 등. 인터넷 창에 집배원을 검색하면 집배원의 선행사례 기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집배원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든든한 파수꾼으로 존재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의 인적 네트워크와 지킴이 역할을 체계적으로 활용한 복지등기 우편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복지등기 우편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복지 사각지대 의심 가구를 선정해 복지정보가 담긴 등기 우편물을 발송하면, 집배원이 직접 배달하며, 해당 가구의 생활 실태를 파악하고 결과를 지자체에 전달하여, 지자체에서 지원이 필요한 가구를 발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으로 운영되는 서비스이다. 복지등기우편서비스 안내 홍보물.(제공=우정사업본부) 2022년 7월, 부산 영도우체국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복지등기 우편서비스는 이제 전국 72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위기가정을 발굴해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처음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11만여 가구에 복지등기 우편이 전달되었고, 이 중 2만여 곳이 위기가구로 파악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과 차상위계층 신청, 소득·돌봄·의료상담 등의 지원을 받았다. 이렇듯 국민과 함께 새롭게 거듭나는 대한민국 우정이라는 경영 비전처럼 기존의 메신저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조직의 일원이라는 점이 오늘도 나를 더욱 자랑스럽게 한다. 앞으로 기고를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메신저로서의 집배원이 아닌, 행복을 전하는 메신저이자 국민 곁의 든든한 파수꾼, 우리 곁의 든든한 지킴이로서인 집배원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옮겨내 수상의 기쁨을 얻었다. 우체통과 편지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우체국에는 온갖 이야기를 담은 우편물과 택배가 가득하다. 이들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동화로 옮기는 중이다. 2024.10.10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 공직단상 처음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 사서와 시인이라는 각기 다른 직업은 너무나 닮았다. 그리고 이용자를 위하여 책을 돌보는 일은 맡은 사서의 설렘은 읽는 이를 위하여 언어를 맡아둔 시인의 떨림과도 닮았다.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교류홍보팀 사서사무관 책이 지나간 자리에는 사서가 있고 시간이 머무르는 곳에 도서관이 있었다. 사서로서 공직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35년이 되어간다. 임용 첫날, 출근길 기억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다. 1990년 6월,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장마철이 하필이면 도서관 입사 후 첫 출근길이었다. 길바닥은 물론, 버스 안까지 물이 차올라서 오전 내내 버스에 갇혀 있었다. 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마음만 동동거리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다행히 차츰 물이 빠지면서 무려 5시간이 지나서야 내가 타고 있던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겹게 도서관에 도착했다. 지옥에서의 탈출, 그래도 나에게 비치는 햇살이 참 좋았다. 첫 출근이었으니까. 처음의 설렘은 장마의 폭우도 걷어낼 수 없었다. 모두에게 처음은 설렘이고 도전이다. 1990년 문화부 신설과 더불어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민이 도서관에 대해 궁금한 내용에 대한 안내와 각종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문헌 전반 상담을 제공하는 도서관 참고서비스 글방전화 사업을 운영하였다. 사서가 되고 처음 맡은 업무가 바로 이 글방전화였다. 1990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도서관 참고서비스로 시행한글방전화 사업의 추억이 책자로 남아 있다. 따르릉 전화벨 소리와 함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저는 척척박사입니다라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다. 모르는 내용은 브리태니커 사전을 찾아서 답을 해주거나 주요 일간지를 신문 스크랩 해가며 사전 지식을 쌓아갔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바쁘게 움직이며 하루를 보냈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도 아니었기에 민원인들이 원하는 만큼 답변을 해드리기 쉽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은 사서가 이런 업무까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 역시 내가 맡은, 또 해내야 할 업무였다. 도서관을 사랑하고 궁금해하는 모든 분에게는 적합한 서비스와 세심한 안내가 필요했고 그 역시 사서로서 해내야 할 일이라 생각하니 답변 하나하나에 성의가 생겼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서로서 써 내려간 일상들은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늘려 갔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해마다 신입 사서들이 내 앞에 서 있다. 여러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처음이라는 설렘과 마주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뛰던 시절, 처음과 마주했던 시절 말이다. 낯선 시작을 뒤로 하고 이제는 신나는 일, 기분 좋은 만남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그 무게에 짓눌린 날들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더는 넘기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켜켜이 쌓여가면 우리의 삶은 한 권의 책처럼 견고하고 단단하게 엮여있다. 때론 행복하고, 가끔은 불행하기도 한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책 말이다. 도서관 가득 빼곡하게 들어선 책들. 직업적으로도 책과 가까이하는 삶을 살면서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시를 끄적인 세월도 비슷하게 되어간다. 맡는다를 의미하는 사(司)와 책을 의미하는 서(書). 사서라는 익숙하다 못해 익숙한 단어지만, 가끔은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책을 읽는 것도 아닌, 책을 맡는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고민한 시간도 비슷하게 되어갑니다. 그리고 그 고민 앞에서, 시를 되뇌었다. 시적 언어는 흔히 함축(含蓄)이라는 말로 설명되곤 한다. 일상적 언어에 기대어 있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일상적 언어를 넘어선 새로운 의미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시의 언어다. 그러니까 언어를 잠시 맡아두는 것이지요. 기쁨의 순간이나 슬픔의 순간에, 환희의 순간이나 좌절의 순간에 무뎌진 삶을 일깨우는 말이 될 수 있도록 시인은 읽는 이가 꺼내 보기 쉬운 자리에 언어를 배치한다. 이렇게 보면, 사서와 시인이라는 각기 다른 직업은 너무나 닮았다. 그리고 이용자를 위하여 책을 돌보는 일은 맡은 사서의 설렘은 읽는 이를 위하여 언어를 맡아둔 시인의 떨림과도 닮았다. 사서로서, 혹은 시인으로서 무언가를 맡는다는 일의 기쁨을, 그리하여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을 소개하고 싶다. 가을 단풍으로 물든 국립중앙도서관 전경. 좁은 창문을 닫았다. 도서관은 넓은 창문을 내지 않는다. 밖은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서가도 언제나 좁다. 두 사람이 만날 수 없다. 도서관은 적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 홀로 적막히 들어갔다. 앞에 놓인 책들을 봤다. 세워진 책들 사이에 가로 누운 책이 있었다. 그 책 하나가 단 전체를 빡빡하게 만들었다. 그 책을 꺼내서 다른 책들과 나란히 세웠다. 어느 책은 거꾸로 서 있다. 익숙한 제목이 낯설게 다가온다. 그 책만 꺼내서 다른 책들과 나란히 세웠다. 어느 책은 엉뚱한 곳에 들어가 있다. 어울리지 않았다. 그 책도 꺼내서 다른 책들과 나란히 세우고 싶었다. 그 책을 제자리에 넣으려고 했다. 끝까지 들어가지 않아 줄이 맞지 않았다. 그 책 혼자 툭 튀어나왔었다. 손으로 다독이기도 했고, 쳐보기도 했다. 내 마음으로 되지 않았다. 그 틈새를 들여다보았다. 줄 세운 책들 뒤로 저 책이 있었다. 누가 감춰놓기라도 한 듯이, 저 책은 숨어있었다. 저 책을 꺼내 보았다. 저 너덜너덜한 수험서의 누러언내가 나의 손에도 스몄다. 책장을 넘겨보니, 마치 자기 책이라도 된 것 마냥 흔적들을 남겨놓았다. 줄도 맞지 않은 형광펜의 자욱들 한 켠에는 부동산의 소유 나란히 세워지지 않은 저 책이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저 책을 그냥 두기로 했다. 좁은 창문을 연다. - 한숙희 詩, 서가 ◆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국립중앙도서관 국제교류홍보팀 근무, 2021년 공직문학상 시 부문 은상 수상, 같은 해 시인정신으로 등단했다.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출근하는 35 년 차 사서이자 도서관에서의 일상을 시로 구현해내는 시인이기도 하다. 2024.10.08 한숙희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 디지털 성범죄 피해, 일상회복을 위한 상담부터 삭제 지원까지 무료 이용 수많은 피해자에게 서비스를 안내할 때, 피해자분들은 늘 다시 되묻는다. 무료인가요? 수천만원의 비용을 호가하는 디지털 장의사가 성행하는 현실에서 국가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여전히 생경한 것 같다강명숙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상담연계팀장 최근 인공지능기술(AI)을 활용한 딥페이크 사건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성적 이미지 조작 및 착취가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는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통은 비교적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주된 피해자인 10대나 20대는 성인보다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에 그 충격과 고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해 정부는 이전부터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먼저 2017년 범정부 합동으로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을 수립해 피해자 지원 체계를 마련했으며, 2018년 4월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를 최초 개소했다. 2020년에는 한국 사회를 흔들어놓았던 n번방 사건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음란물에 관한 별도의 처벌 규정 마련을 위해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이 일부 개정되었다. 또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원센터가 4개 개소했고 올해까지 특화상담소가 14개 개소되는 등 공적 서비스 전달체계가 전국적으로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에 있어 국가의 책임 의지와 노력의 표명을 알 수 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실 내부 (사진=한국여성인권진흥원 제공)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성센터는 이제 개소 6년 차를 맞이했다. 지난해 기준 센터를 이용한 피해자는 1년간 약 9000명, 약 24만여건 이상의 삭제지원을 진행해왔다. 센터를 이용하는 수많은 피해자에게 서비스를 안내할 때, 피해자분들은 늘 다시 되묻는다. 무료인가요? 수천만원의 비용을 호가하는 디지털 장의사가 성행하는 현실에서 국가가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여전히 생경한 것 같다. 국가는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단계별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1단계는 초기상담과 피해 촬영물 확보다. 이에 상담원과의 초기상담을 통해서 접수를 진행하는데, 삭제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피해 촬영물 원본 또는 유포된 사이트의 URL이 필요하다. 딥페이크의 경우에는 합성 편집된 최종 결과물이 원본이 된다. 특히 이 단계에서는 피해자가 극도의 불안을 경험하는 상태에서 상담이 시작되기 때문에 불안을 감소시키고 보다 안정할 수 있는 위기상담에 기반한다. 또한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서비스 이용 욕구(Needs)를 파악하고 맞춤형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피해자가 경찰 신고를 먼저 한 경우, 수사기관과 시스템이 연동되어 있어 경찰에 제출한 피해 촬영물(증거)을 센터에 별도로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경찰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2단계는 삭제 지원이다. 아직 유포가 안된 경우는 피해 촬영물이 온라인 공간에 유포되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다. 이미 유포가 된 경우는 삭제지원을 진행한다. 삭제가 이루어진 경우는 삭제 결과 보고서 열람이 가능하다. 삭제 지원은 국내와 구분을 구분해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삭제 지원 내용 3단계는 맞춤형 통합지원이다. 주로 지자체 지원센터나 특화상담소로 연계를 통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서비스는 경찰서 방문동행이나 고소장 작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사지원, 무료법률서비스 연계 및 재판 모니터링 등 법률 지원,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병원 진료와 치료 등 의료지원이 있다. 더불어 지자체 지원센터나 특화상담소에서 직접 운영하는 치유·회복 프로그램 지원,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제도를 활용한 경제지원까지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겪었을 때에 그 피해 상황을 직면하는 것은 심히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피해자 지원기관의 상담과 통합 지원을 통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도 언제나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피해 발생 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로 지원요청이 가능하다. 온라인 게시판 상담을 이용해도 좋은데, 센터의 상담은 365일 연중무휴로 진행한다. ☞ 온라인 게시판 상담 바로가기 2024.10.08 강명숙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상담연계팀장